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제6회 서울 국제 노동영화제가 11월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4층에서 열린다. 총 20여 편의 국내외 작품이 소개될 올해 영화제는 여전히 우리의 삶을 구속하고 있는 자본의 세계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올해 영화제의 첫 번째 초점은 말 그대로 혁명적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투쟁이다. 아르헨티나 섹션에는 현지의 제작집단 '노동자의 눈'의 <삐께떼로스>(2002, 아르헨티나)를 비롯해서 영국의 '의식적 영화집단'의 작품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 외에도 해외 상영작은 진보적 극영화, 세계화,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한 회고 등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한편 정도가 소개되던 예년과 달리 올해의 진보적 극영화 섹션에서는, 철도 민영화의 파멸적인 결과를 냉정하게 묘사한 켄 로치의 <네비게이터>(2001, 영국), 그리고 뉴딜 시대의 연극을 소재로 예술과 정치에 대한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팀 로빈스의 <요람은 흔들리리라>(1999, 미국)가 한 쌍을 이루며 좌파적 극영화 장르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세계화 섹션은 거짓 약속에 속아 중국과 필리핀을 떠나서 사이판으로 넘어온 의류 노동자의 현실을 담은 <브랜드의 이면>(미국, 2001)을 비롯해서 다양한 현실이 묘사된다. 비정규직을 양산할 뿐만 아니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고(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사이몬 존스 추모 캠페인, 2002, 영국) 닷컴 붐은 샌프란시스코를 떠받치고 있는 공동체를 철저히 파괴하며(붐, 2001,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지에서 노학연대 생활임금쟁취 투쟁을 강요하고(점거, 2002, 미국) 심지어 이 멀티미디어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수천만 명의 아동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몰아넣고(전투, 용납할 수 없는 것과의..., 2001, 벨기에), 그리고 마침내 물과 씨앗과 유전자마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등(태초에 세계화를 사유화하다, 2002, 캐나다) 자본의 다채로운 얼굴이 폭로되는 것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회고는 테러에 의해 살해된 IWW 지도자를 잊혀진 기억 속에서 되살려낸 <어느 운동가를 위한 노래>(2001, 미국)가 준비되어 있는데, 노동영화제 사상 가장 실험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힐 이 작품은 텍스트와 정지화면과 문서자료 등을 냉정한 나레이션과 결합시키며 노동영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영화제의 나머지 절반은 초고속인터넷과 노동자 영상패, 그리고 전문제작단체들을 아우르는 한국 노동영화의 성과에 맞춰진다. <노동자, 아름다운 사람들>, <민주노조의 원년, 철도노조의 발걸음>, <1980년 4월 사북의 봄 - 먼지, 사북을 묻다>, <동행 ;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 관한 짧은 보고서 2> 등 네 편의 전문단체와 작가들의 작품들에 덧붙여, '카메라를 든 노동자' 교육과정을 통해서 배출된 신입 활동가들이 준비하고 있는 세 편의 작품들은 노동자의 얼굴로 그려내는 디지털 시대의 신세계를 예감하게 한다. 아울러, 월드컵을 전후한 민중의 고통과 투쟁을 담아낸 <버스를 타자!-장애인 이동권 투쟁 보고서>, <그들만의 월드컵>, <상암동 월드컵> 등이 노동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모든 상영작들은 두 차례씩 반복상영되며, 영화제 마지막날인 17일 일요일에는 발전노조 파업 시기의 공동대응, 현대자동차노조 영상패의 사내뉴스 제작 사례 등 올해 노동영상운동의 주요한 활동성과를 점검하는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다.
어떻게 영상은 무기를 묘사하는 매개체이자 무기 그 자체일 수 있을지, 치열한 삶의 현장과 함께 하고자 하는 6일간의 축제는 이렇게 준비되고 있다. 지난 5년 간의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가장 기동성 있게 동시에 가장 논쟁적으로 영상매체에 접근하고자 하는 올해의 영화제 공간에 동지 여러분을 다시 한번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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