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민주노동당 정책국장
지난 10월 26일 권영길 후보가 발표한 ‘평등한 세상, 자주적인 나라 100대 공약’ 중에는 다른 당 후보의 공약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거나, 유사한 내용이 없는 공약들이 여러 개 있다. 하지만 권영길 후보의 이런 공약들이 ‘독특’하거나 ‘이색’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공약 내용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다른 후보들이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권영길 후보의 공약 중에는 청소년보호법 폐지가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을 왜 폐지할까 싶지만, 실상 청소년보호법이라는 것이 자유로운 문화활동을 방해하는 문화보안법이라는 점에서, 표현 자유의 완전한 보장을 주장하는 권영길 후보는 청소년보호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률용어·병원진료기록 등을 쉬운 말로 바꾸겠습니다”는 권후보의 공약은 언어의 계급적 관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는 법률용어, 의사가 아니고서는 알아볼 길 없는 꼬부랑이 진료기록은 법률과 의료를 보통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신성구역으로 남겨 놓은 역할을 하고 있다. 권후보는 지식의 독점을 통한 권위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예비군·어음·연대보증제는 이에 피해를 입고 있는 서민과 전문가 모두가 백해무익이라 단정하고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다른 당의 후보들은 관련 기득권집단의 눈치를 살피느라 이에 묵묵부답했다. 권영길 후보는 서민들의 실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줄 뿐인 이 제도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전두환 노태우 추징금 즉각 징수”와 “정치범 양심수의 즉각 석방”이 있다.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가 완전하다는 듯이 권력구조 개편(실제로는 권력 나눠먹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다른 후보들에게 군사독재의 잔재와 여전히 유린되고 있는 정치적 양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음을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100대 공약의 아흔아홉번째는 “사형제도를 폐지하겠습니다”이다. 세계 1백8개국이 사형을 폐지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1천명 가까운 사람이 사형 당했고, 적지 않은 사형수들이 언제 죽을지 모를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사형 폐지가 최소한의 상식이라 확신한다.
[ 114호] 12.2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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