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탐방] ⑨새서울캐딜락노조

'착취'를 장례 치르고 싶은 사람들


[Copyleft by 노동과세계] 서울캐딜락노조 조합원들은 ‘장례차량’을 운전한다.



늘 죽음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영구차로 불리는 장례차량 운전기사들. 하지만 언뜻 드는 생각과 달리 이들은 삶을 희망으로 만드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죽음보다 깊은 해고의 고통 속에 처한 이들은 좌절이 아닌 '희망'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새서울캐딜락노조(위원장 김남익)는 조합원 9명의 '미니노조'다. 장례대행업체인 (주)새서울캐딜락에 근무하는 이들은 모두가 버스와 리무진 등 장례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다.

"늘 슬픈 분위기에서 일을 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죽어 팔뚝 길이도 안 되는 관을 싣고 가족의 오열 속에 운전을 할 때면 절로 눈물이 나지요.

때로 관 들어줄 사람도 없는 조촐한 장례에선 직접 들기도 합니다." 초상집을 떠돌면서 보고 듣는 슬픈 사연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길도 없는 오지에 한 많은 주검을 묻고 오는 날이면 소주 한잔하지 않고선 잠들기조차 힘들 때도 많다. 내일은 또 어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고 잠든 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내일은 또 어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까"

"직원들 모두 1년 계약직입니다. 새벽에 퇴근했다가 아침에 바로 출근하며 뼈빠지게
일해도 수당은 꿈도 못 꿉니다. 일요일은 아예 남의 나라 얘기죠."

지난해 12월23일 결성된 신생노조의 김남익 위원장은 노조를 만들게 된 이유로 근무여건 개선과 임금인상, 고용안정을 꼽았다. "식대도 안주면서, 차량이 파손되면 기사 돈으로 고쳐야 합니다. 지난해에는 54일 동안 하루도 못 쉬고 꼬박 일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일하고 받는 한달 기본급이 고작 67만원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 취업규칙에는 '식대지급'과 '차량파손 시 회사와 기사가 수리비용을 50%씩 부담한다'고 명시돼있다.

한 조합원은 이제 막 첫돌을 넘긴 아들이 자기만 보면 운다고 하소연이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때가 많아 아이가 낯을 가리는 탓이었다. 취업규칙에 나와 있는 여름휴가 2박3일을 다녀왔다고 해고된 직원만도 지금까지 두 명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일은 다른 데 있었다. 사장의 비인간적 대우가 이들을 노조결성으로, 투쟁으로 이끈 주범이다.

"얼마 전에는 한 직원이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해고당했습니다. 눈이 무섭게 생겼으니 안경으로 가리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겁니다. 또 한 사람은 생활보호대상자였는데 사장한테서 '돈도 없는 놈이 말만 많다'는 폭언을 들어야만 했지요."

1년6개월 근무한 노조 조직부장이 이 회사 최장기근속자다. 인격모독과 저임금, 열악한 근무조건을 견뎌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부장은 1년 반 동안 20명의 동료가 사직서를 내는 꼴을 지켜봐야 했다. 원래 영구차업계는 이직률이 낮은 편이지만, 새서울캐딜락은 예외였다.

"비인간적 대우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명절 때 받은 선물이라고는 비누 두 장과 달력 하나가 전부예요. 그나마 주유소에서 공짜로 들어온 사은품이었지요. 큰아버지 제사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사직을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아니, 남의 제사는 모시면서 자기 제사는 모시지도 말라는 말입니까?"

'못생겼다'는 이유로 해고하기도

노조결성도 쉽진 않았다. 일하는 곳도, 일하는 시간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사장은 게다가 노조결성을 염려해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배차시간을 아예 나눠버렸다. 5명 이상 모이는 날에는 집에까지 확인전화가 왔다. 밤잠 반납하고 한 달에 한번 꼴로 어렵게 모인 끝에 노조를 만들었을 때는 조합원 모두가 날 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단체교섭 요구에 사장은 막무가내였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던 사장은 결국 세 차례 교섭 끝에 조합원 모두에게 지난 1월30일자로 '고용계약해지 통보서'를 보내왔다. 기사 한 명이 벌어들이는 한달 수입이 평균 1천만원. 어림잡아도 한 달 수입 1억이 넘는 흑자회사지만, 노동자에겐 단 한푼도 더 줄 수 없다는 것이 사장 남광우 씨의
경영철학이었다.

지금 조합원 9명은 한 명의 빠짐 없이 매일매일 민주노총 서울본부로 '출근'하고 있다. 곧 이들이 일하러 다니던 서울삼성병원과 고대안암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에 집회신고를 내고 복직투쟁에 나선다고 한다. 혹 조문길에 만나거든 따듯한 격려의 말이라도 건네기를.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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