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전래동요 아이들에게 되찾아

지나가는 이가 들여다볼 수도 있고, 때로는 발로 찰 수도 있는 개밥그릇. 찌그러지고 삐뚜름한 그 양푼에는 비가 오면 비가 담기고 눈이 오면 눈이 담긴다. 자신의 음악을 ‘개밥그릇’에 빗대는 음유시인 백창우(44)씨는 그렇게 곰살맞은 음악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한다. 그런 그는 최근 이문구 시인과 자신의 동시에 각각 곡을 붙인 음반을 내놓았다.

지난 1997년, 갑작스레 활동을 중단하고 ‘면벽의 시간’을 보낸 백씨는 이태 뒤 어린이음반사 ‘삽살개’를 꾸리고, 전래동요와 창작동요 음반을 차례로 내놓기 시작했다. ‘주부가요열창’에서 즐겨 불리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의 작곡자로, 아니면 노래운동단체 ‘노래마을’을 이끌며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을 들려준 노래꾼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동요를 만드는 모습은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래마을’ 음반에 실렸던 ‘감자꽃’,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를 떠올리면 금세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해마다 열리는 창작동요제들에서 수백, 수천 곡이 쏟아지지만 대부분 아이들에게 버림 받습니다. 경쾌하지만 틀에 박힌 ‘목마놀이용 동요’들은 실제 생활감정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노래마을’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린이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백씨는 아이들의 노래에 햇볕과 응달, 밝음과 어두움의 이미지를 함께 아우른다. “다양한 감정의 결을 심어줘야 사람들과 어울려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건전가요풍 동요의 벽을 깨뜨리고, 전통동요를 현대적으로 되살려 낸 그의 시도는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라는 이름으로 낸 첫번째 음반은 입소문을 타고 3년새 1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공연장에서는 ‘겨울 물오리’, ‘씨감자’, ‘고향바다’ 같은 노래를 따라부르는 꼬마 팬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요새 나오는 동시집 중 전래동요보다 뛰어난 게 있을까요. 전래동요와 놀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준 게 아니라, 골목에서 아이들 스스로 창조한 거예요. 어른들에게 빼앗긴 골목을 아이들에게 되찾아주고 싶습니다.”

백씨는 새 음반을 내놓고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아이들 글모음을 노래로 만드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노랫말은 이오덕 선생이 이끄는 ‘글쓰기 연구회’가 1960년대부터 모은 자료들, 김용택 시인과 마암분교 아이들의 문집 등에서 따올 계획이다. (02)2277-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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