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하나뿐인 공립 어린이집을 군(郡)에서 폐쇄하랍니다. 이제 서민들은 어디에 아이들을 맡겨야 하나요?”
여주군 여주읍 하리 134의 1에 있는 공립 어린이집인 여흥어린이집의 학부모들은 지난 6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여주군보건소의 신축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신축 부지에 포함된 어린이집의 건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임창선(林昶善) 여주군수의 도장이 찍힌 두 장의 짧은 공문이 전달됐다. “7월 31일까지 자진 폐쇄하지 않으면 강제 폐쇄할 것이며, 원장은 조속할 시일내에 민간 어린이집으로 전환, 운영하길 바란다”고 씌어 있었다.
대지 250여평에 120여평의 단층 조립식 건물로 이루어진 여흥어린이집에서 보육중인 어린이들은 현재 74명. 문제는 여주장이 열리는 시장통에 자리잡은 이 어린이집의 원생들이 대부분 농촌 영세민들의 자녀라는 점이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월수입 200만원 미만의 맞벌이․일용직․노점상 등 상인들이다. 여흥어린이집의 한 교사는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가 기르는 아이들이나 편부모 등, 이곳에 오지 않으면 안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여주군의 공립 어린이집은 이곳까지 포함해 단 2곳에 불과하다. 2000년 말 능서면의 여주어린이집과 점동면의 처리어린이집이 폐쇄된 데 이어, 이곳까지 사라진다면 여주 전체의 공립 어린이집은 산북면의 산북어린이집 단 1곳만 남게 되는 셈. 인근 이천시의 공립 어린이집은 6곳이며, 여주군(10만4000여명)보다 인구가 적은 양평군(8만3000여명)에도 5곳이 자리잡고 있다. 학부모들은 “공립 보육시설을 더 확충해 나가려는 정부의 시책에 여주군이 정반대로 역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유아교육법 7조는 국가저소득층 밀집지역이나 농어촌지역 등 보육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취약지역에 국․공립 보육시설을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 김영란(金英蘭․여․31)씨는 “공립과 사립의 경우 학부모가 부담하는 보육료가 5만~10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는 서민들에게 커다란 부담”이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어린이집만이 남게 된다면, 철저한 자유경쟁의 구조 속으로 아이들을 내몰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전임 군수가 노인 표를 얻으려고 보건소를 늘리면서 어린이집을 희생시킨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난 9월 ‘여흥어린이집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진정서․집회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집은 아직 존속하고 있지만, 한 교사는 “아이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 여기 부순다면서요?’하고 물어올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여주군은 “공립이나 사립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여주군 사회복지과의 박은영(朴恩寧)씨는 “여흥어린이집의 이전 부지를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며 “아이들이 공립에 다닌다고 해서 특별히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고,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도 넓히려는 것인데 학부모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주대학 보육과의 곽윤숙(郭允淑) 학과장은 “사립의 경우엔 교육비도 많아질 뿐만 아니라 국․공립에 비해 보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추세가 대도시도 국․공립을 확충하는 것이고, 농촌지역인 여주군은 마땅히 이런 시설을 더 늘려야 하는데, 보육에 대한 개념이 없는 관청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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