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노동법’ 발동...사측과 노조파괴 결탁

부시 "노조탄압에도 람보"

윤재설 dllp21@kdlpnews.org
지난 9월말 한국의 해운업계를 발칵 뒤집은 미국 서부항만노조(ILWU)의 파업 사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태프트-하틀리법 발동으로 열흘만에 끝나고 80일간의 냉각기간에 들어갔으나 사용자단체인 태평양해운협회(PMA)와 미 행정부가 노조약화를 꾀하고 있어 쟁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9월 29일 미국 서부 29개 항구를 폐쇄시킨 항만노조의 파업은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이 10월 7일 태프트-하틀리법 발동을 요청한 부시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노조에 조업재개를 명령했다. 태프트-하틀리법은 1947년 국가비상사태 시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기위해 제정된 법으로 미국 노동법 중 최대의 악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태프트-하틀리법을 근거로 노동쟁의에 개입한 것은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광산노조의 파업을 중지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 이후 24년만에 처음이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노조는 10월 9일 항만에 복귀, 3주동안 노사간 교섭이 진행됐다. 지난 1일 새벽까지 진행된 교섭결과 서부항만노조는 최대쟁점이었던 신기술 도입과 관련, 기술 도입으로 새로 고용되는 일자리에 대해 노조에 관할권을 두는 데 잠정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며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최종 협약안과 함께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후 연금제도 개선과 관련한 교섭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태프트-하틀리법에 의해 쟁의행위를 벌이지 못하는 노조의 현재 상
황을 악용해 사측과 정부가 노조를 협공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태평양해운협회가 10월말 노조가 태업(slowdown)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자 미 법무부는 노조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노조는 항만이 물동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 벌어지는 병목현상을 노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노조는 항만폐쇄 기간 동안 정부 관계자와 사측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만나 노조파괴 방안을 논의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노조는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부시 행정부와 해운협회, 회원사들의 명백한 결탁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비밀회의를 한 정부관리와 사측 관계자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을 부인하고 나섰다.

부시 행정부가 1981년 파업중인 1만1천 항공관제사를 해고시킨 레이건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며 ‘노예노동법’이라는 악명이 붙은 태프트-하틀리법을 발동하고 군병력 투입을 검토했던 것은 9.11 이후 강조돼온 ‘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항만노조 파업과 그 뒤를 잇는 노정간 충돌양상은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이후 더욱 가속화될 노조탄압의 전주곡으로 해석되고 있다.
[ 111호] 11.11 ~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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