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 호텔롯데 박정의 여성부위원장(해고자) [사진출처:영상집단 결]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가해자는 물론 회사도 이를 예방하지 못한 것과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근무시간뿐 아니라 회사가 비용을 댄 회식, 야유회 자리의 성희롱에 대한 회사 책임을 묻고, 성희롱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행위에 대해서도 성희롱으로 인정한 첫 번째 판결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 등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서울대 우조교 사건때 국가와 서울대 총장의 책임을 묻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진일보한 판결이지만 회사의 책임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서울지법 민사합의 18부는 롯데호텔 여성노동자 46명이 습관적으로 성희롱을 일삼은 김 모 이사 등 7명과 신격호 대표이사 및 (주)호텔롯데를 상대로 낸 2억 2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는 송 모 씨 등 피해자 9명에게 각각 100만~300만원씩 1300만원을, 최 모씨 등 가해자 4명은 또다른 피해자 10명에게 100만~300만원씩 16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회사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통해 주의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하나 성희롱 위험이 상존하는 피고회사의 경우 단순히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례적으로 실시한 것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사용자의 보호의무 범위는 직장내 근무시간은 물론 회사가 비용을 지원한 공식 행사에까지 미친다"고 밝혀 책임범위를 회사가 비용을 지원한 야유회 회식 자리까지 넓히고, 거래처 사람을 만나는 데 여직원을 데리고 가 성희롱 한 행위나 임원급이 참석한 회식, 야유회에서의 성희롱에 대해서도 회사의 책임을 물었다.
이날 판결이 나온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호텔롯데노조 여성부위원장 박정의씨는 "2000년 파업에 돌입하면서 그간 진급, 대우 등에서의 여성차별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던 것"이라며 "2년동안 싸웠는데 식음료 파트에서 모든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지배인의 문제를 개인 업무로 판단한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씨는 또한 "당시 파업에 참가하고 450명 여성노동자를 대표하는 여성부위원장이므로 당연히 책임지고 해고되어야 한다고 사측에서 이야기했었지만 국내 1급 호텔이라는 롯데호텔에서의 성추행, 성폭행 등의 사안이 언론에 터져 명예가 손실되었다고 판단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라며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것이 해고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해고무효소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호텔롯데의 회식자리에서 제일 어린 여직원을 임원 옆에 앉히고 '음식을 먹여달라, 술 따라라'고 강요하며 회식자리에 참석 못하면 다음날 근무스케줄이 바뀌는 등' 회사내에서 성희롱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확인되었다.
박정자 성희롱 대책위원장은 "호텔롯데는 상급자 중 여성이 전무한 등 여성들이 상시적으로 성희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사측이 1심때까지 가해자들의 징계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피해자의 보호와 아울러서 가해자의 징계를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이후 계획은 소송 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6일 환영 성명서를 내고 "회사가 비용을 지원한 사실상 업무연장인 회식이나 야유회자리라 해도 회사 고위임원이 참가하지 않은 자리에서 일어난 성희롱이나, 근무시간에 여성 앞에서 포로노싸이트를 본 행위에 대한 회사 책임을 묻지 않는 등 회사책임의 범위를 좁힌 내용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며 "성희롱에 대한 회사책임 범위를 더 넓혀 직장 여성 노동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직장 내 성희롱을 영원히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한 "구체성을 띤 피해자의 상황진술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회사의 책임범위를 좁힌 것은 명백한 증거를 제출하기 어려운 성희롱 사건의 성격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소송 사건의 경우에도 애초에 소송을 제기한 270명 가운데 다수가 이후 예상되는 불이익과 회사와 직장 상사인 가해자의 압력, 주위의 시선 때문에 소송을 중도 포기한 데서 알 수 있듯 법정으로 가거나 사회에 알려진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여성민우회도 이번 판결에 대한 논평을 발표하고 "직장내 성희롱을 묵인하거나, 회사의 비용으로 한 야유회 등에서의 성희롱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단순히 형식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한 것만으로 회사의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인식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하지만 직장내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예방부터 가해자에 대한 처벌, 재발 방지 등 전 과정에 대한 회사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되고 법제화까지 되어 있는 시점에서, 회사의 책임을 협소하게 인정하는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 근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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