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독자에게>
선거관리위원회인가, 선거통제위원회인가
대의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선거'란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선거 행위 및 과정을 관리하는 일처럼 중요한 일도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선거 관리는 언제부턴가 선거를 방해하고, 통제하는 행위처럼 인식돼 버렸습니다.
얼마 전부터 대학생들이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고,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운동을 벌인다는 사실이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해가 갈수록 짙어가는 현실에서 우리의 공동체 관계를 총체적으로 엮어주는 '정치' 참여에 대한 집단적 독려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통한 민주적 사회발전을 목표로 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처럼 긍정적인 변화가 그리 달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우편 행정이 마감 날짜 소인이 찍힌 것까지를 유효로 하는 데 반해 선관위는 마감날짜 도착분까지를 유효로 한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있어서도 무슨 조건들이 그렇게 많은지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건 아닌가, 하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국민의 60%가 넘는 사람들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원하고 있었는데도 TV토론을 단 1회만 허용한 것은 이제 다 지난 일이니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만, 자발적인 정치인 팬클럽의 활동에 쐐기를 박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일입니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가 원래 그런 것인지, 날마다 상대 후보와 상대 당에 쏟아지는 정치인끼리의 비방은 한 아름인데도 이를 처벌하는 일은 극히 드문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옹호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일이 잦습니다. 이 지경엔 예술인이 작품 속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니, 결국 선거법과 선거 관리(통제?) 행정 때문에 온 사회가 간접적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드는군요.
이래저래 할말 다 못하고 사는 일반국민과 서민들만 억울한 세상입니다. 세상은 인터넷이다, 뭐다 해서 하늘을 나는데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매끄럽게 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법은 땅으로만 기어다닙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런 현실을 고쳐나가는 것 역시 정치 참여밖에 없겠군요. 서민으로 살아가는 억울함을 없애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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