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민주노동당 정책부장
2000년 한-중 마늘협상과 최근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서 보여주듯이 김대중 정부는 일방적인 농업희생을 강요하는 ‘농업천대정권’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최근 농민단체 초청 농정공약 발표자리에서 농지규제를 없애서 도시사람들도 자유롭게 농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 농업을 포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은 국제경쟁력을 이유로 포기돼야 하는 사양산업이 아니다. 농업은 국민의 식량주권을 지키고, 농촌지역의 유지와 고용창출, 환경보호를 위해 보호돼야 하는 공공산업이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교역되는 곡물의 양은 전체 곡물생산량의 13%에 불과하며, 이중에서 쌀은 교역량의 6.5%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식으로 먹는 자포니카계 쌀은 쌀 교역량의 10%로 우리나라 쌀 소비량의 1/3수준이다. 즉, 쌀을 비롯한 곡물은 비교우위와 시장개방 논리로 공정하게 교역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공공산업인 농업의 회생방안을 추진해 왔다. 우선 2004년 WTO농업협상에서 쌀 시장 관세화는 유예돼야 한다. 전체 농가의 77%가 쌀 농사를 짓고 있고, 쌀 농업 소득이 농업소득의 53%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은 농가경제의 급속한 파탄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연간 약 26조에 달하는 쌀 농사의 공익적 기능을 상실하게 되며,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6%에 불과한 상황에서 식량주권은 위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쌀 시장 관세화 유예를 통해 쌀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을 만들고,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5년 내에 식량자급률을 최소한 35%수준으로 높이고 매년 1천만섬의 공공비축제를 2003년부터 즉각 실시해야 한다. 또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가지고 매년 3백만섬 규모의 대북 쌀지원을 해야 한다.
농민이 살아야 농업이 살수 있고 농촌이 유지될 수 있다. 농가소득이 도시가계평균소득의 75%인 수준에서는 지속적인 농업·농촌의 유지가 불가능하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 또는 심의 중인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직접지불제는 가격지지정책의 포기에 따른 농정 실패를 회피하려는 생색내기용이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중인 직접지불제 예산은 농업 예산의 2% 수준으로 미국 19.8%(‘00), 캐나다 43%(‘96), 일본 9.2%(‘01), 대만 11.2%(‘00), EU 전체 77%(‘98)에 훨씬 못 미친다.
민주노동당은 WTO체제의 구속에 의한 가격지지정책의 축소를 해결하기 위해 △논농업 △친환경농업 △조건불리지역농업 등 9대 직접지불제를 중심으로 농업예산을 전면 재조정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고 농업생산기반을 유지할 것이다.
결국 농업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이를 위한 예산 배정 및 재원 조달 대책이 없는 한, 농가경제 위기→농업 쇠퇴→지역사회 위기→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파괴→국민 생활 위기는 필연적인 수순이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개방화의 흐름 속에서도 오히려 자국 농업 보호 및 농가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농업예산으로 매년 국가예산의 10% 이상을 배정하고 △농특세 사업을 10년간 연장해 매년 2조원씩 조성하여 소득보전 직접보조와 농업의 다원적 기능 증진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농업회생과 농정전환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 110호] 11.4 ~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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