엘리트 중심 폐쇄정치에 새바람

브라질 노동자당(PT) 역사와 시사점

오삼교/위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룰라의 대통령 당선으로 브라질 노동자당(PT)는 1980년 창당 이후 22년만에 집권에 성공했다. 1982년 첫 선거에서 8명의 하원의원을 당선시킨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PT는 이제 브라질 정치무대의 중심에 섰다. 보수 엘리트 지배의 브라질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PT는 어떻게 성장했으며 민주노동당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PT 성장의 기본적 배경은 지난 수십 년 간 브라질의 고질적인 경제 문제와 이의 해결에 실패한 지배 엘리트의 무능에 있다. 카르도주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도 장기간의 소득 불평등과 빈곤의 지속, 성장의 정체와 이에 따른 실업의 증가를 해결하지 못했다.

PT는 브라질의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이 진정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주장했으며 이번 선거는 브라질 국민들이 PT의 주장에 신임을 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PT는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에 대항하여 노동계급의 자주적 목소리를 정치권에 대변하기 위해 결성됐다. 권위주의 정권이 부과한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어렵사리 극복해 가면서 노동자와 사회운동가, 정치인, 좌익활동가, 지식인들이 합류해 엘리트 중심의 폐쇄적인 브라질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시도했다.

82년의 첫 선거는 실망스러웠으나 그 이후 88년 에룬디나가 사웅파울로 시장에 당선되고 89년에는 룰라가 대선에서 결선까지 진출하면서 PT의 정치적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88년 이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장을 배출하고 중간계급의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당의 후보와 전문 스탭으로서의 역할을 높여가면서 PT는 보다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문제해결 정당의 모습을 띄게 된다.

특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모범적으로 실시된 참여예산제는 전국의 PT 지방정부에 확산됐고 다른 당도 모방할 정도가 됐다. 이를 통해 PT는 민주주의 원칙을 시정에 반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 있고 정직하며 투명한 정당이라는 인식과 함께 주민들의 신뢰를 획득했다.

PT는 80년대 초 사회주의를 표방하기도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지향이었으며 정책 결정은 위로부터의 이념적 지향에 의거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아래로부터의 참여에 의해 구체적 선택을 모색하는 입장을 취했다.

PT의 중심세력으로서 룰라가 대표하는 아르치꿀라사웅 정파의 온건실용주의는 개혁적 중간계급과의 제휴로 연결되면서 보수적 브라질 사회에서 룰라와 PT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질적인 세력이 모여 만들어진 PT는 태생적으로 다양성을 중시한다.

당내 소수 정파에게도 지도부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조직의 유연성과 통합성을 유지해 온 것도 PT의 이러한 특성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PT보다 불리한 처지에 있다. 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지향의 제한성과 사회적 편견, 보수 우파가 주도한 경제성장 등으로 노동자 정당에 주어진 공간이 브라질보다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PT가 어려움을 딛고 유연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실천으로 브라질 국민의 지지를 얻었듯이 민주노동당도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물든 한국정치와, 소비지향성과 신분상승성에 매몰된 한국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국민의 신임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참여와 평등,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사회 각 분야에서 심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지자체 진출을 강화해 행정능력을 입증하고 지역의 요구와 실정에 맞는 정책상품을 개발해 주민들에게 당의 능력과 정직성, 투명성을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노동계급이나 사회적 소외층뿐만 아니라 개혁적 중간계급에 대한 정치적 호소력을 강화해 이들을 당의 주요 지지기반으로 흡수하는 것도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 전략이라 하겠다.
[ 110호] 11.4 ~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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