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민주노총 상집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근로기준법 개악안이 다루어지는 11월1일 전인 10월31일부터 파업돌입을 위해 10월30일 중집을 소집했다. 그러나 10월29일 국회 환노위에서는 주5일제 관련 근기법 개악안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 공무원조합법 역시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에서 여야 간에 유보한 것으로 합의된 듯했다.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경제특구법이 재정경제위원회(재경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 결과 10월29일, 투쟁분위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은 29일 저녁 점검회의를 통해 3대 악법(=공무원조합법, 경제특구법, 근기법개악안) 폐기를 요구로 내걸고 11월6일 이전 총파업돌입이 필요함을 결정했다. 현재의 정부안으로 또 다시 내년 1-2월 임시국회에서 똑같은 공방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정부안을 현실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계속 수세적인 투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을 확인하고 29일 밤부터 국회 앞에서 금속, 화학 지도부에 제안을 하고 파업 가능한 사업장의 의견을 타진했다.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았으나, 해보자는 의견이 좀 더 우세했다.
10월30일 저녁 7시, 국회 앞에서 1000여명의 간부들이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소집되었다. 안건은 3대 악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투쟁 돌입 시점 문제였다. 중앙집행부는 11월5일 오후 1시부터 전면총파업투쟁에 돌입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이 보다 3시간 앞서 열린 중집을 마치고 온 금속산업연맹 중집위원(백순환 위원장)은 '11월 4일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기법 개악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을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11월5일 오후 1시부터 총파업투쟁에 돌입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정회를 하여 민주노총 상집위원들과 금속연맹 지도부간의 조율이 이루어졌다. 회의에는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금속노조 위원장,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금속연맹 경기본부장, 화학섬유연맹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협의결과 언론 등에서 3대악법 국회처리가 물건너갔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법안처리중단 확인을 요구하고 불응할시 파업투쟁에 돌입하는 수순을 밟을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공식적인 답변 방법에 이견이 있었다. 연맹에서는 환노위의 공문 또는 기자회견을 방안으로 제출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환노위 위원장이 환노위의 공식적인 결정을 공문으로 답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여 논의 끝에 민주노총 집행부의 안으로 합의되었다.
중집이 속개되자 조정안에 대해 전교조 위원장이 환노위 보다는 양당에 답변을 요구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하여 수정안으로 결정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민주노총은 10월3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3대 악법 폐기와 새로운 입법작업을 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우선 11월 4일까지 3대 악법 통과에 반대한다는 당의 입장을 공문으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양당이 이를 거부할 경우 11월5일 오후 1시를 기해 총파업투쟁에 돌입할 것을 발표했다.
10월29일부터 시작한 간부상경 노숙투쟁에는 약 4000여명의 간부들이 참가하여 근기법개악안, 경제특구법, 공무원조합법 등 3대 악법 저지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10월30일 현재, 총 17만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찬반투표를 마쳤다. 금속산업연맹의 자동차 완성3사, 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의 금호타이어노조, 구미 화섬 3사, 여천 석유화학단지 노조들이 파업투쟁의 중심으로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동시에 3대 악법 국회통과 반대입장을 민주노총에 통보하지 않는 한 11월5일 오후 1시에 최소한 13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양당이 민주노총에 법안처리 반대입장을 공문으로 밝힐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로써 4.2 총파업투쟁 실패 후 불과 7개월만에 다시 비슷한 투쟁동력으로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이 기치를 올린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금속산업연맹 지도부는 이 투쟁을 또 다시 실패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무거운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다시 총파업투쟁의 기치를 올리게 된 것은 현장 조합원들의 뜻이다. 3대 악법 자체의 내용이 제조업 노동자들의 분노를 촉발한 것이다. 화학섬유연맹 소속 조합원들까지 파업에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실추된 민주노총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조직력을 복구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다.
11월5일 총파업투쟁의 끝은 어디일까? 일정상으로 보면 11월5일 국회 환노위에서 법안처리 유보를 결정함으로서 4시간 파업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확정되어 있는 11월6일 상임위까지 갈 가능성이 더 많다. 상황에 대한 지휘자가 없는 현 정치권의 사정으로 예산 등의 문제로 바로 임시국회가 소집되어 장기투쟁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투쟁의 양상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11월5일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은 11월 4-5일 공무원 파업투쟁과 연대할 것이다. 이 투쟁에 대해 강경 탄압이 가해진다면 투쟁은 자연스럽게 11월10일 전국노동자대회로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뒤에는 11월13일, 이미 20만 명이 조직되어 있는 농민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노동자, 빈민, 농민으로 이어지는 11월 1주일간의 투쟁은 그 양상에 따라서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신자유주의·세계화 정책에 의해 5년 간 당해 온 민중의 분노가 투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비해 전체 운동진영의 대응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노농빈의 투쟁을 하나로 엮어 큰 투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미약하다. 우리 운동에서 그런 지도력을 발휘할 세력들이 없는 것인가? 특히 정치조직들의 대응은 미미하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힘이 2002년 노동자·민중투쟁을 묶어 세우기 위해 작동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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