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기대반 우려반'

특집/ 막 내린 2002대선과 노동자/ '근기법개악안 찬성' 등 반노동자 정책 공언…'약체정부' 정치개혁도 미흡할 듯/민주노동당 지역주의·'정몽준 쇼크' 딛고 선전, 사실상의 원내진출 전망 밝혀

'16대 대통령선거의 최대 승리자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에서 노동자·농민·서민 중심의 진보정당과 정책을 널리 알려 보수정치 일색의 한국정치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민주노총이 1997년 9월 권영길 초대위원장을 대통령후보로 결정해 15대 대선에 참여하고 1999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한 지 불과 몇 년만에 이룬 성과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맹위를 떨친 지역주의와 사표심리 속에서도 1백만 표에 가까운 득표를 올려 2004년 국회진출 전망을 밝게 했다는 진단이다.

성공회대 조현연 교수(정치학)는 "인지도와 지지도, 득표수 모든 면에서 민주노동당은 대중적 정체성을 확보했다"면서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1987년 이후 매번 기승을 부린 '당선 가능한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이 앞으로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동당 신장식 기획위원장도 "패배한 한나라당의 경우 내부혼란이 예상되며, 당내 주도권 다툼 과정에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부유세와 무상의료·무상교육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진정한 야당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킨 대선 결과는 노동자에게 벌써부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힘든 정치역정을 밟아왔으나, 정책과 노선이 아닌 '이미지'의 힘으로 집권했다는 점에서 지도력이 가장 허약한 정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0개월 동안 노무현 당선자의 지지율이 10%에서 50%까지 오르락내리락 한 것은 이미지정치의 생리를 보여준다"면서 "이미지정치가 한 사람의 당선자를 만드는 데는 결정적 구실을 했지만 한 국가의 통치를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조현연 교수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는 한국에 진정한 정당정치가 없다고 할 만큼 퇴행적인 모습 그 자체"라며 "정당명부제 도입이나 양심수 석방 등 극히 일부를 빼고는 취약한 민주당과 거대야당의 틈바구니에서 김대중 집권기보다 정치개혁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노무현 당선자가 이회창 씨에 비해 '친노동자 후보'로 비춰졌음에도 현실에서 노정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줄곧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 희생 없는 노동시간단축, 주5일근무제 전면실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노무현 당선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연월차축소·생리휴가무급화·기업규모별 차등실시를 뼈대로 하는 정부입법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노 당선자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함으로써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차별철폐·정규직화' 요구와는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기획실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 등 초국적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해외언론들이 '노무현 후보가 당선돼야 조흥은행과 기타 공기업들도 해외투자자에게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했다"는 사실을 환기한 뒤 "경제정책에 관한 한 김대중 정부의 충실한 후계자가 돼 노동자와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노 당선자는 또한 세계화와 대외개방에 대해서도 필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투자협정이나 한미투자협정,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노동자·농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특히 TV토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주장에 대해 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월차·생리휴가 폐지와 주휴무급화, 파견근로 대폭허용 등 노동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으로 지난 11월14일 국회에서 통과됐으며, 7월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두 노총이 폐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악법이다.

다수의 노동자 농민이 표를 몰아줬음에도 노무현 당선자가 이들의 삶을 진전시키기보다는 되레 갈등을 부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1997년 대선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번 대선 결과가 안타까운 이유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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