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중단, 진지한 반성 속에 총파업 깃발을 다시 들어야
민주노총의 갑작스런 총파업 중단이 현장에 많은 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은 전국적으로 20만명 이상이 결의했고, 5일에 실제 돌입한 조합원 수만도 1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그 열기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중단한 이유로 근로기준법 개악안의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하며 밝힌 입장과 비교해 볼 때에도 말이 안된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을 준비하며 근로기준법 개악안만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경제특구법 과 공무원조합법 등 3대 악법의 국회통과 저지를 분명한 목표로 내걸었었다. “민주노총은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법 개악안을 비롯한 3대 악법 강행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담보가 없을 경우 총파업을 계속하겠습니다”는 것이 5일 오후 1시 총파업에 돌입할 당시 민주노총이 공표한 입장이었다.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주로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핑계가 아닐 수 없다. 경제특구법은 근로기준법 개악 이상으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무너뜨릴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국회 재정경제위를 거치며 명칭이 변경된 ‘경제자유구역’은 이제 법이 통과되는 대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유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는 외국 기업에는 월차·주휴·생리휴가를 무급으로 하고,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노동관계법 절차를 지키되 산업평화를 유지할 의무가 부여된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이들과 경쟁하는 국내 모든 기업에서 경쟁력 상실을 운운하며 노동조건을 경제자유구역 수준으로 저하시키려는 자본의 강력한 시도가 나타날 것은 필연적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하는 자본과 치열한 대립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그나마 노동조합조차 없는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소리소문 없이 실질적인 노동조건 후퇴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특구법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이 부족했다면 이는 민주노총 활동의 중요한 결함을 지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토록 심각성을 안고 있는 악법이라면 조합원들이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적극적인 선전·교육을 펼쳤어야 했던 것 아닌가? 또한 어렵게 출발한 총파업을 갑작스럽게 중단할 것이 아니라 총파업을 지속하는 가운데 그 중요성을 인식시켰어야 할 일 아닌가?
그런가 하면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라는 측면에서도 민주노총의 총파업 중단은 결코 현명한 전술운용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근로기준법 개악안은 철회된 것이 아니라 국회의 다음 회기로 넘어갔을 뿐이며, 대선 직후 1~2월 사이에 열릴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지난 96·97총파업처럼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 싸울 게 아니라 사전에 힘을 집중하여 저지시켜 내자는 것이 애초에 5일 총파업을 준비한 취지였다. 그렇다면 총파업이 아무 때나 준비되고 실행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국회 일정에 따라다닐 것이 아니라 기왕에 열기가 오른 이번 총파업 투쟁으로 확실하게 개악안 철회를 관철시키는 것이 현명한 전술운용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현장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이 진지한 반성 속에 총파업 깃발을 다시 들어올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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