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창]2029년. 대한민국…터미네이터Ⅲ

인간적 가치에 대한 시장의 역습

문광명/변호사
1997년 8월 29일. 1인당 국민소득이 반토막나고 수십만의 화이트칼라들이 직장에서 제거되어 붕괴하는 가정이 속출했고 1천3백만 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IMF의 생존자들은 “심판의 날”이라 했고, 또다른 악몽인 “시장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시장을 신과 같이 숭배하고 인간을 경쟁에 투입되는 부품쯤으로 처리하는 ‘시장근본주의자’들은 과거로 두 터미네이터를 보냈다. 임무는 대한민국 사회에 자라나는 ‘인간적 가치의 제거’였다.

첫 터미네이터는 1970년, 평화시장 노동자로부터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달픈 가슴앓이와 같은 원초적 감정을 탈취하기 위해 쿠데타까지 감행한 군부를 보냈지만, 11월 13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불꽃 속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의 씨를 온누리에 뿌림으로써 실패했다.

두 번째 터미네이터는 시장 이외의 모든 인간적 가치, 생명, 문화적 다양성 자체를 제거하기 위하여 보냈다. 그때까지도 대한민국 사회에는 인간적 가치와 사회연대성이 어린애와 같이 미약한 수준으로만 성장해 있었다.

월가의 투자회사, IMF, 전경련, 조선·중앙·동아일보, 한나라당을 거느리고 대통령직에 있는 김대중까지 포섭한 두 번째 터미네이터는 효율적 시장 또는 경쟁의 강변 속에서 교육, 고용, 모성, 주거, 파업권, 참여와 협력, 소수자배려, 기간산업의 공공성, 조세와 정부기능의 사회보장성, 80% 국민의 삶의 질 등을 체계적으로 해체 또는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30년 전에 전태일을 보낸 것과 같이, 이번에도 시장근본주의자들에 대항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반란군(The Human Resistance)은 “인간적 가치의 수호자”를 과거로 파견했다. 민주노동당! 문제는 이 수호자가 취약한 지역주의, 냉전반공정서와 성장지상주의에 찌들어온 대한민국의 정치환경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느냐였다.

인류는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생각해 내었고, 삶이 두려워 사회를 이루었다. 과거에 사람들이 죽음과 같이 늘상 있는 위험으로부터 그 충격을 최소화했던 방법은 아마도 영생과 부활과 같은 종교관념이었던 것 같다. 근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사적 위험을 사회화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생명보험, 상해보험과 같은 것이다.

나는 민주노동당을 노동자와 서민에게 있어서 일종의 ‘정치적 보험’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시장근본주의자들과 금융투자자본의 효율적 시장 이데올로기는 정부와 보수정당들, 민간기업가들의 뇌를 “오, 전능하신 주, 시장이여! 그 오른편에 앉으신 경쟁력이시여!”와 같은 한가지 기도문으로 채워버렸다.

이 기도문이 권력차원에서 집행될 때, 시장한계선 바깥에 있어야 할 교육, 문화, 의료, 소수자인권, 환경, 공공시설물 및 작업장 안전, 전력·가스·철도와 같은 특정 공공재산업의 사회보장성, 공익과 소수자배려에 기초한 시장의 사회적 규제가 경쟁의 논리로 파괴되고 만다.

이것이 김대중 정부 5년의 과정이었고, 다음 5년의 과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위험의 현실화를 방지할 최선의 방법은 노동자와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참여하는 것이다.

후세대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듯이 민주노동당을 성장시키고, 인간적 가치의 수호자로서 임무를 완수하게 해야 한다. 벌써 시장근본주의자들이 미래로부터 침투시킨 터미네이터가 다가오는 대선의 집권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 111호] 11.11 ~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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