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 문화의 위기를 극복할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화의 위기를 극복할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문화민주주의를 국정의 지표로 삼는 "문화대통령"을 기대하며 -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경선"을 통한 당내 민주주의, "노사모"를 통한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정치참여, 20-30대 중심의 세대정치를 통한 지역감정 극복 등을 기반으로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대안 정책 제시 활성화 및 준비된 선거 감시 활동, 민주노동당의 활동을 통한 진보정치의 가시화, 낡은 정치를 극복하려는 젊은 세대의 정치 활성화 등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매우 소중한 성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정책내용보다는 상호비방이, 정당 민주주의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근거한 세력간 타협이,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교류보다는 소수 후보에 대한 배제가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 정치문화의 한계와 문제점을 심각하게 드러내었다.

특히 우리는 대통령 선거에서조차 '문화의 세기', '문화대통령'이라는 구호만이 넘쳐났을 뿐, 정작 문화의 사회적 의의와 위상에 걸맞은 정책적 관심이나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가 문화의 위기와 재난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문화적 관점보다는 경제적 관점이 모든 국가 정책을 지배하고 있으며, 심지어 문화를 중시하자고 하는 배경에도 문화예술의 창조성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관점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가 경제에, 문화정책이 경제정책에 종속되어 왔고, IMF 이후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의 시장논리가 사회 전반에 팽배하면서 문화의 상대적 자율성과 문화의 창조적 역량이 시장일변도의 경제정책에 휘둘리면서 문화적 침체와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가 문화를 일반 상품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미국식 개방정책에 의거, WTO에 대해 문화개방을 요구하는 양허각서를 제출함으로써 그간 WTO에 대해 문화적 예외를 주장해온 다른 나라들의 주장을 무색케하고 있어, 문화정책의 경제정책으로서의 종속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어온 이런 파행적 상황을 타파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은 물론 창조적 잠재력 전체가 소진될 위험이 있기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새로운 정부는 이런 심화된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정책으로부터 문화정책의 탈종속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창조력과 다양성을 저해하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문화정책이 제 목소리를 내고 과감하게 개입하도록 문화정책의 정부정책 내의 위상을 크게 제고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새로운 정부는 문화의 의의(意義)와 그것의 사회적 중요성을 반드시 유념하고,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를 국정의 지표로 삼아 문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정책을 문화의 사회적 중요성만큼 비중 있게 다루어 사회정책의 핵심분야로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문화대통령의 출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발전이 이제 21세기 우리 사회의 발전에 원동력임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문화대통령의 출현 없이는, 그나마 오랜 전통에서 배태된 문화적 무의식과 일부 창조적 문화예술인들의 실천에 힘입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해온 우리 문화의 정체성, 다양성, 창의성이 급변하는 세계 체제 속에서 위기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일반 시민들은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넘어 일상의 문화적 권리와 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매우 높은 이해와 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문화정책과 관련하여 "투자협정내 문화적 예외 조항 검토, 표현의 자유 확대, 문화예술인의 기본 생존권 보장, 문화예술 향수권 확대, 여성 및 청소년 문화진흥, 문화부 조직 개혁, 남북문화교류 확대 등"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를 위해 적극적인 개혁정책을 입안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실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새로운 정부는 문화사회에 대한 시민과 사회의 요구를 이해하고, 선거 기간의 약속한 문화 관련 각종 개혁 정책의 적극적인 실행은 물론,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를 국정의 지표와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선거는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국민들은 더욱 더 적극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이행 과정 및 새로운 정부의 정책 시행 과정 등에 개입하고 감시함으로써, 사회개혁 및 진보정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역시 선거 기간에 약속한 각종 개혁 정책 및 공약이 실행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낡고 보수적인 정치문화의 개혁은 물론 새로운 진보정치와 문화사회의 실현에 대한 염원이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2. 12. 20.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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