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라는 단체가 있다. 1884년에 설립됐으니 1백년을 넘었고, 전국 62곳 지방조직에 대·중소기업을 망라한 1백만의 회원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나아가 세계 1백50여 국가에도 상공회의소가 구성돼 있어 국제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신자유주의의 첨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제정된 경제자유구역법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가 아이디어를 내고,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이 결정적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상의 회장인 박용성 씨는 잘 알다시피 한국 굴지의 두산재벌의 소유주다. 최근 이 두산의 노무관리 방식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얼마전 기본협약체결 등을 요구하는 노조에게 '파업을 접으면 선처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해고 16명, 중징계 80명에다 65억에 이르는 월급과 재산을 가압류했다. 물론 형사고발은 기본이었다. 이 정도면 노조를 탄압할 수단은 다 쓴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회사는 11월27일 "지난 5월22일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했고, 6월이 경과한 11월23일부터는 협약의 효력이 없으므로 새 단체협약 체결까지는 기존 전임자(13명)를 인정할 수 없다"고 노조에 통보해왔다. 협약체결이 계속 늦어지면 노조는 사무실과 집기 등도 쓸 수 없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반면 회사는 아쉬울 게 없다.
대기업에서 이렇듯 무단협 상황이 빚어진 것은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이다. 노조법 제32조는 단체협약 유효기간과 관련해 "(협약시효가 만료되면)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 전까지 상대방에 이를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해놨다. 이 조항은 1997년 노동법 개악 때 노동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삽입된 것이다. 두산 자본은 이를 철저히 이용해 노조를 궁지로 몰아버렸다.
최근 근기법 개악안이 국회에 상정됐을 때 노동자들이 가장 반발한 내용의 하나가 바로 '단협협약 강제조정 조항'이었다.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이 그야말로 피땀으로 만든 투쟁의 성과물이다. 단체협약의 역사가 곧 노조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산중공업 단체협약도 1987년부터 16년 동안 피땀으로 쌓아온 결실이다. 이것을 한꺼번에 빼앗겠다니 어떤 조합원이 간만이 있겠는가. 금속산업연맹과 금속노조는 이미 "단협해지를 통한 노조무력화는 전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간주해 간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박용성 회장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노조와 조합원을 짓누른다면, 노동자들 또한 이를 전체노동자의 문제로 연대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이상근 chang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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