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강순원 교수(한신대)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면 많은 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되었다'라고 자족하게 된다. 놀라운 경제성장, 풍요로운 삶, 엄청난 교육기회 팽창, 자유로운 해외여행, 노동자의 권리 신장, 방송의 자유 등 2,30년 전의 사회적 조건하고 비교하여 보면 이제는 그만 하자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심지어 민주인사들 하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 '지금 운동은 운동도 아니야' 라고 말할 정도이다. 과연 그런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자족하게 만들었는가? 7,80년대 운동했다고 하던 사람들의 삶의 목표가 무엇이었길래 이제는 그만 하자는 말이 나오는가?

한국 사회운동사를 회고해보자면 민주화운동의 지향점은 분명 사회적 약자가 자기존엄성을 가지고 살 수 있는 평화공동체 건설이라고 확신한다. 반독재 투쟁의 대열에서 민중운동과 결부되었던 민주화운동이, 90년대 들어와 민중이 시민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사회적 약자의 총칭으로서 민중의 존재 자체가 운동사에서 부인당한 채 이익집단의 한 부문으로 축소되는 기막힌 상황이 오늘의 중산층 주도의 사회운동의 현실인 것 같다. 정치적 대변자로서 많은 민주화운동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였지만 민중의 정치적 이익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서 주변적 존재인 민중은 가난하게, 인간적 존엄을 경시당한 채 정치에서, 경제에서, 언론에서, 교육에서, 지역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오늘날 누가 민중이냐고? 아직도 70년대 민중이 존재하냐고? 누가 가난한 사람이냐고? 나는 그들에게 다시 묻는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냐고.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중산층은 80%가 넘는다. 그들 자신이 대부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고 하면서 문제는 절대 빈곤이라기보다는 상대적 빈곤이라고 지배층들은 말한다. 하지만 보사부 사회복지사들과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서 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회적 약자로서의 민중이 자기 존엄성을 가지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공동체 건설을 이야기한다면, 이것은 곧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에 대해 말할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

인권교육은 첫째,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열망을 인식시키고 둘째, 인권침해사안을 비판적으로 인식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게 하며, 셋째, 사회적 권리가 부정된 사람의 입장에서 모두가 자심의 처지를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평하고 정의로운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열정을 가지도록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다원적 사회에서 인권교육은 사회적 약자의 관점을 견지해 왔다. 불행히도 우리에겐 이러한 인권교육을 허용받지 못했다. 세계인권선언 26조나 어린이, 청소년 권리규약 29조에서는 인권교육이 교육의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이제 모두를 위한 교육이 인간의 기본권이듯이 인권교육은 모두를 위한 교육에서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를 이제는 모두가 주장하고 구체화시켜야 할 때이다. 2003년은 이를 위한 인권운동의 힘이 결집되는 해의 원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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