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집. 아침에 보육교사가 몸이 아파 못 나온다는 전화를 받은 원장은 급히 용역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 파출부 한 명만 보내줘요”
아이를 맡기고 엄마품 같은 따스한 배려와 최고의 유아교육을 기대한 학부모라면 경악할 일이지만 월급으로만 따지자면 하루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4만~5만원을 받는 파출부아줌마의 수입이 보육교사에 비해 높다.
한국보육교사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육교사 근무환경 조사서’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은 1주일 평균 59.3시간을 일해 근로기준법의 주당 44시간을 15시간 이상 초과했다. 또 전체시설이 10% 미만인 국․공립의 평균 급여는 99만3천원이지만 90% 이상인 민간시설 보육교사들은 평균 66만~71만원. 또 개인시설 가운데 출산휴가가 있는 곳은 12.4%뿐이었고 퇴직금 지급이나 4대 보험가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장기휴가는 꿈일 뿐이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 어릴 때부터 꿈이 유치원교사였어요. 돈 때문이라면 이 직업을 택하지도 않았죠. 초라한 월급보다 더 서글픈건 끝도 한도 없는 잡무와 원장선생과 부모들에게 받는 스트레스예요. 저도 인간이다보니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마냥 사랑으로만 다루겠어요”
경력 4년차 보육교사인 강윤정씨(26)의 말이다. 모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그는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동요도 부르고 놀이도 해주고 껴안아도 주고.
하지만 그는 하루종일 30명의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목이 터져라 아이들을 지도하고, 밥먹이고, 재우고 때론 아이들의 똥과 오줌도 씻어주고, 빨래와 청소까지 해야 한다. 교육자료 준비와 장부정리는 기본이고 원아들 모집이 안될 때는 전단지를 뿌리거나 방문해 아이들까지 모집해야 한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어머니들의 모욕적인 언행. 어쩌다 아이가 친구끼리 싸워 다치거나 조금만 아파도 “도대체 아이는 안돌보고 뭐하냐”며 하인 대하듯 따지는 어머니들이 많단다. 그렇다면 이처럼 보육교사들이 지위와 업무환경이 열악한 것은 무엇 때문이고 해법은 없는 걸까. 문제는 보육교사 자격이 너무 모호하고 느슨하며 민간시설의 경우 정부지원이 없다는 것. 현재는 공인된 자격증이 없이 고졸 이상 학력이면 전국 80여개의 1년 과정 보육교사교육원을 나와 보육교사 2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1급 자격도 전문대 이상 어린이복지 관련 13개 학과에 해당하고, 주거학.위생학.병리학 등까지 160여개 해당 과목이 설정돼 있어 너무 많은 자격자를 양산하고 있다. 2001년 3월말 현재 전국 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보육교사는 4만4천5백44명이다. 해마다 1만명 이상의 자격자가 쏟아진다.
이윤경 한국보육교사회 공동대표는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시급하고, 보육교사 대우가 좋아야 고급인력이 모인다”고 강조한다.
보육교사들은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을 토대로 교사 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교사들이 적정한 인원의 아이들을 돌보며 잡무에 시달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엄마처럼 돌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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