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하게 헤쳐온 2002년 울산 노동자들

“반성과 혁신, 다부진 연대로 노동의 새희망을 만들자!”


서서히 저물어가는 2002년, 울산 노동자들이 함께 헤쳐 온 올 한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들과 함께 되돌아본다.

○. 올 한해 울산 노동자들에게 가장 의미를 남긴 사건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SK 故송은동 조합원의 유가족과 노동단체들이 끈질긴 투쟁 끝에 결국 직업병 판정을 이끌어 낸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故송은동 조합원의 직업병 판정은 유사한 작업환경에 놓여있는 남구 석유화학공단 수만명 노동자들의 건강권 개선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해 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대폭 강화된 것을 반영해, 올해는 노동자 건강권이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에서는 올 한해 동안 과로사로만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 올 한해 가장 아쉬움을 남긴 사건으로는 역시 발전소 사유화 저지를 내걸었던 발전산업노조의 38일 파업투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발전산업노조의 파업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완강한 투쟁으로 전 국민의 80%에 이르는 지지 여론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를 내건 민주노총의 4·2총파업이 터무니없는 노정합의 끝에 무산됨으로 인해 허무하게 종결되고 말았다.
하지만 철도노조와 함께 50여년의 어용노조 역사를 마감하고 민주노조 시대를 열어낸 발전산업노조는 파업 이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및 노동기본권과 고용안정 사수라는 투쟁의 목표를 견지하며 전열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

○. 올 한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투쟁으로는 효성노조의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구조조정과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113일 파업을 전개하고 화섬3사 투쟁을 이끌었던 효성노조는 올해도 지속된 자본의 악랄한 탄압에 맞서 굽힘없이 투쟁의 나날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파업대오 복귀 이후 237명에게 총 366억여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숨막히는 현장탄압 분위기 속에 열린 대의원 선거에서 효성자본은 대의원의 2/3 이상을 어용 대의원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올 한해 효성자본은 이것을 십분 활용하여 대의원대회에서 ‘임원 불신임, 위원장 간선제,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케 하고, 간선 위원장을 선출케 함으로써 사실상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탄압방법을 동원했다.
노조는 동일한 안건에 대해 총회를 소집하는 것으로써 대응하였지만 효성자본은 조합원의 총회 참여를 갖은 방법으로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간부들과 해고자들에 대한 용역경비들의 폭력이 숱하게 이루어졌으며, 심지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반기 들어 2월 9일 대의원대회 결정이 무효화되는 법원 결정이 내려지고 신모 변호사가 법원에 의해 노동조합 대표자 직무대행을 맡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 신 변호사는 직선제를 주장하는 노조와 간선제를 고집하는 자본측 입장을 교묘하게 절충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사퇴했다. 이에 어용대의원들은 간선 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고, 효성노조는 또다시 팽팽한 대치국면에 들어서 있다.
울산노동자들은 효성노조에 대해 정문투쟁 동참 및 재정사업 후원 등으로 연대의 끈을 이어갔지만, 지난해처럼 폭발적이고 힘있는 연대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 2002년 한해는 울산 노동자들에게 힘겹게 헤쳐 나와야 했던 터널 속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정규직 수준의 임금·근로조건에도 훨씬 못미치는 열악한 상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현대자동차를 제외한다면 민주노조의 뿌리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가 하면 현대자동차 정규직 조합원들 또한 휴일특근이 만성화되어 주야교대근무 속에 실질 노동시간이 주70시간을 넘나드는 과로노동에 시달리고, 게다가 지금 같은 초호황의 상황에서도 고용불안의 위기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현실이다.
당당한 노동자의 삶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시달리고 쫓기는 세월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2002년은 저물고 있다.
이제 다가오는 새해, 노동의 희망을 새로이 열어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어떻게 희망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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