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빈민대회가 노점상ㆍ철거민 3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7일 종묘공원에서 열렸다.
정용상 ysjung@kdlpnews.org
종로에 줄지어 서있던 노점들이 보이지 않았다. 떡볶이와 따뜻한 어묵을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서있던 자리에는 낙엽만 뒹굴고 있다. 종로가 아닌 딴 곳 같았다.
지난 7일 종묘공원에선 전국빈민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올라온 노점상, 철거민 3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날 대회에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의 요구는 단지 ‘먹고, 살게 해달라’는 것. 이른바 생존권 보장이었다.
단속에 항의해 중구청 앞에서 8월23일 분신한 노점상 박봉규 열사의 사망이후 노점상, 철거민들의 감정은 격해 있었다. 전국노점상연합회는 그가 사망한 지 두달이 넘은 지금까지 책임자 처벌과 이명박 서울시장, 중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아직 장례도 치르지 않고 있다.
김흥현 전국노점상연합 의장은 “박봉규 열사 사망이후 이명박 서울시장, 중구청장 등 책임있는 사람들이 영정 앞에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있다”며 “도시빈민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봉규 열사의 장녀 박진씨는 “못 배우고 못가진 사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며 “끝까지 싸워서 아버지의 자존심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나온 그들의 요구는 노점상 합법화와 단속 중단,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철거 반대, 선 대책 후 철거 및 가수용 단지와 영구 임대주택 건설 등 도시빈민들이 ‘살아남기’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었다. 참석자들은 또 노점상 대책 없이 진행되는 청계천 재개발 계획의 중단과 박봉규 열사 분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신촌에서 노점상을 하는 한 참석자는 “정부는 노점을 ‘쓰레기’ 취급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노점상이 없는 나라는 없는데 나라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쓰레기 치우듯 치워 버리는 정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전 용두동에서 왔다는 한 철거민은 “용역 깡패에게 3번 당하고 바람막으려고 친 천막까지 빼앗겨 대전 중구청 앞에서 비닐치고 노숙 중”이라며 “가족과 함께 살수 있는 손바닥만한 집도 빼앗으면, 없는 사람은 죽으란 말이냐”며 비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영길 후보는 “보수정치인들은 못 가진 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생각도 없다”며 “노동자, 농민, 빈민이 권력을 쟁취하고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권한대행은 “한줌도 안되는 자본가들이 못 가지고 힘없는 노·농·빈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연대투쟁으로 맞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현창 전농 의장도 “농촌과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도시빈민이 되고 그들이 다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노·농·빈의 강고한 연대투쟁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종묘공원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전빈련은 명동성당까지 행진하며 민중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의 결의를 높였다. 누울 수 있는 한평의 공간, 먹고살기 위한 반평의 장사판을 지키기 위한 빈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거리의 ‘쓰레기’마냥 치워지고, 용역깡패에게 구타당하고, 저항하면 감옥 가는 현실을 바꿔내는데 그들의 투쟁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충분함은 민중들의 넓고 두터운 연대와 진보정당의 힘찬 도약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111호] 11.11 ~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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