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당신들은 나를 징계할 수 없다"

공무원노조 징계 조처는 부당하다

이갑용/울산동구청장
‘…우리는 이같은 사상초유의 대규모 징계가 불법 집단행동을 힘으로 밀어붙인 공무원들 스스로 불러들인 결과라는 점을 지적하며… 힘겨루기에서 밀릴 경우 앞으로 정부는 노조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지난 연가 투쟁 때 일부 단체장은 정부 방침을 무시하고 무더기로 연가를 허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징계에서까지 불법을 저지른 공무원 편을 든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징계에 불응하거나 소극적인 지자체에 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등 제어 수단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엄포로 끝나서는 안된다’

지난 11월13일 “파업 공무원 징계 주시한다”는 제목으로 노골적인 협박을 담아 중앙일보가 쓴 사설이다. 조선일보는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보수 언론 대부분이 아마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의 표현대로라면 “불법을 저지른 공무원 편을 든” 나를 국민이 어떻게 용납하지 않을 것인지, 그리고 그 국민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철밥그릇’으로 불리며 그 안전성에 힘입어 여염집 규수들에게 아주 인기 있던 직업,‘복지부동’이나 ‘부정부패’같은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경쟁률 수백대 일을 자랑하는 직업, ‘공무원’.

한때 교사도 그랬다. 평생직장에다 사회에서 존경도 받으니 어디에 내놓을 간판으로 그만한 직업이 없었다. 그러나 교사나 공무원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89년도에 전국의 교사들이 감히 신성한 ‘선생님’이기를 포기하고 ‘노동자’임을 선언한 전교조사태가 일어났을 때, 언론은 지금처럼 생난리를 부렸다. 신성한 교사들이 노동자로 전락, 아이들을 볼모로 과격한 투쟁을 일삼는 집단 등 ‘노동자’라는 말에 대한 ‘알레르기’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 부추김에 힘입어 정부는 무려 1천5백명의 교사를 한꺼번에 교단에서 내쫓았다. 그러나 교원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마침내 합법화가 되었다. 합법화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사회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아 보상금까지 받았다. 전교조합법화를 걸고 국회 앞에서 단식을 했던 인연으로 나는 전교조의 합법화를 어느 누구보다 기쁘게 지켜보았다.

가시밭길을 헤치고 끝내 합법화를 이룬 교원노동자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교사라는 안락한 중산층을 버리고 천대받는 ‘노동자’로 기꺼운 ‘계급이동’을 한 우리 동지들이 정말 장하게 여겨졌다. 지금 공무원 노동자 동지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다시 옛날의 교사노동자동지들을 바라볼 때와 같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온갖 협박을 하고 구속, 해고를 시키면서 막으려 했던 그 불온한 단어 ‘노동자’, 기자건 교수건 선생이건 그 누구라도 그 단어만 입에 올리면 알레르기를 보이는 이 세상에서 이제 막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딛은 공무원노동자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전교조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오늘, 그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반민주세력들은 마땅히 역사의 단죄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십수년전 전교조를 불법이라며 교사들을 징계하고 해고시킨 자들, 교사를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신성한 교사가 감히 노동자로 전락하려 한다’는 망발을 일삼은 자들은 오늘도 승승장구하며 여전히 ‘공무원’의 노동자 선언을 매도하고 탄압하기에 바쁘다.

‘역사바로세우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나는 단호하게 행자부의 지침을 거부한다. 전교조처럼 공무원노조도 언젠가는 합법화가 될 것이며 ‘사회개혁과 부정부패척결’을 내걸고 싸우는 공무원노조의 투쟁 또한 사회민주화로 인정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그것이 사회정의이고 진리이다. 제 몸으로 일해서 임금을 받고 사는 모든 사람은 당연히 노동자이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권리이다.

공무원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징계하려는 당신들이야말로 역사의 죄인이며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다. 행정자치부와 김대중 정부, 그리고 수구언론에게 경고한다. 공무원노동자들을 탄압하지 말라.
경고 두 번이면 퇴장이다.
[ 112호] 11.18 ~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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