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병역거부 운동의 동향과 전망③] 최정민(평화인권연대)

[문화사회 편집자주] 지난 12월 17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의 주최로 진행된 국제회의 '전 세계 병역거부 운동의 동향과 전망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해외의 활동가들에게서 듣는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게재합니다. 이번 국제회의를 기점으로 한국의 병역거부권 운동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 문제가 하루 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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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의 인권현황

최근 또다시 병역거부 논쟁이 불붙고 있다. 작년 초 최초 병역거부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수많은 병역거부자들의 사연과 가족들의 눈물이 그 첫 출발이었다면 작년 12월 불교신자이자 평화주의자인 오태양씨의 병역거부 선언이 그 2탄이었고 3탄은 현재 비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병역거부자들의 등장과 대학사회 내에서의 논란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이것이 적합한 결론에 이르기 위한 진통이라면 누구든 지금의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여러 군데서 그러한 조짐이 비치고 있지만, 그 논쟁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로 그치거나 또 다시 지난 군가산점제 논쟁과 비슷하게 치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1만 명에 가까운 병역거부 전과자(?)들과 그리고 지금도 감옥에 있는 1,400여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에서부터 출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60년간의 억압에도, 수많은 고초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이들 병역거부자들을 그저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만이 능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부터 출발해야만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시각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권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일제시대를 거쳐 근대화 이후 한국은 오랜 군사독재 기간과 성장중심의 경제정책 등으로 권위주의, 전체주의, 집단주의가 다양한 사업·운동·물결로 온 사회를 장악하였다. 이렇게 다양성이 사라진 한국사회에서는 여러 방면에서 인권문제가 드러났다. 수십 년 간 인권을 유린당해왔으나 최근에야 드러날 수 있었던 병역거부의 문제는 이러한 우리 사회 빛에 가려진 그늘의 존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21세기 '노벨 평화상'에 빛나는 대통령의 나라, 한국이지만 아직까지 많은 부분의 인권문제가 아직도 심각하다. 특히 군대와 관련한 인권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가장 그 발전의 속도가 느리다고 할 수 있고 너무나 많은 부분이 아직 채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채 버려져 있다. 병역거부의 문제도 20세기 전 세계적으로 양 차 세계대전 및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 그 권리가 인정되고 국가적으로 소수의 병역거부자들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었던데 반해 한국에서는 이제 서야 뒤늦게 '군대 안가는 권리도 다 있구나...'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난 60여 년 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왔던 1만여 명의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은 그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이단'의 굴레를 쓰고 심각하게 오해를 받아왔던 것이다.

가.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법률이 규정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이른바 "양심상의 결정"은 헌법에서 보장한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나. 상관으로부터 집총을 하고 군사교육을 받으라는 명령을 수회 받고도 그때마다 이를 거부한 경우에는 그 명령횟수만큼의 항명죄가 즉시 성립하는 것이지, 집총 거부의 의사가 단일하고 계속된 것이며 피해법익이 동일하다고 하여 수회의 명령거부행위에 대하여 하나의 항명죄만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판례 92도1534, 1992년)

현행법에서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평시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제44조제3호), 개정안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였습니다(안 제44조제3호).
이는 특정 신앙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등 복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자 입영기피죄의 법정형(3년 이하의 징역)을 감안하여 그 형량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165회 국회 본회의 회의록 제21호, "군협법중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

병역거부자들은 경축일을 비롯하여 통상 정기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가석방의 혜택에서 배제되어 왔으며, 매년 몇 차례씩 취해졌던 사면·복권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병역거부자들은 지금도 전과의 멍에를 안고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출소 후 전과로 인해 공무원 임용 자격이 없으며, 민간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신원 조회에서 탈락하는 등의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다.
한국의 헌법은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지 아니한 피의자는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일반 원칙인데, 최근까지 병역거부자들은 대개 수사 개시 때부터 구속되어 왔다.
현재 복역중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은 가석방제도의 적용 문제이다. 병역거부자는 가석방 심사기준에서 특별한 유형으로 분류되어 심사되고 있으며, 교도소 내에서 대표적인 1급 모범수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통상의 경우 50% 이상 형기를 복역하면 가석방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반하여, 반드시 27개월(3년형의 75%이상 복역) 이상 복역해야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얼마 전까지 26개월을 복무해야 했던 현역복무자의 복무기간보다 길게 복역하도록 의도적으로 가석방 신청기간을 장기화한 것으로서,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은 외부로부터 정기적으로 교직자의 방문을 받는 등 종교활동이 허용되고 있으나, 병역거부로 수감중인 '여호와의 증인'들은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하였다는 이유로 일체의 종교활동을 허용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입법·사법·행정의 전 영역에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반 인권적 탄압을 계속하여 왔다. 이러한 탄압의 근거는 병역거부에 관한 사회적 이해와 흐름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몰이해로 특정 종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라는 양상을 띄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명백하게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이며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종교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이렇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행위를 특정 종교인들의 해괴한 행동(?)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우리 사회는 쉽게 이들의 양심은 양심의 자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속단해버린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도 명시하고 있듯이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했을 때 함께 수감되어 있는 병역거부자들이 구타에 의해 사망하기까지 하는 현실을 알고도 감옥행을 택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의 양심이 헌재가 말하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즉 양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들의 신념은 헌법에서 설명하고 있는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고귀한 마음의 소리인 것이다.

... 이 문제를 거론한 KBS와 MBC의 시사프로그램과 [한겨레21]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그 배후에는 '여호와의 증인'이 개입되어 있음과 그들을 위한 특혜입법임이 분명하다. 여호와의 증인은 미국에서 발생한 기독교의 탈을 쓴 이단으로서 '집총 거부(병역기피)', '수혈거부', '국기배례거부'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호와의 증인이 집총을 거부하고 병역을 기피는 이유는 국가와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상하는 전쟁에 참여하거나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식의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양심상의 이유를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양심을 속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종교의 자유와 소수의 인권 보장을 내세워 여호와의 증인이 끼치는 폐해는 간과하고 마치 양심적인 종교인으로 포장하고 미화하는 발상은 위험한 것이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성명, 2001년)

... 결론적으로 병역거부 행위는 남북으로 분단된 특수한 우리의 안보환경 하에서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의무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차원에서도 수용할 수 없지만 병역거부 확산은 물론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 시비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게될 것이므로 현재의 안보환경과 징병제 병역제도 하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에 대한 국방부 입장, 2001년)


최근 인권상황

실질적으로는 작년 12월 평화주의자이자 불교신자인 오태양씨의 병역거부 선언으로 이러한 병역거부 행위가 특정 종교집단의 독특한 행동이 아닌 모든 인간의 양심과 인권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이와 함께 병역거부권의 문제를 공론화 시킴과 동시에 산재해 있는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함께 병행되었다. 특히 지난 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병역거부자들의 가족과 시민단체의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도 사실이나 얼마 전 교정시설 내에서의 종교행위 금지에 관한 권고 이외에 별다르게 변화된 상황이 없는 실정이다.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접수한 내용은
- 항명죄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 심사신청 기준상 차별 행위의 시정 및 종교 자유의 보장 (아울러 사면조처가 시행될 시 병역거부자들의 전과를 말소)
- 병역거부자에 대한 복학을 불허한 대구교육대학교 사건
이 중 교정시설 내에서의 종교행위 금지에 관한 권고 이외에 다른 진정 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은 아직 전해진 바가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정부의 각 부처를 통해 갖은 탄원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절되었다는 사실을 볼 때 현재 이들의 인권상황을 해결하거나 시정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 수 있는 국가기관이 국가인권위원회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에 병역거부자를 비롯한 그들의 가족 및 시민단체의 애가 타는 것이다.
수십 년 간의 인권유린에도 그 사실이 일반에 알려지지 못해 오로지 국가기관에 의해 아무런 저항 없이 차별의 칼날이 휘둘러졌었다는 점, 이들의 모범적인 수형 생활은 교도소가 이들 없이 굴러갈 수 없을 정도로 행형 업무의 많은 부분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라는 점, 전통적인 국가안보 이데올로기 하에서 공정한 법 적용보다도 많은 예외 하에서 억압받아왔었다는 점, 오랜 기간 변함 없는 양심상의 결정과 행동으로 구속 전·후의 일 처리에서 암묵적 패턴이 존재해 왔으나 최근 병역거부 운동의 확산으로 더욱 탄압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국가인권위원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체 하에서 일반 범죄자들과는 차별적으로 병역거부자들에게 법체계를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차별행위라 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병역거부자들이 3년의 수형 생활을 마치고 무리 없이 각급 대학에 복학할 수 있었고 항명죄 처벌 기간이 최소 27개월인 점을 감안한다면 교칙에 의해 미등록 제적을 시킬 수밖에 없다는 대구교육대학교의 입장은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원천적으로 복학의 기회를 막겠다는 처사와 다름없다.


변화된 상황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는 것은 사법계의 움직임이다.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화된 이후 병역거부자들의 항소심 공판이 진행될 수 있었고 형제나 아버지가 같은 고초를 겪었던 거부자들의 경우 6개월의 형이 감형되는 판결이 있었다. 또한 민간법정에서는 거부자들의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다시 병역통지를 받지 않을 최소한의 형량인 1년 6개월의 맞춤형량이 선고되는 관행이 정착되었으며 지난 1월 29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병역거부를 하여 재판을 받고 있던 이경수씨가 제출한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병역법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위헌여부 심판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다. 이는 병역거부 당사자들에 의해서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방식이 아니라 사법 당국에 의해 위헌여부를 물은 것으로 상당히 의미가 크다 하겠다. 결정문의 주요 요지는 다음과 같다.
" 병역의 의무(국방의 의무)는 우리 헌법상 국민의 기본의무로 규정되어 있고, 대한민국의 기본체제인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하여 필요한 신성하고도 중요한 의무이다. 한편으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인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고 종교의 자유 또한 자유민주국가에서는 빠짐없이 인정되고 있는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이다. 그런데 자기의 사상이나 양심 또는 종교적 교리를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경우에는 헌법상 기본적 의무로 되어 있는 병역의 의무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 기본권인 사상, 양심의 자요 및 종교의 자유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게 되어, 그 양자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자를 적절히 조화, 병존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병역법은 이와 같은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이 이를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며,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서는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면서도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아무런 예외적 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현역입영거부자 처벌규정이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결국에는 병역의 의무와 사상, 양심, 종교의 기본권이 상호 적절히, 조화 병존되어 그 어느 쪽도 본질적인 내용까지는 침해되지 않아야 할 양심적,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하여 병역의 의무만을 완전히 이행시키는 대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외에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각자의 사상, 양심, 종교에 따른 실질적 평등을 보장받을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결과는 현역입영거부자를 처벌하는 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 등 일정한 자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채, 아무런 제한 없이 모든 현역입영거부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된 것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므로 결국 위 처벌규정은 위 각 기본권의 보장을 규정한 헌법규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지난 해 몇몇 지방병무청에서 공문을 통해 입영을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들을 완력을 사용해서라도 모두 훈련소에 입소시킬 것을 종용하는 공문을 발송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또한 특히 지난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병역의무의 기피는 우리의 현실에서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고, 그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 이후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예외 없는 구속수사로 이어지고 있는데 올 초 종종 불구속 수사 결정이 내려지던 분위기와 비교해서 대조되는 것으로 법 적용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교정의 날에는 가석방 예정자들에게 가석방 여부를 통보해놓고 이후 이 결정을 번복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법무부는 지난 8월 15일 가석방에서 형기의 70%를 복역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가석방 결정을 하였다. 이어 교정의 날에도 역시 통상적인 병역거부자 가석방 대상보다 넓은 범위인 70% 형기를 채운 거부자들을 가석방 할 것을 결정하고 개별통보까지 마친 상황이었으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1947년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AFSC)가 영국의 퀘이커 봉사협회와 함께 1, 2차 세계대전 당시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고 선택적 군복무의 확장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수만 명의 양심수를 석방시킨 공로로 197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AI)도 전 세계 병역거부 수감자들의 석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 수상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실망스런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차별행위는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어야만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 등 사회적으로 또 법 해석적으로 볼 때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위와 같은 조처들은 지금 당장 시정되고 해결되어야 할 일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왔고 현재도 감옥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이들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인 여론이나 국방부의 반대를 핑계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말고 정부나 나서서 설득하고 대체복무제도가 실시되었을 시 생기는 사회적 이익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사법부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고 꾸준히 보석결정을 내린다든지 병역이 면제될 수 있는 최소한의 형량인 1년 6개월의 맞춤형량이 선고되고 있는 것에 비해 입법과 행정 기관에서 계속적으로 이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미룬다는 것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최정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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