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민주노동당 정책국장
이번 대선에서 내걸 민주노동당의 1백대 공약이 ‘일하는 사람들의 대통령 권영길과 함께 만드는 평등 세상, 자주적인 나라’라는 제목으로 발표된다. 1백대 공약은 21개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정치·경제·인권 등의 부문별 정책과 여성·농민·장애인 등의 계층 정책을 망라하고 있다.
1백대 공약이 가장 앞세우는 것은 ‘조세 복지’와 ‘평화 군축’이다. 선거 때만 되면 ‘진보정당’이 되어 남의 당 공약을 베껴대는 기성정당들로서도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공약이다. 부자와 미국의 눈 밖에 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져 있는 부유세가 가장 앞에 내세워졌고, “10억 이상(과세기준)의 재산에 부유세를 부과하는 등 부유층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여 조세형평을 이루고 국가재정을 확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당장 사회복지예산을 두 배 이상으로 늘이고 사회복지 중심의 장기 정책을 펼쳐, 온 국민이 교육·보육·의료·주택 걱정 없이 사는 평등복지 사회를 만들겠”다며, 분명한 계급성과 이념성에 입각한 재정지출 우선 순위 변경 계획을 보여주고 있다.
‘평화 군축’ 분야에서는 일괄협상을 통한 핵무기 해결, 신무기도입계획 중단, 대체복무제 도입, 예비군제 폐지 등 다양한 정책이 포함돼 있다. 요즘 반미 여론이 일자 이 당, 저 당이 서로 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도 가장 일관되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군복무기간 단축(18개월)을 통한 병력 20만 감축,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남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를 굳건히 하기 위한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평등복지 사회’는 각 부문, 각 계층 공약에서 더욱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교육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내실 있는 무상교육”을 목표로 삼았고, 보건의료에서는 “저소득층과 5세 미만 어린이·임산부·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당장 무상의료를 실시…무상의료 5개년 계획을 추진하여, 5년 후에는 전 국민이 별도로 돈내는 일 없이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외 서민주거보조금, 9대 농업 직접지불제, 전체 아동 절반 공공보육, 1백60만 노인에게 노령연금, 장애수당 확대 등을 공약했다.
정치·부패·인권 분야 공약은 강력한 청산 조치와 직접민주주의다. 부정축재 몰수, 전두환 노태우 추징금 징수, 반민주역사청산특위 설치, 국가보안법 폐지, 당원비례국고보조금제를 통한 기생정당 퇴출은 민주노동당의 정치혁신안이 어느 정도의 개혁이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새 그림 그리기임을 분명히 한다.
민주노동당은 어떤 기관을 이리저리 옮겨대는 권력구조 개편안이 아니라, 지역·비례 동석의 정당명부제, 정치인 소환제, 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정치와 행정의 주체 자체를 바꾸려 한다.
경제와 사회 문화 분야의 특징은 공공성의 확대와 경제사회 주체의 참여를 통한 전반적 민주화다. 공기업 사기업화(민영화)와 해외매각의 중단, 경제자유구역법(경제특구법) 폐지 등 모든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공공성의 확대라는 목적 하에 공약이 세워졌다. 또 각 계층 대표가 참여하는 국민경제정책위원회와 금융통화위원회, WTO 협상단에 농민 대표 참여 등의 공약은 공공성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민주적 과정으로 설정됐다.
요즘 각 언론과 사회단체는 네 후보의 공약을 나름대로 평가한다. 이 때 민주노동당의 공약에는 으레 세 가지 평가가 따라붙는데, “가장 진보적이다”는 평은 사실일테고,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평은 반쪽의 진실을 담고 있다.
다른 당 공약과 비교되어 민주노동당 공약의 가장 큰 특징으로 거론되는 것은 “예산 충당 계획을 가진 유일한 공약”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다른 당들처럼 “노동자부터 재벌까지 모두 위한다”는 망상스런 거짓을 버리고, 누구의 돈을 가져다 어디에 쓸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유일한 당이기 때문이다.
[ 113호] 11.25 ~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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