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문화철학·공공성·구체성 기준 '대선후보 문화정책 평가'
'철학·공공성'은 권영길·노무현, 구체성은 '노무현, 이회창'
지난 10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2002 대선 문화분야 공동공약"을 제안했던 문화예술계가 이번에는 대선출마자 6명의 문화정책을 비교 검증하는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22일(금) 발표된 문화정책 평가보고서는 지난 4일 21개 문화예술단체가 7명의 출마후보자들에게 보낸 "문화정책에 관한 공개질의서"의 답변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공개질의서에는 각 후보의 문화정책 철학, 이념, 문화(정책) 분야 위상강화, 문화예산·문예진흥기금, 예술인 복지, 문화예술 세제개선, 여성·청소년 등 소수자 문화정책, 지역문화균형발전, 문화유산, 관광, 체육, 출판산업 정책 등과 관련된 질문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는 "정책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책질의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정몽준 후보를 제외한 6명의 후보들이 보내온 답변서를 분석, 평가한 보고서를 통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대부분이 빈곤한 문화적 인식, 철학, 이념을 지니고 있고, 문화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구체성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분야에 비해 대안적 문화정책에 대한 고민과 연구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책분야별로는 ▲문화 공공성, 다양성, 자율성 보장과 관련하여 이한동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가 WTO 문화분야 양허요청안에 대해 재고 또는 철회의 입장을 밝혔으며,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도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방송/언론의 공공성 강화와 시청자 주권 강화에도 대부분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문화기구의 자율성 보장에 있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입장을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문화분야 위상제고 문제에서는 당선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은 모두 긍정적 입장을 취했으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경우에는 문화예술자문위원회의 설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문화예산 3% 확보도 사회당 김영규 후보와 무소속 장세동 후보 외에는 모두 1.5 ∼ 2%에 머물렀다. 문예진흥기금 규모확대에는 모두 긍정적이었다.
▲표현의 자유 문제는 대부분의 후보 간 차별성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분야였고 김영규, 권영길(민노당), 노무현 후보 순으로 개혁적 입장이 드러났으나, 한나라당 이회창,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장세동 후보 등은 보수적인 인식을 보여주었다.
문화향수권 확대와 여성, 장애인, 청소년 등 소수자 문화정책에 있어서도 김영규, 권영길, 노무현 후보 순으로 적극적 입장이 드러났으나, 나머지 후보들은 유보적이거나,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문화창작비 및 문화생활비, 기업메세나 등에 대한 소득공제 문제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문화교육 문제에서는 권영길 후보가 가장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입장에서 답변했다.
나머지 문화유산, 지역문화 균형발전, 문화광장 조성, 체육, 청소년, 관광, 출판산업 정책 등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별점이 없었으나, 남북문화교류 문제는 유력 후보 중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군소후보 중에서는 김영규, 권영길 후보가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권영길, 김영규 후보는 표현의 자유, 소수자 문화정책 등에서 가장 진보적이었으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의 결여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고, 이회창, 이한동 후보는 보수적인 시각이 두드러진 문화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공약을 많이 제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장세동, 이한동 후보는 대부분의 질문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각론이 결여돼 있거나, 질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는 정책의 개혁성이나, 구체성 정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보였지만, 당내 사정이 복잡해서인지 정확한 답변을 피한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정책 중심의 선거, 정책 공론화를 통한 후보자간의 정체성과 차별성 확인, 선거 정책에 대한 시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 등을 위해" 이 보고서를 준비했다고 밝혔으며,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우리 사회발전의 핵심 원리로서, 문화정책 및 공약을 공론화하고 검증하여 문화민주주의 및 문화권리의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이 보고서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작성하기 위해 다섯 차례의 전체회의와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최대한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인터넷 포탈사이트 Daum.net 과의 '문화대통령 만들기' 공동캠페인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평가 보고서는 평가에 참여한 각 단체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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