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일까? 아마도 사람을 위한 도시보다 더 좋은 도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어떤 도시가 사람을 위한 도시일까?
도시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활발히 상거래를 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도시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상거래를 하는 곳이 아니다. 도시는 우리를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며, 다양한 문화적 가치와 성과를 몸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우리의 여러 가능성들을 활발히 키울 수 있도록 해 주는 곳이다. 이런 특징을 잘 이해해야 비로소 사람을 위한 도시가 나타날 수 있게 된다.
도시는 사회의 공간적 구현체이다. 그러므로 도시는 사회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현대의 도시는 크게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자동차를 위한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위한 도시이다. 전자가 더 많은 이윤을 향한 경제적 경쟁의 논리에 사로잡힌 난민의 도시이라면, 후자는 공익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아름다우며 편안한 외형을 갖춘 시민의 도시이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난민의 도시'를 '시민의 도시'로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절대 다수가 도시에서 살게 된 만큼 '난민의 도시'를 '시민의 도시'로 바꾸는 일은 우리에게 너무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 크게 세가지 물리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 더 많은 이윤을 노리고 아무 곳에나 제멋대로 큰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공간은 '공유재'이다. 그러므로 공간의 이용은 철저히 공익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공유재'의 경우에 사유재산의 원리는 규제되어야 마땅하다.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두 이렇게 하고 있다. '공유재의 사유화 경쟁'이 펼쳐지는 사회는 미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이거나 기형적으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이다. 한국은 이런 상태에 있다.
둘째, 자동차 중심의 거리를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는 두가지 과제가 따른다. 먼저 자동차의 도심 운행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도심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을 대체로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중심으로 다루어왔다. 따라서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이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도심을 다듬어왔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도심은 무엇보다 문화적 중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모이는 곳이므로 당연히 문화적 중심이 되는 것이다. 우리도 도심을 무엇보다 문화적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이 걸어다니며 도시의 문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에 모든 길에서 사람들이 건널목을 이용해서 길을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하도와 육교는 그 자체로 보행의 연속성을 막는 장애물이다. 장애인에게 그것은 통행금지를 알리는 푯말과도 같다. 지하도와 육교가 있는 곳에서 길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이다. 사람을 보호하고 교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지하도와 육교가 만들어지지만, 그러나 그 명목은 철저히 자동차를 주인으로 보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장애인 보행자의 관점에서 길을 본다면,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선진국의 도시에서 지하도와 육교를 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지하도와 육교는 경멸의 대상이다.
셋째, 제멋대로 들어서 있는 전봇대를 뽑아 버리고 가로수를 울창하게 가꾸어야 한다. 전기의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전봇대의 크기는 갈수록 커지고 그 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봇대의 크기가 커지고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것이 지탱하는 전깃줄이 커지고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이 나라의 모든 도시는 전깃줄 공해로 시달리고 있다. 멋있는 건물을 애써서 지어 놓아도 뒤엉킨 전깃줄이 그 멋을 망가트리고 마는 경우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전깃줄을 피해 사진을 찍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깃줄을 지키기 위해 가로수를 마구잡이로 자르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고 있다. 척박한 도시 환경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가로수를 심고 기르는 것인 데, 그 가로수마저 마구잡이로 잘라내서 도시 환경을 더욱 삭막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봇대는 없애 버리고 전깃줄은 땅 밑으로 지나가게 해야 한다. 전깃줄은 현대 도시의 중요한 하부구조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려면 땅 밑으로 뿌리를 넓게 뻗을 수 있어야 한다.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하부구조가 잘 갖춰져야 아름답고 편안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글에서 말한 세가지 물리적 변화는 사실 상식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러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도시는 '몰상식'하다. 이제는 이런 상태를 더 이상 내버려둬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위한 도시가 '시민의 도시'인 것은 이 때문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보행자의 관점에서, 전봇대가 아니라 가로수의 관점에서 도시와 거리를 보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스스로 문제를 잘 찾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홍성태 (상지대 교양과, 사회학) rayhope@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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