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낄라도라를 통해 본 경제자유구역

멕시코 경제자유구역 임금은 최저임금... 노동자지옥구역 비판

지난해 11월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올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경제자유구역에 국내 대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법 통과 이후 시행일까지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시 문제점으로 지적된 '노동조건 퇴보'나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경제자유구역법에는 ".... 전문업종에 대하여 근로자 파견대상업무를 확대, 연장 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상 유급주휴, 월차유급휴가, 여성 노동자의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이유는 '전문직종'이라고는 하지만 그 개념이 모호해서 사무직, 서비스직, 단순노무직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부여돼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한 것인데, 이 최저기준을 더 낮춘다는 것은 심각한 노동권 침해라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 전인 1965년부터 멕시코는 싼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미국과 함께 '마낄라도라' 산업을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육성했다. 이미 그 때부터 '외국인직접투자에 관한 법적규제'를 감면해 왔고, 1994년에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관세도 완화되면서 마낄라도라 지역은 공격적으로 늘었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원영수 국제기획실장이 쓴 '한영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라'에 따르면, 마낄라도라에 고용된 노동자수는 1994년 54만6,433명에서 1998년 4월 98만3,272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마낄라도라의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고,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재해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기형아 출산의 위험까지 감내하고 있었다.

김명혜 교수(전남대 인류학과)가 라틴아메리카(1999년)에 쓴 '멕시코 국경 도시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생활에 관한 고찰'에 따르면 마낄라도라 지역의 노동자들은 멕시코의 다른 지역 노동자들에 비해 최저임금이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하지만 멕시코의 다른 지역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여러 배에 해당하는 실질임금을 받고 있지만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의 경우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세 지역으로 나눠서 지급 되어 왔다. 마낄라도라 노동자가 대부분인 몬터게이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지난해 일당 40.10페소(원화 약 4,321원)의 최저임금을 받았다. 이는 다른 중소도시의 경우 38.30페소(원화 약 4,127원)보다 많았다. 마낄라도라 관련 사이트에서는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이 적어도 하루에 필요한 일당으로 130페소(원화 약14,000)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 이외에 교통비나 의료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가족 중에 어느 한 명이 아파 병원에 누워있게 된다면 식비나 기초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은 좀처럼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낮은 임금, 불안한 고용으로 12시간 노동 후 또 다른 일터로 향해'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은 자신이 맡은 생산량을 완수했을 때만 임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맡은 생산량을 완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한 노동자가 시간당 30켤레의 운동화를 박음질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숙련공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마낄라도라 산업이 번성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하에서는 멕시코의 임금이 미국의 임금 수준 만큼 상승하기 보다는 미국 임금 수준이 멕시코의 저임금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학자들이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즉 경제자유구역의 하향된 임금이 다른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하여 마낄라도라의 노동자들은 근무시간 이외에 집 근처에서 따꼬(멕시코 음식 이름)를 파는 등 제2의 노동행위를 한다. 이렇듯 마낄라도라 노동자들이 법정 노동시간(8시간)이 훨씬 넘는 10~12시간의 노동을 한 후에도 일을 하는 이유는 낮은 임금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제 해고 될 지 모르는 고용불안 때문이다.

마낄라도라에 있는 회사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공장들간의 인수, 합병을 통하여 노동자 수를 조정하거나 업무를재배치 하고 있는데 그로 인하여 고용불안을 야기 한다고 한다. 새로운 경영진들이 들어오게 되면 오랫동안 일해 온 노동자들도 새 경영진하에서는 신참 노동자들로 전락하여 임금이 하향 조정되거나, 정규고용이 아닌 계약직으로 재고용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장들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겨 갑자기 실업자가 되는 마낄라도라 노동자도 많다고 한다. 소규모 마낄라도라의 경우는 설립한지 하루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김명혜 교수가 인터뷰 한 마낄라도라의 한 노동자는 "..현재에는 종전과 달리 많은 노동자들이 계약제로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3개월 간 계약되어 일하고 있는데 이것은 '멕시코 노동법'상 불법고용에 해당한다"며 "계약서 어디에도 임금을 언제 어느만큼 올려주고, 우리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을 얼마만큼 향상시켜 줄 것인가 하는 등의 임금 관련 조항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장의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공장 운영 방식, 임금정산방법, 그리고 언어를 비롯한 문화적 태도 일반에 걸쳐서 매번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고용주 나라의 언어를 할 줄 아는 노동자들이 중간 역할을 하는데 주로 고용주의 회사운영 방침을 노동자가 받아들이도록 권유하는 일이 그들이 하는 일이다

'공장 환경 오염으로 기형아 출산 우려, 임신 확인 여부 위해 생리대 제출'

마낄라도라 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건은 더욱 안 좋다. 마낄라도라 지역은 남성노동자들보다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1976년에는 79%가여성노동자들 이었으며 97년에는 58%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의 여성노동자들이 마낄라도라 지역에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마낄라도라 공장에서는 기혼여성을 기피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과 임신한 여성을 기피한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몸에 유독한 화학약품이나 먼지들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임신한 여성의 경우 기형아 출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현재 한국의 경제자유구역법에서도최저 노동기준과 환경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에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다.

김명혜 교수가 인터뷰 한 또 다른 마낄라도라의 한 여성노동자는 "임신 중에 일을 해서 두개골이 갈라져서 태어난 기형아를 출산했고 낳자마자 죽었다. 전에도 이 공장에서 일하던 2,3명의 여자들이 나와 똑같은 문제를 가졌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아이가 죽고 나서 알게 되었다"며 "그런데 회사에서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한다. 물어보지도 않으니까"라고 말하고 있다.

마낄라도라 고용주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용시험의 일부로서 임신 여부에 관한 신체검사를 받게 하고 채용이 되어서도 계속 임신하지 말 것을 종용한다. 그리고 임신 여부를 판단하는데 드는 비용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여성노동자로 하여금 매달 자신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증거물로 피묻은 생리대를 회사측에 제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의 박진영 조사부장은 "어느 나라에서나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최악이며, 경제자유지역의 경우는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어렵기 때문에 노동조건을 개선하기도 어렵다"며 "무엇보다 한국에도 이런 노동조건이 경제자유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일반화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대표 이철순)에서 '중남미 수출 자유지역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마낄라도라 여성 노동자는 "임신여성보호조항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기업주들이 남성노동자들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여성노동자들의 고용 비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낄라도라에 있는 노동조합은 어용노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러한 노동 조건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대변해 줄 조직을 갖지 못하고 있다.



마낄라도라

1960년대 말 멕시코 국경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하여 면세 부품과 원료를 수입·조립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멕시코 내의 외국인 소유 공장이다. 이 공장들은 주로 미국의 동종업체들이 동아시아 제조업체들의 저렴한 인건비와 경쟁하기 위해 사용되었는데, 미국에서 멕시코로 부품을 보내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상품을 조립·생산하는 형태의 산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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