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정권 수립ㆍ석유 통제 노려

미, 이라크 공격 왜 하나, 사우디 제압 중동질서 재편 추진..."이라크 민중들만 죽어나는 꼴"

이지안 mulu@kdlpnews.org
이라크가 13일 유엔에 보낸 서한을 통해 안전보장이사회의 무장해제 요구 결의를 수용함으로써 전쟁위기는 일단 지연됐으나 이라크에 드리워진 ‘죽음의 예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라크 침공을 위해 결의수용 거부를 은근히 기대했던 미국의 압박은 한층 심해질 것이며 사찰 과정에서 유엔 결의조항인 ‘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으로 간주되는 사유가 생긴다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발발되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의 보도대로 “본격적인 전쟁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라크 전쟁이 이라크의 대랑살상무기(WMD) 무장해제 공개시한인 오는 12월8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힐 경우 외교적 돌파구로 보이는 현재 상황이 일시에 군사적 대치로 돌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사찰 과정에서 이라크가 사찰단의 활동을 방해해 정상적인 사찰이 불가능해지거나 사찰단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개발, 보유해 왔다고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미국은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시의 ‘제로인내정책’은 내년 2월말이나 돼야할 유엔 사찰의 최종결론 이전에 가능한 한 이라크의 ‘중대한 위반’ 사유를 찾아내 군사행동에 들어가려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유엔이 이라크 무장해제에 실패할 경우 모든 군사력을 동원, 제압하겠다”는 부시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올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는 미국이 25만명 이상의 미·영 동맹군을 결성해 대대적인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병행하는 전쟁 계획을 이미 세워놓았다고 전했으며, <뉴욕타임즈>도 부시가 대규모 병력으로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는 이라크 공격 계획을 최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에는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조기 지상군 투입과 종전 후 친미 정부 수립 의지까지 담겨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처럼 이라크 공격을 감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악의 한 축’-미국 맘대로 정한-인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고 온건·친미 정권을 세우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존 볼튼 국무부 차관도 지난 8월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직접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이라크 정권의 교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중동전문가들은 미국의 ‘진짜’ 목적으로 석유에 대한 이익 증대를 꼽고 있다. 중동 국가들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에 친미 정권이 수립되면 석유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어 중동지역의 미국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사우디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모울램 전 영국 내각청 장관은 최근 <가디언>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침공하려는 이유는 9.11 테러 이후 반미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사우디 제압을 통한 중동질서 재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상률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국가이익만을 추구하는 미국의 대 중동정책을 봐야한다”면서 “여기에는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을 강화시키려는 의도와 석유자원의 통제, 무기판매를 통한 미국 군산복합체 지원까지 계산돼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과거의 독재정권으로부터 탄압받고 현재 미국에 의해서도 전쟁위기에 내몰려있는 이라크 국민들만 죽어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미-이라크 전쟁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주간 <옵서버>의 논평처럼 ‘전쟁이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언제 있을 것인가’로 바뀌었고, 부시에게 이 시기는 자국의 정치적 요구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미국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라크 침공 반대를 외치며 지금 이 시각에도 반전집회를 하고 있을 수많은 세계시민들의 말처럼 “석유를 위해 피를 흘릴 순 없기 때문”이다.
[ 112호] 11.18 ~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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