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교육으로 세상열기(11)

소그룹 학습활동가 교육역량 강화 교육을 마치고

이상희(노동자의 힘 회원)

지난 10월18일 소그룹학습활동가 교육이 있었다. 이날 교육은 소그룹학습활동의 위상과 역할, 소그룹활동사례 발표를 통한 경험의 소통과 소그룹학습활동의 과제에 대한 토론, 학습계획안 설계방법 등에 대한 교육과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그동안 소그룹학습조직을 운영해 오면서 느꼈던 많은 문제의식과 고민들이 토론되고 소통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그룹활동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조직활동이 양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대중조직 내에서의 교육 활동 또한 확대되고 있으나 그 수적인 확대에 비해 노동자들의 인식의 깊이는 깊어지고 있지 않다.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 각 공장별로 다양한 학습소그룹이 유지되면서 노동자들의 교육을 담당해오고 있었으나 이후 이러한 소규모 형태의 학습소그룹은 대부분 소멸되고, 대중조직의 교육역량이 강화됨에 따라 소그룹형태를 통한 교육보다는 공개적이고 대중화된 교육을 중심으로 노동자 교육이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대중교육은 대상자들로 하여금 노동자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로 보게(노동자적 세계관의 확립)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사회를 전망하게 하는 데는 많은 한계로 다가온다. 노동조합운동의 일반화 및 교육의 확대, 대중조직활동 속에서의 경험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보다 깊이 있는 학습활동을 요구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부터 보다 깊이 있는 토론과 학습, 그리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극복하고 노동자적 세계관을 확립하고자 하는 소그룹 학습활동의 필요성이 현시기 주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소그룹 학습활동에 대한 경험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소그룹학습활동 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그런 측면에서 이번 교육은 소그룹학습활동에 대한 많은 고민과 소그룹학습조직의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학습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자

이번 교육과정에서 주요한 토론으로 제기되었던 것은 소그룹학습활동이 가지고 있는 위상과 역할에 대한 부분이다. 학습조직이 조직화에 종속되는 개념이 아닌 독자적 개념으로 분리정립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와 많은 활동이 통일되어 있고, 또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학습활동과 조직활동은 통일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있었다.
사업장의 현실과 조건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대공장이 아닌 중소사업장의 경우 학습조직구성원이 사업장의 주요한 활동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학습과 조직의 분리가 사실상 어려운 부분들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그룹이 단순히 학습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조직전반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소그룹학습조직은 학습자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스스로의 판단,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을 높여내고 실천을 조직적으로 학습한다는 관점으로 다루어 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그룹학습조직의 학습방법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행저금식 교육)이 아닌 문제제기식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피억압자가 가지고 있는 실존의 이중성 -억압을 받기 때문에 억압을 떨쳐 일어나려고 하는 면과 억압자를 자기 모델화 하는 실존의 이중성- 을 어떻게 교육에 접목시킬 것인가의 문제의식을 전달해 주는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는 소그룹학습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방적인 은행저금식 교육은 설명의 내용이 가치관이든 현실의 경험적 차원이든 상관없이 설명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읽고 무미건조해 진다.
반면 문제제기식 교육방법은 학습모임 진행에 있어서 교육자와 학습대상과의 지도-피지도의 일방적인 주입을 거부하고 서로에게 배움과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소통을 도모하는 교육방법으로 교육활동가들에게 주요한 교훈을 준다.

주제어 찾기를 통한 요구분석

이러한 문제제기식 교육방법을 잘 활용하기 위한 학습내용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 것인가? 먼저 학습자들의 교육요구를 분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학습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싶어하는가? 학습조직을 운영하면서 가장 고민되었던 지점이기도 하다. 학습자들과의 개별면담과 설문지 등을 통해 요구를 모아보지만 학습자별로 의견에 차이가 있고, 조건도 상이하기 때문에 무엇을 중심으로 학습계획을 설계할 것인지가 항상 고려지점이었다.
학습자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토론을 통한 주제어 찾기가 제안되었다. 대상자들과의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몇 개의 주제어를 찾고 그 주제어를 대범주-중범주-소범주로 계층화하여 재구성하고, 주제어를 중심으로 토론주제로 재배치하는 방법이다.
학습조직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구성원들의 특징에 따라 똑같은 경제나 철학이라 하더라도 주제어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주제어 찾기를 통해 학습자들과 상호 소통하고, 학습자들의 자발적 요구를 수렴함으로써 보다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학습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절실한 문제를 토론주제로 정함으로써 활발한 토론, 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요구조사를 위한 방법으로 기초조사를 위한 설문방식, 개별면담, 소모임 조직가와의 토론 등이 제기되었으며, 학습을 진행하기에 앞서 보다 다양하게 상호간에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방법들이 소개되었다.

소그룹교육활동가의 역할

소그룹교육활동가는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가 자기의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토론의 과정에서 교육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집중시켜주고, 모아주는 방향키 내지는 도우미의 역할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학습조직은 학습자들의 준비부족이나, 개념이해의 어려움, 시간의 제약 등으로 인해 교육활동가의 일방적 교육이 중심이 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 교육은 지식의 전달도 미비할뿐더러 오히려 학습자들의 자유로운 사색을 방해하고, 학습자 스스로의 활동가로서의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기간의 소그룹학습활동이 학습구성원 스스로 문제제기하고, 스스로 토론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지식을 전달해야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이러한 기회를 박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남겨진 과제와 바램

소그룹학습활동의 체계화

"학습활동가가 한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다 보니 준비 및 집중력이 떨어진다. 다양한 방식의 교육 및 내용으로 운영하고 싶으나 프로그램의 빈곤으로 어렵다. 교육담당자가 교육전문가는 아니다. 연대사업도 해야하고, 투쟁사업도 해야하고, 조직사업도 해야하고 한다."
이것이 참가한 교육활동가들의 하소연이다.
현재까지의 소그룹활동은 대부분 교육활동가들의 개별역량에 준해 소그룹 활동이 이루어졌다. 소그룹학습운동을 집중하는 운동영역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기간의 경험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교재나 교안도 개별교육활동가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발굴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지역에서는 소그룹활동가들의 모임을 통해 공동으로 교안을 만들기도 하고, 경험을 소통하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소그룹교육활동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 개별역량에만 맡기워진 교육활동가들의 활동을 체계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소그룹교육운동가의 연결망이 살아 숨쉬는 학습조직 나름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참가자들이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학습방법 및 형식의 통일과 상호 소통,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소그룹교육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 등도 보다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재와 교안 마련도 시급

학습소그룹을 운영하면서 발생되는 어려운 점의 가장 많은 부분은 교재와 교안 마련이었다.
현존하는 교재는 너무 낡아서 현실의 문제가 충분히 담겨져 있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쉽게 쓰여진 교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교육자료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없어 교육자가 새로 정리해야 하고 현장성이 떨어지는 자료들이 많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철학학습의 경우 현장활동가들에게 좀더 이해하기 쉽고 현장감 있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잘못하면 철학학습에 대한 의욕 자체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현재는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제로 내면화된 자본주의 의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문제제기에 명상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었다.
이번 교육은 사례발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이후 소그룹 활동의 방향을 잡아가는데 많은 고민과 교훈을 남겨주었으며, 또한 소그룹학습활동가들간의 상호 소통과 토론을 활발히 진행시킬 수 있는 구조의 마련과 학습조직활동의 생태계형성과 관련해 많은 과제를 남긴 교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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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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