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남북공조 가로막는 ‘황야의 무법자’

지뢰제거 가로막는 미국의 속내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더러운 미국의 속내가 드디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철의 실크로드’의 첫 관문으로 남북협력의 첫 상징적 민족사업인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을 위한 휴전선 지뢰제거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남과 북은 이제 각기 1백 미터 정도의 지뢰제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상호 검증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마무리 작업을 하려는 시점이다. 미국은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은 “정전협정 사안인 만큼 군사정전위원회 채널을 통해야 한다”면서 남북이 자주적으로 검증단을 교환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이 철도 연결을 위한 비무장지대에 대해 남북한이 관리권(administration)을 갖기로 2001년 11월 유엔사와 북한군의 장성급 회담에서 이미 합의했다.

이제 와서 미국이 절차문제를 내세운 것은 자기가 합의한 것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오히려 상대방에 책임을 되짚어 씌우는 황야의 무법자 짓거리를 또 자행하는 것이다. 이 땅의 주인은 정작 우리인데 미국이 주인행세 하는 셈이다.

겉으로는 절차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남북협력과 공조에 의해 한반도 문제를 주인인 우리 남북이 자주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민족의지를 말살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미국은 비무장지대 관할권(jurisdiction)을 남한에 넘기라는 북한의 요구와 남한의 적극적 수용에 노골적으로 반대는 못했지만 관할권을 한 등급 낮은 관리권으로 낮추어 제동을 걸 준비를 사전에 하고 있었다.

이 뿐이 아니다. 비무장지대 공사가 시작되자 지난 9월 라포트 사령관이 우리 국방장관에게 동해선 연결공사 연기를 요청했고 10월초에는 미8군사령관이 군 고위관계자에게 한국군의 공사속도를 늦춰야한다고 경고까지 했다 한다.

이 땅이 뉘 땅인데 외국 놈이 정작 주인인 우리에게 경고까지 하는 지경이 되었나? 그러면서도 그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원한다고 양두구육 짓거리를 버젓이 하는 극단의 뻔뻔스럽고 가증스런 쇼를 하고 있다.
이러한 주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는데도 이 땅의 주류 정치인과 언론 무리들은 50년 이상 해묵은 남북공조보다는 한미공조 우선론만을 아직도 뇌까리는 친미예속사대매국노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커밍스가 11월 18일자 <네이션>지 기고문 “한반도에서의 마지막 대결”에서 “우리는 너무도 빨리 부시행정부가 벌여 놓은 대결극의 종말에 다다랐다.…동북아시아 전체를 파괴할지도 모를 전쟁을 회피할 수 있는 ‘냉철한 이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절망적인 개탄을 했다.

이제 핵파동을 계기로 미국의 북한 죽이기는 본격화되어 한반도는 이제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두 가지 유형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나는 단기적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봉쇄를 통한 장기적 고사작전이다. 두 경우 다 남과 북은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이다.

핵태세 비밀보고서, 부시독트린, 악의 축 등에서 미국은 북한을 핵선제 공격의 0순위로 올려놓고 있다. 말이나 계획만이 아니다. 실제이다. 미국은 제네바합의를 위배하고 98년에 북한의 지하시설들에 대해 가짜 BDU-38 핵폭탄을 투하한 실전연습을 통해 10시간 이내에 미 본토로부터 핵공격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번 여름에도 우리가 붉은악마에 취해 있을 때 미국은 우리 정부에도 비밀로 한 채 북한에 대한 비밀 전쟁계획을 하려다 중단했다.

핵파동을 계기로 이러한 침략전쟁과 더불어 남북간 협력을 비롯해 모든 대외적 교류와 협력을 봉쇄하여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사시키는 책동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무성의 확인과 같이 제네바합의를 북한은 충실히 지켰고 미국은 제대로 지킨 게 없을 정도인데 오히려 북한을 합의 파기자로 몰고 있는 적반하장의 명수가 미국이다.

이 미국에 대한 북한 죽이기 곧 우리 민족전체 죽이기에 대한 방책은 오직 우리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이러한 미국의 책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이 실천의 대열에 가열차게 합류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내가 살고, 내 가족이 살고, 북녘이 살고, 또 우리 민족전체가 사는 길이다.
[ 112호] 11.18 ~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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