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pyleft by 노동과세계]11월28일 열린 매일경제 화형식
<매일경제>는 11월26일부터 기획물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를 시작했다. 첫날 1면 머리기사로 올린 이 기획은 제목부터 기이했다. 연맹위원장이 고급승용차 받아 굴리고 노조위원장이 자기 정년을 연장한다는 어용노조 사례를 앞세워 전체노동운동을 노동귀족운동으로 매도하고, 현대차노조 대의원들이 놀고 먹으며 월급탄다는 거짓을 꾸며내고, 산별노조체제인 외국과 단순비교해 한국노조만 전임자임금을 회사한테 받는다고 비판했다.
하나하나 뜯어놓으면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싸잡아서 '노조운동은 모두 잘못됐다'는 '언론기술'을 부렸다.
둘째 날부터는 아예 민주노총을 겨냥해 민영화 반대투쟁을 안주 삼아 '노조원도 설득 못한 투쟁노선'으로 내부분열에 휩싸인 채 투쟁을 일삼고 있는 이해 못할 집단이라고 쏘아 부쳤다.
두산중공업 예를 부쩍 많이 들면서 밑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산별교섭을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공격했다.
셋째날 '실정법은 악법…왜 지키나', 민주노총은 불법파업집단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식칼 든 용역깡패에 맞선 울산 효성파업, 사회보험노조 2000년 파업 등 자극적인 특수사례를 골라 민주노총이 구제불능의 조폭집단이나 되는 듯 후려쳤다. 이어 '공기업 주인은 노조' '무노조 기업이 늘고 있다'는 말이 안 되는 얘기로 노조운동을 매도했다.
도대체 매일경제가 왜 이러나? 민주노총은 사흘째부터 매일경제 앞에서 집회를 열며 강력히 규탄했다. 실마리는 토요일 저녁에 풀렸다. 사용자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자금지원을 받고 이 기획을 썼다는 사실이 노동일보 단독취재 결과로 밝혀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섯째 주제 '오너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에서는 자금을 댄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이 소유주인 두산중공업 사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매일경제 '노조공화국' 파동은 재계와 언론이 거액을 주고받으며 기사를 사고판다는 무서운 현실을 보여줬다. 이번엔 대한상의 꼬리가 잡혔지만 언론계에는 재벌단체나 대기업이 수십 억씩 들여 광고가 아닌 기사를 샀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특히 경제지는 더 심하다. 물론 이 일로 한국언론 전체를 판단할 일은 분명 아니나,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주5일을 빙자한 노동법개악, 경제특구법, 공무원조합법 등 3대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11월5일 민주노총 총파업과 공무원노동자 투쟁, 경제특구법 국회통과와 양대노총의 저항 등 11월 한 달도 투쟁은 끊이지 않아, 대선국면임에도 언론보도 또한 꽤 많았다. 한겨레는 여섯 차례에 걸친 기획 <노사 새시대를 위하여>에서 현 단계 노사관계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자본 편에 선 언론논조는 여전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신문들은 '정치권, 불법파업에 굴복 말아야'(11.6 동아), '임기말 노린 정치파업 안된다'(11.5 중앙), '속 보이는 임기말 파업사태'(11.5 한국), '파업을 위한 파업 안된다'(11.4 문화) 등의 사설을 내보냈다.
노동계 저항으로 경제특구법이 잠시 유보된 동안 조선은 12일 기사 '경제특구법 입법 불투명'에서 "경제특구법이 정치권의 지역이기주의와 노동계의 집단이기주의, 정부의 한건주의가 충돌하면서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고 공격했고, 동아와 중앙도 각각 8일과 11일 사설 '이런 법률로 경제특구한다니' '노조 반대로 경제특구 보류라니'에서 노동권을 더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11월말 공무원 징계가 한창일 때 동아는 '공무원노조 징계반발 명분 없다'(11.28), 국민은 '파업징계 요구 받아들여야'(11.13)를 사설로 썼다. 반면 대한매일과 경향은 4일 각각 징계를 하더라도 경징계를 검토해야 한다, 공무원노조 차기에서 다루자는 내용을 사설로 내보냈고, 한겨레는 6일 사설 '끌려가는 공무원들'에서 정부탄압을 비판해 대조를 이뤘다.
경제특구법과 관련해 방송은 대체로 단순보도에 머물렀고, 이 법이 우리사회 각 분야에 미칠 심각한 악영향에 대해서는 한겨레가 11월말에 네 차례로 나눠 다룬 특집기획을 기다려야 했다.
11월말 호텔롯데 성희롱 판결, 노조홈페이지 접속차단 부당노동행위 판정 등에 대해 언론들은 대부분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특히 방송들은 11월중순을 지나면서 보육시설 확대, 성희롱, 야근 여성노동자 조산위험 등 소외된 여성노동자 문제를 경쟁하듯 다뤄 흐뭇했다.
자본이 주문한 노조비방기사 납품업체로 전락한 일부 언론의 실망스런 모습에 저물어 가는 2002년 연말은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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