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 3면] 전국노동자 대회를 다녀와서 ...

전국노동자대회를 다녀와서…

경희대로 올라가는 길목부터 전국에서 올라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왔다. 노천극장으로 올라가는 고갯길 곳곳에는 투쟁의 요구들이 걸려 있었다. 잰 걸음으로 올라가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고 각 투쟁주점마다에는 투쟁의 술자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노동악법을 막기위한 총파업으로 노동법과 공무원조합법은 연기되었지만 경제특구법은 여전히 우리의 투쟁이 소강상태로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기에 이번 노동자대회는 매우 중요했다. 그러기에 많은 동지들이 모여 있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꾸역꾸역 노천강당을 가득 채웠다.
노천극장에 모인 조합원들은 문화공연을 보면서 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함께 즐거워 하기도 하였다. 55년 걸려 왔다는 철도노조, 켑스 노조 율동, 투쟁 비디오를 보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는 것을 실감하였다.

대학로에서 진행된 전국노동자대회는 ꡐ엎어버려ꡑ라는 걸개그림이 상징하는 것처럼 ꡐ노동자세상ꡑ을 향한 전국 노동자들의 염원을 담고 있었다.
97년 IMF 이후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실직의 아픔을 겪어야 했는가?가진자들은 모를 것이다. 그뿐인가? 상시적 구조조정은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고 있으며, 이미 현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넘쳐 나고 있다.
ꡐ엎어버려ꡑ라는 결의 의식은 이제 결의하는 의식으로 끝나서 안될 것이다. 모처럼 대학로를 가득 메운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디서 생활하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들의 생존 조건이 같기에 말이다. 그러기에 전날 전야제에서 마신 술이 비록 과했어도 우리들의 투쟁 의지는 결코 ‘취’할수 없었다.

집회가 끝나고 종묘까지 행진이 시작되었다. 매년 서울에 올라오면 아스팔트를 걸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거리에 깔려 있는 자동차안의 시민들이 교통체증으로 짜증나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투쟁 목표와 의지가 제대로 알려지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그것이다.
종묘로 행진하는 가운데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지방의 대오들이 내려가기 바쁜 시간이 성큼 되어 버린 것이다. 마무리 집회가 어설프게 끝나면서 각자의 지역으로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수만의 동지들이 과연 무엇을 가슴에 새기고 현장으로 돌아 갔을까? 30년전의 전태일 동지를 생각하면서? ꡐ엎어버려ꡑ를 생각하면서? 과연 나는 무엇을 새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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