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 울산병원지부 사무국장

“식당 외주화 박살내고 노조 무력화 저지한다”


“11·5 총파업이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노동자의 가슴 속엔 그 열기가 그대로 살아 있으리라 믿습니다. 한계에 절망하지 말고 새로운 희망을 열기 위한 투쟁을 벌였으면 합니다.”

병원자본들의 혹독한 탄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말 그대로 혀를 내두를 정도다.
파업에 돌입한 지 6개월이 가까워 오고 있는 가톨릭중앙의료원(CMC, 강남·여의도·의정부 성모병원)과 제주한라병원은 여전히 사태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고, 앞서 타결된 경희의료원 역시 119일이라는 오랜 파업과 경찰병력 투입이라는 탄압을 견뎌내고도 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의 해임이라는 희생을 치른 끝에 마무리됐다.
지난 5월 23일 파업에 돌입해 열흘간의 파업을 치른 보건의료노조 울산병원지부(지부장 염기용)는 CMC와 경희의료원에 비하자면 상대적으로 올해 파업을 무난히 마무리 짓긴 했으나, 파업 직후부터 한층 치밀하고 노골적인 병원측의 노조무력화 공세에 맞닥뜨려야 했다.
대표적인 것이 병원 식당의 외주화.
지난 9월 25일 병원의 일방적인 식당 외주화로 15명의 식당 조합원들은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조합원 퇴사 압력과 노조탈퇴 공작의 수위도 더욱 높아졌다.
다음은 울산병원지부의 이미자 사무국장을 만나 나눈 얘기들이다.

파업을 빌미삼아 노조무력화 본격화

이 사무국장은 올해 병원측이 파업을 빌미삼아 노조를 와해시켜 버리겠다는 음모를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파업 직전까지 타결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의견 접근이 됐었는데, 갑자기 교섭 약속을 파기하더니 파업 이틀째인 5월 24일 단협 상의 독소조항인 일방중재를 신청해 버린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일부러 파업을 불법으로 몰고 간 것이죠. 그리고 곧바로 지부장과 저를 비롯한 노조간부 여섯 명을 고소·고발 했습니다.
이중 4명에게 체포영장이 떨어졌고 지부장과 저는 구속되어 한 달간의 옥살이를 치러야 했습니다. 우리 노조가 중소 규모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런 피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합의 당시 병원은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구속을 위해 로비를 벌인 것이 분명합니다. 탄원서를 써주겠다고 하고선 영장 실질심사와 구속 적부심이 끝나 구속이 최종 확정된 후에야 마지못해 써주었습니다.”
“또한 병원측은 식당 외주화의 근거로 파업을 얘기했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는 식당 외주화가 불가피하다는 거죠.”

손해 봐도 노조만 죽일 수 있으면 “OK”

“병원측은 식당을 오래 전부터 외주화 하기 위해 기회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파업기간 마다 식당 조합원들이 함께 파업을 하게 되니 환자들이 도시락으로 세 끼를 해결하게 되는데 병원으로선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거든요.
병원측은 식당을 외주화시키면 파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명분 삼아 외주화를 강행한 것입니다.”
- 병원측이 주장하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어느 정도죠?
“처음엔 4억이라고 했다가 요즘엔 10억이랍니다. 하지만 정말 손실이 심각해서 경영 위기에 빠져 있다면 노조가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수입지출 내역서 등의 자료를 달라고 몇 차례 요구했는데 지금까지도 주지 않네요. 더 기가 막힌 건 파업이 끝나자 병원측은 파업 불참 조합원과 비조합원, 그리고 의사들에게만 일시금 30만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입니다. 경영상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 그럴 수 없죠.”
그렇다면 식당 외주화가 실제로 병원 경영에 이익이 되는 지도 의심스러워진다.
“그게 정말 웃겨요. 식당이 외주화 되기 전엔 일반 환자의 경우 한 끼에 4500원씩의 식사비를 받고 의료보호 대상자의 경우엔 3000원을 국가로부터 받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측은 외주화하면서 일반 환자와 의료보호 환자를 가리지 않고 4500원을 외주업체에 지급하기로 계약했답니다.
병원측은 식당을 ‘여명’이라는 용역업체에 3년간 임대하면서 10억의 전세금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 10억원을 은행에서 빌려도 매월 5백만 원의 이자만 지불하면 되는데 식당을 외주화 하면서 매달 2천만 원의 비용이 나가고 있다는 계산이 나와요.
더구나 그간 식당에서 3천만원 정도의 순익을 올렸는데 그것마저 날아가는 셈이죠.”
이쯤 되면 식당 외주화가 파업으로 인한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한 것이라는 병원측의 주장은 터무니없음이 확실해진다.

“노조 탈퇴 할래? 병원 그만 둘래?”

- 파업 이후 식당 외주화 외에 벌어진 노조무력화를 위한 탄압의 양상들을 든다면요?
“식당 외주화 다음 단계로 병원측이 밀어붙인 게 ‘보험과 조합원 축출’입니다. 보험과 직원의 대부분이 조합원인데 그러다보니 파업이 벌어지면 공단에 보험금을 청구하고 받아내는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병원측의 몸이 달게 되죠.
그래서 병원측은 보험과를 비조합원으로 채우기 위해 과장 등이 조합원들에게 인격적 모독 등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퇴직 압력을 넣거나 다른 과로 옮겨가게 했어요.
파업 후 3~4개월 동안 보험과가 순식간에 비조합원들로 다 바뀌었죠.”
다시 식당 외주화 얘기로 돌아가 절차상의 하자는 없었는지 물어봤다.
“단협에 명시되어 있는 노조와의 합의나 협의 의무를 완전히 무시했고 개별동의도 없었습니다.
이번 식당 외주화의 경우 식당조합원들이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긴 것인데 이러한 전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상으로도 노동자의 동의가 필수잖아요. 그런데 일방적으로 전적 처리 하고서는 동일한 근로조건의 업체로 고용승계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우기고 있죠.”

장기투쟁 만반의 준비, 조직력도 탄탄

- 식당 외주화 반대 투쟁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병원측이 식당 외주화 강행 의사를 드러낸 후 한 달 동안은 매일 중식 집회를 가졌습니다. 그러다 매일 집회가 조합원들을 다소간 지치게 하고, 투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으로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는 주 1회 집회와 구내 선전전 등으로 투쟁 방법을 바꿨습니다.
구내 선전전은 조합원들이 앞치마 모양의 천에 ‘식당 외주화 꼭 막아야 합니다’ ‘식당 아주머니들! 힘내세요’ 등의 문구를 적어 몸에 두르고 밥을 먹는다든지, 배식 차에 각종 요구안과 구호가 적힌 선전물을 붙여서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개 중입니다.”
외주화가 강행된 지 벌써 두 달이 다 돼 간다. 식당 조합원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식당 조합원들이 주로 이 병원이 개업할 때부터 일했던 분들이라 병원에 대한 강한 배신감으로 누가 이기나 끝까지 싸워보자는 기운이 한동안 강했어요.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다 보니 어떤 분은 조금씩 불안감을 표현하기도 하죠. 그래도 지금까지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노조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면 노조가 좀더 열심히 투쟁하면 금방 기운을 내실 거라 믿어요.”
이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호응도를 묻는 질문에도 “여전히 주 동력은 살아있고 노조에 대한 믿음도 강하다”고 자신감을 비췄다.

한계를 보기보다 투쟁으로 희망 찾았으면

시야를 넓혀 울산병원은 물론이고 올해 전국적으로 병원자본의 탄압이 유례없이 혹독해진 것을 누구나 실감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정말 유례가 없었어요. 올해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준비하면서 100여개의 노조가 함께 조정신청을 냈는데 그 중 50개 이상의 노조가 직권중재를 맞았죠.
탄압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직권중재 철폐의 당위성이 여론화되고 국제적인 압력도 거세지면서 직권중재가 철폐되기 이전에 최대한 이를 이용해 노조를 박살내 보자는 의도고, 또 하나는 2003년부터 부분개방, 2005년 완전개방을 앞두고 있는 의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노조 무력화가 필수라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CMC와 제주한라병원의 처절한 투쟁에 대한 안타까움과 11·5 총파업에 대한 아쉬움을 잠시 나눴는데, 이 사무국장이 남긴 말은 이랬다.
“비록 11·5 총파업이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됐지만, 노동자의 가슴 속엔 총파업의 열기가 여전히 살아 있으리라 믿어요. 지금 비록 민주노총이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계에 절망하기보다 노동자들이 자기 스스로를 믿고 민주노총을 믿으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열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투쟁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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