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편집자 주] 문화연대는 21개 문화예술단체와 함께 지난 11월 4일 2002년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게 <2002년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자의 문화정책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였으며, 11월 22일 오전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정책 답변을 중심으로 <'2002 대통령 선거' 후보자 문화정책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에 지면 제약상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게재합니다.
'2002 대통령 선거' 후보자 문화정책 평가 ⓛ : 총평
(1) 문화에 대한 철학과 이념이 매우 빈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든 후보가 문화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에 대한 철학과 이념은 매우 빈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화에 대한 철학과 이념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 생략되거나 매우 단순하게 기술되어 있었으며, 그 주요 내용 역시 매우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한 국가의 대통령 후보자들이 문화와 관련된 철학과 이념에 있어 "문화는 지원하면 좋은 것"이라는 수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정치, 경제와 관련된 정책에 있어서 후보자들이 강조하는 자신과 소속 정당의 철학 및 이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과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2) 사회 변화에 따른 문화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매우 추상적이고 형식적이다.
모든 후보가 "21세기는 문화의 세기", "문화가 새로운 국가정책의 중심 매개"라는 큰 흐름에는 동의하였으나, 이 역시 대부분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답변에 머물고 말았다. 대다수의 후보들이 사회 변화에 따른 문화정책의 중요성, 그리고 그 상관관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질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특히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문화대통령의 출현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발전이 이제 21세기 우리 사회의 발전에 원동력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문화대통령의 출현 없이는, 그나마 오랜 전통에서 배태된 문화적 무의식과 일부 창조적 문화예술인들의 실천에 힘입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해온 우리 문화의 정체성, 다양성, 창의성이 신자유주의와 뉴라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체제의 변화 속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일반 시민들은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넘어 일상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매우 높은 이해와 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후보자들은 사회변화에 따른 문화의 위상 변화를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차원에서 승인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정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3) 문화정책에 대한 구체성, 전문성, 차별성 등이 매우 부족하다.
문화에 대한 자기 철학과 이념, 사회 변화에 대한 둔감함 등은 문화정책의 구체성, 전문성, 실현가능성 등의 부족함을 드러냈다.
후보자들은 대부분 문화정책 질의에 대해 단순 답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구체적인 문화정책에 대한 질의의 경우 질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매우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답변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문화정책과 관련하여 후보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제시된 공약의 구체적인 실행과정, 실행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채, "반드시", "잘 하겠다" 등의 일반적인 당위성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실 문화환경에 대한 이해, 세부 문화정책에 대한 파악 등이 매우 빈곤하기 때문이며, 이는 문화정책에 대한 후보자들의 전문성, 구체성 등이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후보자간 문화정책의 차별성이 매우 낮고, 대부분 대동소이한 차원에서 형식적이고 당위적인 공약제시의 반복으로 귀결되고 있다.
(4) 대안적이고 생산적인 문화정책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부재한 상태이다.
후보자 대부분이 정치, 경제 등 표와 직결된다고 판단되는 분야의 정책 마련과는 달리, 문화정책에 있어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고민과 연구가 부재한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문화정책, 현실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 등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이는 후보자들의 문화정책 공약이 대부분 형식적인 선심 공약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부분이다.
문화는 인간적 삶의 방식이요, 한 사회의 정체성, 가치, 창조성, 규범 등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사회의 층위이다. 문화가 없으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며, 문화적 실천이 없으면 창조적 행위를 할 수 없고, 나아가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도 없다. 따라서 문화를 가꾸지 않고 외면한 채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 수 없다. 문화정책을 수립할 때 바로 이 점, 즉 문화의 의의(意義)와 그것의 사회적 중요성을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문화는 '문화의 세기' 구호와는 달리 그 의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사실 '문화의 세기'라는 말에는 문화적 관점보다는 경제적 관점이 지배하고 있다. 오늘 문화를 중시하자고 하는 것은 문화예술의 창조성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문화정책을 문화의 사회적 중요성만큼 비중 있게 다루어 사회정책의 핵심분야로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문화는 정치, 경제와 함께 사회의 3대 층위에 속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가 경제에, 문화정책이 경제정책에 종속되어 왔고, IMF 이후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의 시장논리가 사회 전반에 팽배하면서 문화의 상대적 자율성과 문화의 창조적 역량이 시장일변도의 경제정책에 휘둘리면서 문화적 침체와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어온 이런 파행적 상황을 타파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은 물론 창조적 잠재력 전체가 소진될 위험이 있기에 차기 대통령은 이런 심화된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정책으로부터 문화정책의 탈종속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창조력과 다양성을 저해하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문화정책이 제 목소리를 내고 과감하게 개입하도록 문화정책의 정부정책 내의 위상을 크게 제고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많은 후보자들이 문화와 문화정책의 사회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번 선거에 임해 줄 것을 당부한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