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서울지역 전체 540개 초등학교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선거운동’을 조장하는 공문(사진)이 날아들었다. A4 용지 두 장으로 된 이 공문을 보낸 곳은 서울초등교감행정연구회(회장 오모 교감). 수신자는 초등학교 교감과 한국교총 분회장이다.
‘교육가족회 회원가입운동’이란 제목의 이 공문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회원가입서가 덧붙여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교원정년을 65세로 원상회복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공약을 내건 후보가 당선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합니다.”
학교 운영비를 빼내 자체 조직을 운영하는 교감회가 해괴한 교원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교감회는 서울교총(회장 박희정)의 직능기구이며 서울교총은 한국교총 산하조직이다. 이 공문은 “모든 교직원이 (교총)교원가족회 회원 가입운동에 참여하여 (교사 한 사람 당) 10명 이상의 가입회원 서명을 받으면 서울교총 직원이 수거할 예정”이라 적고 있다.
확인 결과 교육가족회는 서울교총이 교원정년환원을 위해 급조한 선거 대비 특별 모임이었다. 교감회는 이 공문에서 교육가족회 회원 가입 대상으로 ‘학부모와 제자, 가족’ 등을 꼽았다.
이 같은 공문에 따라 일부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은 교사들을 동원, 회원모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후보 선거운동에 직접 나선 셈이다. 서울 ㄴ초의 한 교사는 “수업을 하고 있는데 교육가족회 회원 가입 용지가 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ㄱ초도 28일 하루 종일 회원가입 용지를 돌렸다.
이런 사실이 지난 27일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김재석)에 의해 알려지자, 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은 28일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 이효종 초등교육과장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교감 단체가 학교로 공문을 보낸 사실만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은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제 60조 1항)고 돼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석근 사무국장은 “교감·교장회 지도부가 특정 교원단체와 결탁 학교를 한나라당 선거운동 판으로 만든 데 대해 경악한다”며 ‘관계자 엄중 문책’을 촉구했다.
윤근혁 기자 bulgom@kt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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