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많이 없는 나라, 있는 도서관도 독서실로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에서 도서관에서 평화를 배우자고 한다면 왠 뜬금없는 소리라고 할까? 최근 북핵 문제로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갈등에 휩싸여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이라크는 미국이 앞장 선 전쟁 위협에 직면했다. 작년 9·11 사건이후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속에서도 평화를 생각하고 평화를 꿈꾸는 일은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물론 개인적인 명상이나 해탈 등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로 세상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도서관을 통해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도서관은 인류의 모든 지식과 사상을 자유롭고 넓게 접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책을 모으고 그것을 나누어 보기 위해 고안된 사회적 수단이었다. 특히 근대적 의미의 공공도서관은 그 동안 지배계층에 속해있던 도서관을 민중들의 사회적 권리와 책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권인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유재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사상과 지식을 만남으로써 '나와 너'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공동체 의식을 확장해 왔던 것이다. 도서관 사서들은 이러한 가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열린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지적 자유와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도서관을 연령, 계층, 인종 등에 구애됨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도서관은 수많은 인류의 지적 자산인 책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쉽게 옮길 수도 없을 뿐더러 여러 가지 재해에 쉽게 파괴된다는 점이다. 화재, 홍수 등의 자연재해도 무섭지만 무엇보다도 전쟁이 가장 큰 피해를 끼쳐왔다. 그래서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어떤 전쟁도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늘 총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제하는 대신 책으로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여러 곳에서 또다시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전쟁으로 도서관이 파괴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러한 전쟁 위험의 정 가운데에 늘 미국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 현재 미국 부시 대통령의 부인은 도서관 사서출신이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도서관 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알려져 있다. 작은 동네에도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는 나라가 지금 세계 거의 모든 전쟁의 한 편에 선 당사자가 되고 있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들에게 좋은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한 도시에서 시민들에게 단 하나의 건물만 남고 나머지 모든 것이 파괴된다고 가정할 때 어떤 건물이 남았으면 좋겠는가를 물었는데 시민들은 도서관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시민들은 도서관에 자신들의 모든 지혜와 지식,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그것만 있다면 다시 도시를 재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관을 평화의 근거지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서관을 독서실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제부터는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들어 도서관에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평화를 나눌 수 있게 해야한다. 따스한 햇살이 밀려드는 동네 도서관 창가에 앉아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북한에 대한 책이나 이슬람 문명에 관한 책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평화를 이룰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땅의 지도자들부터 보통 사람들까지 모두 도서관에 가득한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되어 온 지혜와 지식을 배우는 것에서부터 평화는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 어우러져 도서관을 바라보고 도서관을 찾아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평화는 시작된다. 우리 모두 갈등과 전쟁에 대한 유혹을 벗어버리자, 갈등과 전쟁으로는 결코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이제부터는 도서관에서 평화를 배우자, 그리고 평화를 맛보자. 이것이 단지 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용훈(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 blackmt@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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