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부부는 명퇴대상?

- 손난주 변호사(법무법인 다산)

762쌍의 사내부부가 있는 농업협동중앙회가 구조조정을 단행하였고, 762쌍의 사내부부중 오직 10쌍을 제외한 752쌍의 한 쪽이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다. 퇴직한 752명 중 688명이 여성이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대법원은 이런 명예퇴직이 근로자들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므로 사실상의 해고도, 남녀차별도 아니란다. 심지어 지점장이 부부직원을 불러다 놓고 "남편은 휴직명령을 받고 부인은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게 되거나, 추후 축협 등과의 통합과정에서 우선적인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등 명예퇴직을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니 지금 명예퇴직 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라는 말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말이 단순히 "조언"이거나 "권유"일 뿐이라고 한다.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라니,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

일반사원들은 남성 12.6%, 여성 38.6%만이 사직서를 냈는데 사내부부는 99.9%가 사직서를 냈다. 1차 명예퇴직 실시결과 회사에서 예상했던 인원(1,360명)보다 많은 인원(3,529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하였음에도 회사는 사내부부들에게 집요하게 사직 압력을 가하였고, 이들은 2차 명예퇴직 신청 마감일에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도 사내부부들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사직한 것이니 "사실상의 해고"가 아니라 "고용계약의 합의해지"라고 한다.

근로관계의 종료에 이른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사용자측의 일방적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해고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이며 기존 판례의 명백한 태도이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는 근로기준법 상의 엄격한 요건을 준수하여야만 그 적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남녀를 다르게 취급하는 채용, 근로조건, 퇴직 등에 있어서 여성근로자가 불평등을 주장하는 때에는 사용자가 스스로 남녀차별이 아님을 입증하여야 하고, 표면상 남녀를 동일하게 대우하나 그 기준이 특정성이 충족하기 현저히 어려워 결과적으로 특정성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간접적 차별 또한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의 금지 대상이다.

농협은 남편에게 휴직명령을 하고 휴직명령 대상자는 추후 우선적인 정리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계책임자인 남성의 일자리를 뺏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고집할 수 있는 여성은 몇이나 되겠는가. 이것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아닌 명백한 해고다. 농협은 실제 명예퇴직 예상인원보다 많은 인원들이 명예퇴직신청을 하였음에도 신청기한을 추가로 연장하면서까지 사내부부의 사직원을 받아냈고, 그 후 사직원을 낸 여성근로자들의 66%를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였다. 그 과정 어디에서도 경영상의 긴박한 필요성도,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도 발견할 수 없다.

내가 사내부부가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앞으로 내 후배들, 내 딸들에게 사내커플은 정리해고 1순위니 절대 사내커플은 되지 말아라 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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