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독자에게] 대입 수능과 국민 지지도
지난 6일 대입수능 시험이 막 끝나서야 사람들은 때 이른 추위의 원인을 깨달았습니다. 대학입시철마다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저마다 망국적 '입시병'에 하늘이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내 딸아들 걱정에 교회며 산사를 찾곤 합니다. 그것이 지금 이 땅의 '개혁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계로 다가오는 것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희망적입니다.
평균점수 5점, 10점을 오르내리는 수능 난이도 조절에 교육부 장관직이 흔들리는 사회풍토 속에서, 올해 수능도 아픈 뒷얘기를 남긴 채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견강부회격으로 저를 혼란스럽게 한 것은 '국민지지도'라는 허울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치판을 생각할 때 이제는 꽤나 먼 옛일이겠습니다만, 이익치라는 사람이 먼 이국 땅에서 주가조작 사건을 폭로하자마자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정몽준 씨의 지지도가 10% 포인트 이상 하락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떨어진 지지도 포인트로 인해 한때 30%를 웃돌던 그의 지지도는 지금 20%대 초반을 겨우 턱걸이하고 있습니다.
무슨 수능 점수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대통령 후보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10% 이상 하락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 허약함을 얼마나 뼈저리게 느꼈는지, 몇 주 동안의 혼란스러움을 정리하면서 이제야 독자님들께 고백합니다.
대통령이 무슨 연예인 인기투표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 이 사람이야!!'라고 선택해 놓고 비리 연루 혐의가 폭로되자마자 썰물 빠지듯 떠나가는 민심. 이런 현상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지금껏 『일일문화정책동향』을 보아오신 독자님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특정 후보를 옹호 또는 비하하고자 이런 얘길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한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를 지지할 만한 타당한 이유와 정치철학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뿐입니다. 만약 그런 것들을 갖고 있었다면, 좀 더 냉정하게, 좀 더 알아보고 난 후에 지지 의사를 철회할 것이므로 하루아침에 지지도가 10% 이상 빠지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감히 믿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짧은 시간 동안의 인기와 됨됨이를 보고 심사숙고 없이, 심지어는 재미를 섞어 누군가를 지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누군가가 말했듯이 이 세상이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에 심각할 만큼 중독돼 있음을 어느 정도는 인정합니다. TV와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서 우리의 감각과 사고가 어느 정도 마비돼 있다는 얘기지요. 허면, '미디어 결정주의'를 반박하는 가장 유력한 논거였던 '대중의 자율성'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 혼란이 우리사회의 정치현실을 드러내는 '진실'을 담지 않고, 다만 제가 신기루 같은 허상을 보고 제풀에 헷갈려 하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현란한 미디에이티드 컬처(mediated-culture) 시대에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명확한 정치철학과 이념을 지니는 것이 일종의 시민적 소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독자님들께 실례가 되는 도덕교과서 같은 얘기였다면 용서를 빌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찾아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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