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공단 고려중장비 노조, 결성 23일 만에 해산
한국시그네틱스 탄압으로 악명 높은 영풍그룹 고려아연 계열사 ― 해고 협박으로 노조 굴복시켜
12월 4일은 금속노조 한국시그네틱스지회(지회장 정혜경)의 파업이 500일째 되는 날이다.
영풍그룹 계열사인 한국시그네틱스는 이미 합의된 파주공장으로의 고용승계 약속을 무시하고 노조말살작업에 돌입해 대부분이 여성조합원들인 것에도 아랑곳없이 용역깡패를 농성장에 투입하고 고소·고발과 가압류, 구속 사주와 해고 등 철저히 탄압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장시간노동·인격모독 못견뎌 노조결성
울산 온산공단에 있는 고려아연은 악명 높은 영풍그룹의 주력계열사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고려아연에서 92년 분사돼 나온 고려중장비에 노조가 만들어졌다가 한달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졌다.
부두에 내려진 비철금속을 고려아연 공장으로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려중장비 노동자들은 지난 11월 4일 49명의 조합원으로 금속노조 울산지부 고려중장비 지회를 결성했다.
고려아연에서 분사된 다른 회사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여금과 장시간 노동, 팀장들의 비인간적인 대우 등이 노조결성의 이유로 꼽힌다.
고려아연에서 분사된 회사는 고려중장비를 비롯 고려에너지, 고려산업기계, 코리아니켈 등이 있다.
그런데 이중 3개사가 상여금 700%를 지급받고 있지만, 유독 고려중장비만 400%에 머물러 있다.
근무형태에서도 3개사가 교대 근무인데 반해 고려중장비만 주간근무인데, 말만 주간근무지 밤 10시경 퇴근이 숱하고 심지어 철야근무도 심심찮게 감수해야 한다. 수당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팀장들의 직위를 이용한 비인간적 대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고 협박에 굴복해 노조 해산
그러나 노조가 결성되자 조합원들은 곧바로 강도높은 탄압에 맞닥뜨렸다.
거듭된 교섭 요청을 사측은 철저히 묵살했다. 사실상 고려아연 부사장급에 해당하는 고려중장비 사장은 책임있는 교섭을 할 수도, 할 의지도 없었다.
그렇다고 노조탄압으로 악명높은 영풍그룹 계열사인 고려아연이 순순히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응할 리도 만무했다.
결국 결사적인 투쟁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조합원들은 사장실 항의방문을 시작으로 금속노조 울산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규탄집회(사진)를 갖는 등 차츰 투쟁수위를 높여 나갔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노조 설립 직후부터 고려중장비의 중기(고려아연 소유)를 회수하고 전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자 조합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노총 산하의 고려아연 노조 전직 간부들이었던 팀장들도 “노조 해봐야 남는 것 없더라”는 말로 교란작전을 폈다.
해고 위협에 직면한 조합원들은 결국 사측에 굴복해 노조결성에 대한 보복성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사측의 구두 약속을 믿고 노조를 탈퇴했다.
현재 노조는 임원 3명만 남아 있으며 11월 27일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해산 과정을 밟고 있다.
중소사업장 투쟁, 대응방안 점검돼야
고려중장비 지회 결성에 함께 했던 금속노조 울산지부 이광재 조직부장은 “노조 결성과 정착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조합원 교육에 쏟았지만 해고 협박을 이겨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며 “금속노조의 지원이 집중되지 못한 것도 패인의 하나”라고 고려중장비지회의 실패를 평가했다.
또 “삼화페라이트, 동양금속에 이어 고려중장비까지 온산공단에 만들어진 민주노조가 자꾸만 무너지고 있는데,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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