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총파업을 준비 중인 현대자동차 현장을 가다
서병구(현대자동차 노동조합 1공장 의장부소위원)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투쟁을 조직하기 힘들다고 말하기 이전에 조합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열심히 설명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운동이 울산은 물론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막대함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도 그러려니와 그 거대한 공장의 규모와 노동자수에서 나오는 막강한 파급력으로 인해 현대자동차 노조운동은 항상 전국 노동자들의 기대를 받으면서 동시에 정권과 자본의 강도 높은 견제에 맞닥뜨려야 했다.
4일 현재, 근로기준법 개악안, 경제특구법과 공무원조합법 등 3대 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민주노총 11·5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다시 한 번 현대자동차 노조의 총파업 준비 상황은 전국 노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현재 11·5 총파업을 위해 현장동력을 최대한 결집시키려 대·소위원 아침 출근투쟁과 잔업거부 투쟁 등을 전개 중이다.
그렇다면 현장 조합원들은 3대 악법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을 어떠한 태세로 준비하고 있을까?
다음은 현대자동차 1공장 의장부 서병구 소위원을 만나 알아본 현장 정서의 단편들이다.
“98년의 악몽이 현장을 좀먹고 있습니다.”
서병구 소위원은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두 살이며 94년에 입사했다.
98년 고용안정투쟁 당시에는 정리해고 명단에 오르기도 했으나 산재요양기간이었던 탓에 정리해고를 면할 수 있었다.
비록 산재요양기간 중이었지만 파업기간 대부분을 천막농성장에서 살았다.
그러나 노동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게 된 것은 “이제 겨우 1년 남짓”이라고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서병구 소위원은 총파업에 대한 현장 분위기가 기대만큼 달아오르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지만, 그중 98년 고용안정투쟁을 수차례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현장은 98년 고용안정투쟁 전과 후로 나뉩니다. 그만큼 분위기가 죽어버렸다는 말입니다. 눈치와 경쟁만이 난무하죠. 98년은 정말 악몽이었습니다.”
“98년 투쟁 이후로 현장 조합원들은 자신에게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이익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만연해졌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이번 총파업 준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대의원들이 총파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주로 이번 근기법 개악이 얼마만큼의 임금삭감을 초래하는가를 강조합니다. 그렇게 설명하는 대의원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사실 그렇게 말해야 다수의 조합원들이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대의원의 역할에 대해 한마디 덧붙였다.
“대의원이 단순히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전진을 위해 현장에서 투쟁하는 활동가라면 아무리 설득이 어렵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노동운동의 대의를 앞세워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듣고 싶어 하고 움직이고 싶어 하는 데로만 맹목적으로 맞추어 나가기보다 비록 껄끄러워 하더라도 과감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제특구·공무원조합, 조합원 관심 떨어져
임금삭감 문제로만 조합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면 3대 악법 중 경제특구법과 공무원조합법의 내용에 대해선 조합원들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맞아요. 근기법의 개악 내용에 대해서 조차도 어렴풋이만 알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경제특구법과 공무원조합법의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봐야죠. 저의 경우 솔직히 ‘3대 악법’이란 말도 불과 며칠 전에 집회장에서 들었습니다.”
“노조소식지나 대자보, 현장 제조직 유인물들에 그런 내용이 실려도 꼼꼼히 읽는 조합원들은 많지 않아요. 대개가 잔업거부 언제 하냐, 파업 언제 하냐에만 관심을 가지죠.”
지금까지의 얘기만 놓고 본다면 총파업을 위한 현장 동력이 만족스럽게 갖춰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더라도 무기력하게 전개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근기법 개악 저지를 위해 단호히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제도권 언론은 물론 사측이 노사저널을 통해 연내 근기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을 흘리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확인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총파업 동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것도 함께 얘기되고 있죠.”
근기법 개악의 심각성 “똑같이 느낍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어느 정도 힘을 갖추고 있는 대공장 노동자들은 최악의 경우 법 개악이 있더라도 단협 개정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 투쟁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들이 오가고 있다고 전하자 “그렇게 느끼진 않습니다”고 반박했다.
“엄청난 잔업·특근으로 ‘주5일 근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주5일 근무 쟁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이 근기법 개악을 소홀하게 대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가슴 아픈 모습이긴 하지만 지난해 7·5 총파업과 4·2 총파업을 준비할 때 보다 오히려 현장 분위기는 좋아 보입니다. 개개인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거든요.”
“저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면 합니다.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분열된 틈을 보이면 정권과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자의 권익을 갉아먹으려 듭니다. 이번 총파업으로 정권과 자본의 도발을 분쇄하고 침체된 현장조직력 회복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하청노동자에 미칠 피해엔 관심 적어
“사내하청,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는 이번 총파업을 더욱 절실하게 기대합니다”는 말을 듣고는 “알고 지내는 업체(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총파업을 제대로 벌여 근기법 개악을 꼭 저지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노동운동의 대의에 따라 총파업 투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조합원들은 많지 않습니다.”고 말을 이었다.
“여전히 업체 노동자들을 자신의 고용 방패막이쯤으로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최근 민주노총과 연맹 등 상급단체와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관련 활동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긴 하지만 현장 직영 노동자들의 정서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총파업으로 노동운동이 돌파구 찾았으면...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총파업을 앞두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바를 부탁하자 “활동가와 조합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합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활동가와 조합원들 사이의 괴리로 인해 현장조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와 조합원들은 노조의 중요성을 다시금 진지하게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그동안의 관성대로 노조는 당연히 민주적인 조직이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해준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현장조직력이 살아 있을 때야 바보소리 들을 만한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단결하지 못하면 노조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그 순간부터는 다시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해 열과 성을 다바쳐야 합니다. 이건 엄청난 후퇴입니다.
효성과 태광의 사례에서 우리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이번 총파업을 통해 올바른 민주노조운동, 노동운동의 기풍과 방향이 세워졌으면 합니다.“
서병구 소위원은 98년 고용안정투쟁 이후 눈치와 경쟁만이 횡행하는 현장, 조합원과 활동가들 사이의 괴리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조합원들에 대한 희망 또한 가슴 가득 담고 있었다.
그것은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임금·복지 이외의 투쟁을 조직하기가 힘들다고 투덜대기 전에 조합원들이 놓치는 부분을 열심히 설명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라고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강조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11·5 총파업이 침체된 현장과 무너진 노동자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은 1천 3백만 노동자의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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