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어린이들과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조준상/편집위원 cjsang21@hanmail.net
지난 10월27일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노동자당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 후보 역사상 가장 많은 5천2백만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자 중남미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대외의존도도 가장 낮은 브라질에서 좌파적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1964년 좌파 정권이 미국이 지원하는 군사쿠데타로 전복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중남미 전역에 룰라 대통령 당선자와 내년 1월 들어설 좌파정권에 줄 영향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 역시 높다. 무엇보다 현 카르도주 대통령 아래에서 공고화한 아이엠에프 체제 아래에서 룰라 당선자와 좌파 정권이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극히 좁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룰라의 당선으로 미국의 배후지로 꼽히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향후 정세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이를 짐작하게 하는 사건이 룰라의 당선 이후 나흘만에 중미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 열리는 제7차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출범을 위한 제7차 정상회담이다.
공화당 부시 정권이 2005년까지 타결하려는 FTAA 구상은 멀리 1980년대 초 미국 레이건 정권 때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 클린턴 정권 집권 초기인 1994년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발효에 따라 힘을 얻으면서, 나프타를 중남미 전역에 확대하는 형태의 FTAA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FTAA 협정을 룰라와 노동자당에게 강요할 것이다. 미국은 카르도주 정권 아래에서 대외 채무가 94년 국내총생산의 30%에서 60%(약 2천6백억달러)를 웃돌 정도로 악화된 브라질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게 분명하다.
선거기간 동안 룰라는 FTAA를 “중남미 경제의 미국 경제로의 합병”이라고 규정하며 반대해 왔다. 룰라뿐 아니라, 카르도주 현 대통령은 물론, 내수산업에 바탕하고 있는 브라질 자본들도 FTAA를 반기지 않고 있다. 이보다는 역내 관세동맹에서 시작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역내 경제통합의 근거지로 삼는 게 유리하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미국은 FTAA 관철을 위해 2001년부터 에콰도르 등 중미 국가들, 카리브해 국가들, 칠레 등 안데스산맥 국가들과 쌍무적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브라질을 배제한 지역적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내비치고도 있다. 하지만 부시 정권의 이런 노력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최근 FTAA 협상의 속도를 높이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원하고 있는 것은 아이엠에프이다. 지난 8월7일 아이엠에프로부터 구제금융 3백억달러를 보장받는 과정에서, 카르도주 현 대통령은 해마다 국내총생산의 3.75%에 해당하는 재정흑자를 외채상환용으로 적립한다는 데 동의했다. 룰라 역시 당시 여기에 동의했다. 곧 아이엠에프와의 관계에서 룰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려있는 셈이다.
아이엠에프에 묶여 있는 룰라가 지지층을 동원하며 대내 개혁에 착수할 수 있는 동력은 두 곳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룰라가 당선자 성명을 통해 “우리는 농업개혁을 보증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국민들은 하루에 세끼 먹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히며 약속한 농업 개혁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FTAA에 대한 광범위한 반감이다. 이는 룰라의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카르도주 정권 아래에서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의 60%까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엠에프가 강요한 고금리, 긴축 정책이다. 현재 21%에 이르는 높은 금리 아래에서 경제성장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룰라와 노동자당이 약속한 대로 금리를 내릴 수 있으려면, 자본 유출에 대한 통제는 불가피하다. 이것은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내외 금융자본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이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의 좌파 정권인 델라루아 정권은 결국 아이엠에프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1천3백20억달러의 대외채무 불이행을 선언을 한 지 불과 며칠만에 정권이 무너지고 말았다. 룰라와 노동자당에게도 그런 ‘비극’이 닥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실정이다. 무대에 들어갈 때는 좌파, 나올 때는 우파였던 남미 좌파 대통령의 비극적인 역사를 룰라도 되풀이할 것인가. 브라질과 미국·아이엠에프의 운명을 건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약력
1945년 브라질 페르남부쿠주 출생
1952년 남동부 상투스로 이주
1956년 상파울루로 이주
1957년 구두닦이 생활 시작
1958년 볼트공장에 취업
1964년 산재로 왼손 새끼손가락 잃음
1969년 첫번째 부인 마리아 지 루르데스와 결혼했으나 몇달만에 사별
1972년 상베르나르두 금속노조 간부로 활동
두번째 부인 마리아 레티시아와 결혼
1975년 노조위원장에 당선
1978년 총파업 주도, 노조위원장에 재선
1980년 총파업 지도중 정권에 의해 위원장직 박탈, 구속
노동자당 결성 주도
1982년 상파울루 주지사 선거에서 4위로 낙선
1983년 노동자단일연맹(CUT)결성 주도
1986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다득표로 당선
1989년 대선출마 결선투표에서 콜로르에게 패배(득표율 44%)
1994년 대선출마 까르도주에게 패배(득표율 27%)
1998년 대선출마 까르도주에게 패배(득표율 31.7%)
2002년 대선출마 결선투표에서 당선(득표율 61.2%)
[ 110호] 11.4 ~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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