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미확인 ‘핵보유’ 정보 흘리며 긴장 조성

한반도 정세 해법이 안 보인다

정용상 ysjung@kdlpnews.org
10월 초 켈리 미국 특사의 평양 방문 이후 급격하게 냉각된 한반도 정세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북미 관계의 포괄적 대화와 일괄 타결을 촉구하고 있는 북한과 ‘검증 불가능’한 유화 발언과 핵개발 선포기를 주장는 미국 사이에 협상의 기미는 안 보이고 있다. 오히려 최근 미 중앙정보국이 북한 농축우라늄 시설 관련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 등 미확인 정보를 흘리면서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의 상황에 대응할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으며 한반도 긴장 분위기를 완충해줄 수 있는 주변국들의 상황도 좋지않다는 점이 ‘해법’ 찾기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16대 당대회를 통해 권력교체기에 들어간 중국과 체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고 일본은 납치자 문제로 북한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남한 역시 대선을 앞두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 사항인 대북 중유지원이 지난 14일 KEDO 집행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12월분부터 중단됐으며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도 위기에 놓여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18일 파월 국무장관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어 켈리 대북특사는 19일 “제네바 합의를 공식 파기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미국 측은 대북 유화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다.

북한은 11월 19일발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통해 “(미국이) 국제적 압력과 고립전술에 계속 매여 달린다면 우리도 그에 대응한 조치를 따라 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고 21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미국이 우리더러 합의를 위반했다고 걸고 드는 것은 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마음대로 위협해도 좋지만 작은 나라는 그 위협에 대응하려 하면 안된다는 오직 미국식 초대국주의의 강도론법”이라고 반박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의 유화 발언은 정책적 변화 없는 명분 쌓기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유화 발언에) 대응해 협상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유 공급 중단을 통해 압박하고 ‘체제 인정’ 발언을 통해 유화적 모습을 보이는 등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북한이 체제보장을 위한 법적 확약을 요구하는 만큼 정책변화 없는 유화발언에 북한의 호의적으로 반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는 미국의 유화발언을 기회로 북한이 전향적인 대화 자세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불가침조약의 체결은 강자가 약자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강경 일변도에서 전환,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현재 상황이 대화에 유리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미 관계와 함께 북일 수교 협상도 납북자 문제를 둘러싸고 매우 좋지않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의 강경파들은 방일한 납북자 5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으며 “납북 일본인 자녀를 돌려보내는 것”을 “북일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등 수교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7일 “미사일 발사시험 유예를 재고하겠다”고 일본에 경고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여론이 나빠질대로 나빠져 북일회담 합의가 지켜지기 어려워졌다”며 “북미간 핵문제 타결 이전에는 북일관계 개선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미, 북일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마땅한 합의를 도출할 방안도 중재자도 없다”며 “지난 94년의 경우처럼 미국이 특사를 보내 협상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내놓을 마땅한 협상안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철기 교수는 “남한에 보수우익 정권이 들어선다면 향후 대북 정세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113호] 11.25 ~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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