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시]겨울초

겨울초

안윤길

착취와 고용불안만이 세상을 지탱하고
저흴 지켜줄 유일한 무기라 여기는 놈들이야
고급주둥이에 너란 존재를 느끼겠냐만…

너는, 흔히 식탁에 올라와
뭇사람 입을 즐겁게 해주는 너는
농부들 손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었구나
언제부턴가 이 땅 곳곳에서는
공장 담벼락에 엉겨붙어 겨울을 나는
너를 흔히 볼 수 있구나

아느냐 너는
노동을 빼앗기고
긴 겨울을 천막 속에서
기계소리 그리워하며
오직 공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겨울초들을 아느냐

북풍한설 따위 느낄 겨를도 없이 그들은
살아남아야 한단다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단다

저만치에서
성큼성큼
봄은 다가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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