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ysjung@kdlpnews.org
“각 지자체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받기 위해 또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사업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동·환경·교육 부문의 규제를 풀 것이고 중앙정부에 경제자유구역의 전국화를 요청할 것이다. 기업들은 경제자유구역과 일반지역의 역차별을 이유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기준의 완화를 주장할 것이다. 결국 전국적인 노동조건의 후퇴와 환경·교육 등 전반적인 사회조건의 황폐화를 가져올 것이다”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 이후 일어날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4일 국회는 노동·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법을 통과시켰고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사진)을 통해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각계각층 시국선언, 대규모 시국대회를 여는 등 범국민적 저항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내년 1∼2월 임시국회에서 맞춰 경제자유구역법 철폐와 노동법·공무원조합법 개악안 폐기를 위한 양대 노총 총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92개 시민단체들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서안을 15일 청와대에 제출한데 이어 범국민공대위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법이 정부안을 대폭 수용하는 형태로 통과됐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향후 투쟁은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법안 무력화 및 폐기 투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내년 상반기 중 제정될 시행령안 내용을 두고 노·사·정간의 줄다리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능조건이 되는 국제공항이 8곳, 국제항만이 28곳이나 되는 상황에서 시행령안의 기준이 완화될 경우 사실상 전국의 경제자유구역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파견 노동자 채용이 가능한 직종, 외국인 학교 설치 및 외국인 교원 고용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정할 시행령안의 내용을 두고 노동·사회단체와 정부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에 편승해 관련 법률이 개악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만중 WTO 교육개방반대공투본 집행위원장은 “외국인 학교·교원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교원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등의 개정이 이르면 이번 1∼2월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경제특구법 폐기 투쟁과 함께 관련법 개악 투쟁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려는 국내 기업에 대한 노조 등의 저지 투쟁도 예상된다. 지난 10월 중순 전경련이 주한 외국기업 6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의 기업이 “경제특구에 입주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것을 감안하면 외국기업의 입주는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주 대상은 외국인투자기업(전체 주식의 10%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한 기업 및 외국인 주식지분이 10% 미만일지라도 외국회사와 다양한 시장계약을 맺은 기업)으로 인정되는 국내기업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투자기업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많은 국내기업들이 졸속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예상하고 있다.
김태연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국내기업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며, 이전 후에는 파견 노동자를 주로 고용할 것”이라며 “이는 실질적인 노동조건의 후퇴를 의미하는 만큼 입주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노조를 묶어서 공동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철규 교수는 “이번 경제자유구역법 통과는 더 이상 일괄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자본의 인식을 바탕으로 전반적 규제완화를 꾀하려는 시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법안 폐기 등 국지적인 마찰이 아닌 전반적인 노동·사회 조건의 향상을 내걸고 싸워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13호] 11.25 ~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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