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배/민예총 정책기획팀장
“풀 한 포기에도 정치가 묻어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정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의 정치성은 비단 정치성을 지향할 때뿐만 아니라 비정치적일 때 오히려 빛난다.
이른바 ‘고급예술’이 유한 계급의 사치품으로 전락할 때, 또는 저급한(?) 대중예술이 대중의 정치적 감각을 마비시킬 때 예술은 극도로 정치적인 것이 된다. 또 있다. 예술의 정치성은 창조적 상상력의 담지자인 예술가의 정치참여로 비로소 극적으로 고도화된 정치적 경지에 도달한다.
예술인의 정치참여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와 같은 형태의 직접적 정치참여는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활발해졌다.
그 이전까지 예술인의 정치참여는 직접적, 적극적, 능동적 형태를 보이지 않았다. 예술인들은 정치의 보호 아래 번성할 수 있었으며, 신과 사제의 전지전능한 권력을 영속적으로 유지·존속시키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예술은, 이른바 ‘패트론(patron)’이라는 ‘정치적 후원자’에 의해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오랜 군사독재가 막을 내린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두드러진 경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을 뜻하는 시(詩)와 화(畵)가 문치를 상징하는 서(書)와 함께 정치인의 3대 덕목이었던 조선시대까지 사실상 정치와 예술은 분리돼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태생적 저항성’을 그 내면에 간직한 탓에 한편에서는 여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만 했던 ‘민중·민족예술’ 장르, 예컨대 민요, 민화 같은 장르들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정치성은 부정적 권력화에 더 근접해 있는 현대 대중예술의 정치성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것은 건강한 민중성과 혁명의 에너지를 함축한 저항적 거대서사에서부터 서민들의 생활감정 하나하나를 갈무리한 미시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끈질기게 사회 저변을 파고들었다.
이에 반해 오늘날 대중예술인들의 정치참여는 서민·민중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변화의 열망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과 ‘형태적 유사성’을 갖는다는 이유로 특정 연예인이 TV 출연을 금지당했던 1980년의 폭압적 시대상황이 종말을 고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끄는 ‘스타’들의 정치참여는 그야말로 봇물을 이루었다.
그들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욕과 자신들을 정치에 끌어들인 정치집단 및 정치인의 정치적 의도를 잘 버무렸다. 이주일(정주일), 강부자, 이순재, 최희준, 신성일(강신성일), 김흥국 같은 연예인들이 바로 이러한 예에 속한다.
이들은 때로는 개인적 친분 때문에, 때로는 삼고초려(?)에 의해, 때로는 그들의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당들의 ‘꼬임’과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정치에 입문했고, 명망성과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금뱃지를 다는 데 성공하였으나, 대부분 정치 본연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었다.
그들의 의정활동을 기억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것은 정치적 활동이 미미했기 때문이지만,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결코 폄하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사회적 활동(연예 활동)을 통해 선사했던 ‘웃음’을 정치판에 확산시켜 국회를 코미디 무대로 만드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가수나 탤런트, 코미디언 같은 연예인들 외에도 문인, 저술가, 평론가, 방송인, 음악인, 연극인, 영화인 등 적지 않은 대중예술인들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예컨대 김동길, 정한용, 맹형규, 정동영, 이선희, 손숙 같은 이들이 이런 부류다.
한편으로 최근의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의 경우에 있어서는 싸잡아서 비판만 할 수는 없는, 일종의 ‘지향성’이 존재한다. 비록 그러한 지향성이 노문모 회원들 개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집단화된 이념성에 기반해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한 집단적 이념성이 서민·민중들의 변화열망과 어느 정도 관련돼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더러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 112호] 11.18 ~ 11.24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