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민중 투쟁의 달]"진짜 쓰레기 치우러 왔다카이"

민주노총 노숙투쟁 현장을 가다

윤재설 dllp21@kdlpnews.org
문선영 ahimsa@kdlpnews.org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11월 노동자대회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민주노총의 ‘싸움’이 전국 노조 간부 여의도 집단 노숙 투쟁을 거치며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3일 동안 전국에서 올라온 노조 간부 2천여명이 여의도의 찬바람을 뜨겁게 달구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상경노숙투쟁 둘째날인 지난 10월 30일 밤 11시 30분 여의도 공원. 첫날보다는 덜하지만 쌀쌀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를 기록하는 황량한 아스팔트 벌판에 20여개의 텐트가 도열해 있다. 희미한 가로등 사이로 삼삼오오 모여 앉은 노동자들이 이 땅의 노동현실만큼이나 차가운 추위를 달래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보고 참말로 쓰레기라캤나. 허허. 말이 안나온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 회의 도중 민주노총이 주5일 정부법안을 ‘쓰레기 법안’으로 규정한 데 대해 “2년 간 합의된 내용을 쓰레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쓰레기”라는 방용석 노동부 장관의 발언은 국회 앞을 찾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겨울철만 되면 대정부 투쟁이 연례행사가 된 것 같아. 이번에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보고 하도 열 받아서 올라왔는데, 도대체 이 나라는 노동자를 얼마나 얕잡아보고 무시했길래 그따위 법안을 국회에 올리느냐 말이지.”

유난히 빨리 찾아온 추위에 옷을 네 겹이나 껴입고 왔다는 현대자동차노조 허진수(40) 조합원은 목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삼키려는지 소주를 들이킨다.

울산에서만 2백30여명이 상경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김동찬 대외협력실장은 “지금 현장 분위기는 불만 붙이면 금세 일어날 상황”이라며 “기필코 이번에 막아내겠다는 심정으로 대거 상경했다”고 전했다.

어제(10월 29일) 수도권, 강원, 충청권 금속·화학섬유 노동자 6백여명의 상경 노숙 투쟁에 이어 오늘은 영호남 지역 금속노동자 7백여명이 여의도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기 위해 상경했다(31일에는 비제조업 노동자 7백여명이 동참했다). 근로기준법 개악안과 경제특구법 제정을 막고, 공무원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모인 노동자들은 밤이 깊어갈수록 열띤 토론의 불을 지피며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어떻게 만들어낸 단체협약인데, 고소 고발 징계까지 이겨내면서 이룬 단체협약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만든다는 것은 노동조합 15년 운동을 백지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이가.” 한 노조원이 한숨을 내쉬면서 한 말이다.

창원의 금속노조 엔파코지회 노조원 80여명은 유난히 춥다는 소식을 접하고 중무장을 해서 상경했다. 조합비로 12만원짜리 침낭을 구입하기도 하고, 모든 노조원들이 일제히 ‘쫄쫄이 내복’은 물론이고 오리털 파카를 지참했다.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94%의 압도적인 찬성율을 보였다는 엔파코지회에 따르면 근기법 개악안이 통과되면 삭감되는 임금이 평균 2백60만원에 달한다.

양원석(32) 조합원은 “처음에는 주5일근무라는 그럴싸한 말만 듣고 반가워했지만 수차례 교육을 받고 나니 쓰레기 법안인 걸 알겠더라”며 “목숨걸고 싸운다는 각오로 올라왔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노조원 대부분이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엔파코지회 조합원들은 노숙투쟁일과 창원을지구당 후원의 밤이 겹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의도공원 근처 매점은 삼삼오오 따뜻한 국물로 추위를 달래기 위한 노조원들로 북적댔다. 그 가운데 경주에서 올라왔다는 조상흠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직부장은 “집을 나오는데 마누라가 감기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도 없고 나와 보지도 않더라. 마누라는 매일 노동운동이다 뭐다 뛰어다녀도 세상이 바뀌냐며 바가지만 긁는데 그럴 때마다 부끄럽게 살 수는 없지 않느냐며 대꾸하지만 가끔씩 외로운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노동부 장관에 의해 “쓰레기”라고 불린 노동자 7백여명은 진짜 쓰레기를 치워버리려는 각오를 다지며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 110호] 11.4 ~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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