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는 그런 점에서 이제까지 유엔을 통해 이루어져 온 세계적인 차원의 이슈들을 다루는 회의라는 점에서는 이전의 회의들과 기본적으로 일맥상통하지만 이 회의에서 다루게 되는 주제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실제로 논의의 방식이나 내용은 이전의 회의들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들을 보이게 된다.
원래 유엔본부측에서 이 회의를 기획할 때에는 앞서 말한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인류공동의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정보통신기술을 통해서 찾자고 하는 상당히 실용적인 관심에서 출발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점은 이미 폐기된 바 있는 작년 7월 제2차 준비회의에 제출되었던 사무국의 기획문서에 잘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준비 사무국측의 의도는 1차 준비회의를 거치면서 상당부분이 바뀌게 되는데 여기에는 정보사회라는 이 회의의 중심적인 관심사를 두고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민간부문의 관심사들이 서로 상당히 달랐던 데에서 연유하였다.
첫째로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는 "정보사회"라는 어쩌면 세계 일각에서는 이미 거의 현실화되고 있는 사회이면서도 동시에 세계의 여타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미래의 과제로 되어 있는 사회를 다루는 것이므로 각 사회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제기하는 관심사나 지향이 서로 상당히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개발도상국가들은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 해외의 투자자본을 유치하는 데 주로 관심이 있는 데에 반하여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정보통신기술의 시장개척 및 판매에 주로 관심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주로 정보통신 인프라의 보안문제와 정보통신기술의 교육, 훈련을 위한 시장개척에 주로 관심이 있는 데에 반하여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새롭게 나타나는 미디어 병합현상이나 정보사회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하여 이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규율할 지역적인 혹은 범세계적인 논의와 규제의 틀의 형성, 특별히 사회공공적인 정책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논의에 있어 기본적인 권리의 문제나 테크놀로지가 사회전반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사회적인 차원의 관심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보사회"에 대한 범세계적인 논의에 있어 각국 정부들이 과연 어느 정도나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문제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 어떤 점에서는 지금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면 각국 정부들의 관심사는 사실상 별로 적극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것은 작년 7월에 열렸던 제1차 준비회의에서도 정상회의에서 다룰 주제에 대한 논의조차도 쉽게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국 정부들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났다.
결국 작년 9월에 열린 비공식 회의에서 어느 정도 주제의 윤곽이 잡히기는 했지만, 현재 제시된 주제에 대해서 조차도 과연 각국 정부들이 얼마만큼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범세계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깝게는 금년 1월 중순 일본에서 열렸던 아시아지역 준비회의만 하더라도 주로 중국이 대만의 민간단체 참여 허용문제를 놓고 정치적인 문제제기만 계속하는 바람에 사실상 정상회의의 주제와 관련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제2차 준비회의를 위하여 정상회의 준비위의 의장이 제출한 문서의 내용을 보더라도 가장 일반적인 차원의 방향만을 기술하고 있어서 과연 정보사회 형성에 있어서 정말로 실체적이고 의의있는 내용의 합의를 범세계적으로 이뤄낼 의지가 과연 지금의 국제사회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이다.
셋째, 이상에서 기술한 바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사회를 위한 정상회의는 몇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오늘날 범세계적으로 제기되는 상당수의 이슈들이 사실상 정보사회와 연관된 주제들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미 정보사회와 관련한 많은 이슈들이 국제사회에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사실상 국제적으로 그렇게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실상 기술적인 표준화노력과 같은 문제로부터, 국제적인 정책적 공조와 협력이 필요한 사항들, 지적재산권 문제처럼 향후 인류사회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이슈들에 대해서까지도 주로 이러한 논의들이 이뤄지는 대부분의 틀은 유엔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인터넷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술적 표준에 관한 논의는 기존의 유엔의 제도적 틀안에 있다고 할 수 있는 ITU에서가 아니라 주로 미국과 유럽의 엔지니어들이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는 IETF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공공정책 - 예컨대 프라이버시 보호나 소비자보호와 같은 정책적인 문제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는 유엔이 아니라 OECD와 같은 선진국 중심의 논의구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정보통신 인프라의 보안과 관련된 문제도 사실상 이에 대한 세계적인 논의는 현재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반테러전쟁이라는 맥락에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유엔의 구조안에 있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보다도 미국중심의 시장개방의 원리가 관철된 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약(TRIPs)가 더 실질적이고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할 때, 오늘날 정보사회와 관련된 세계적인 문제의 논의의 틀을 이같은 소수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제도적인 틀에서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각국이 참여할 수 있는 유엔의 틀로 가져올 수 있는 흐름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것은 다른 한편에서 지금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가 미국과 같은 나라의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정보사회"가 거의 대부분의 사회에서 공공정책의 지배적인 방향으로 설정되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사회의 기획과 추진은 거의 대부분 국가주도이거나 혹은 민간기업에 의한 시장주도의 형태로 이루어져 왔을 뿐 정보사회가 형성되어 감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시민사회차원에서의 진단과 검토, 대응 및 바람직한 정보사회 추진방향에 대한 모색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해왔다는 문제가 있다.
이같은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보사회와 관련된 규제제도나 국제적인 규제의 틀, 심지어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관심사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이나, 새로운 정보통신 네트워크 활용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들과 연관된 시민적 자유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내에서조차 적극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는 시민사회가 정부나 민간부문과 함께 정보사회에 관련된 전반적인 이슈들을 함께 검토하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제1차 준비회의 이후 제기되고 있는 쟁점들
이번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분명한 공통인식은 향후 정보사회와 관련된 모든 논의가 이제까지의 국제적인 논의구조에서와는 달리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합의를 도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위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한 접근방법(stake holder's participatory approach)이다. 여기서 이해당사자란 크게 보아 정부, 시민사회, (기업과 같은) 민간부문 세가지로 이야기 된다.
물론 개별적인 현안문제에 따라 이해당사자는 보다 세분될 수 있겠지만 하나의 원리로서 정보사회에 관련된 논의에 있어서 어떤 정보통신기술이나 관련정책에 의해 영향받게 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정보사회와 관련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일부 이견이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으로 대부분의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한 합의방식에 대하여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이유는 정보사회의 현안문제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대단히 어려운 문제들이라고 하는 사실이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정보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일종의 상쇄효과(tradeoff)와 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럴 경우, 단순히 규범적인 도식이나 공리주의적인 혹은 실용적인 해결책으로도 여러 관련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국제적인 문제에 대하여 거의 유일하게 의사결정자의 역할을 했던 정부 또한 대규모 정보통신사업체의 민영화, 시장개방, 관련 전문기술의 세분화, 전문화 등으로 인하여 책임있는 의사결정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정보통신 디지털 네트워크가 제기하는 초국가적 성격까지 감안한다면 실제로 문제해결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대체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에 의한 문제해결방식이 국제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접근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문제해결에 있어서의 국가의 주도성을 강조하며 특별히 시민사회의 참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특히 아시아국가들에게 있어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경제개발과정에서부터 사회발전에 대한 정부의 주도성이 유별나게 두드러진 지역이라는 역사적 이유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시아 대부분의 정부들이 이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심지어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있어 선진국가들을 앞서는 수준으로 급속도로 정보사회화 되어 가고 있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산업화 국가들의 경우에서조차 이같은 태도가 고수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단순히 시민사회의 참여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소극적인 태도 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들 대부분에서 기업의 참여가 사실상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향후 정보사회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의 구도에 대하여 비관적으로 보게 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1차 준비회의 이후 지역단위 준비회의들을 거쳐오면서 그간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내용과 대립 혹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주제들을 정리하고 짚어봄으로써 이러한 주제들과 관련된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1) 정보접근권과 커뮤니케이션 권리의 문제
1차 준비회의때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제점의 하나는 거의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커뮤니케이션의 권리문제를 정보사회논의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들의 논의에서는 커뮤니케이션권리에 대한 언급이 거의 완전히 거세되어 버렸다는 점이었다.
즉, 이에 대한 논의는 작년 9월달에 열렸던 비공식회의에서 조차 "정보통신기술에 관련된 윤리적 차원의 문제들"(Relevant ethical dimensions of ICT)에 대한 논의의 여지를 남겨놓는 정도에 머물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작년 11월 마라케쉬에서 열린 ITU회의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정보와 지식에 대한 권리확보"(securing the right to information and knowledge)라는 형태로 정보와 지식에 대한 권리라는 차원이 처음으로 언급되었으며 현재 2차 회의를 위한 비공식 준비문서로 제출된 준비위 의장문서에서는 "정보에 대한 접근과 유통은 근본적인 인권의 문제"(access to information and free flow of information are fundamental human rights)라는 원칙에 대한 진술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여전히 이제까지 유엔인권선언에서도 이미 천명된 바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재확인 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여 참여와 상호작용을 본질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권리차원으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커뮤니케이션의 권리(right to communicate)에 대한 주장에는 아직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그러나 사실 정보사회에서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는 정보에 대한 접근문제 이상으로 원활한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대한 요구가 있으며 이것이 권리차원에서 인정될 때에야 사실은 정보사회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의사결정구조나 논의구조에 일반 이용자의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아시아지역은 이같은 커뮤니케이션의 권리차원에 대한 인식에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역중의 하나이다. 중국 같은 경우는 아예 인권이라는 말 자체도 쓰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인정하는 데에 있어서 지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관리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것은 권리차원에서 보다는 정부의 권한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 시민사회의 참여문제
작년 제1차 준비회의에서 가장 중점적인 논의의 초점이 되었던 주제중의 하나가 시민사회의 참여를 어느 정도까지 어떤 방식으로 허용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였지만 기본적으로 각국 정부들은 시민사회의 참여에 대해서 대단히 제한적으로만 이를 인정하고자 하는 태도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공통적으로 정보사회, 혹은 정보통신기술과 관련된 각국 정부들의 이제까지의 관행은 국가에 의한 대형 프로젝트의 기획과 시행이라는 형태를 취해왔으며 따라서 그러한 대규모 국책프로젝트에 시민사회가 참여한다는 것은 우선 각국 정부의 경험속에서 아주 생소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80년대 중반 무렵부터 세계화를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세계 무역시장에는 소위 민영화(privatization)와 시장개방(liberalization)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되다시피 각국의 정보통신관련 사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관료들은 그네들이 그때까지 행사해오던 권한의 상당부분을 민간기업에게 양도해야 하는 경험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정보사회의 형성에 있어서 민간기업의 참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반 시민사회의 참여를 허용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를 국가의 위임사항이자 국가의 고유권한이라고 이해하는 태도가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오늘날 정보사회의 문제가 단순히 정보통신인프라에 대한 계획과 투자의 수준을 넘어서서 공공정책적 차원의 문제들까지 새롭게 확대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간 약화되어왔던 정부의 역할을 오히려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은 특히 최근 일련의 ITU가 개최한 회의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3) 정보통신 인프라 및 정보생산
대체로 각국정부들의 입장은 정보사회에 대한 논의를 대부분 정보통신관련 기술이나 정보통신 인프라의 구축문제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역력하다. 그에 반하여 유럽의 일부국가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대부분 정보통신 인프라의 중요성 이상으로 지역사회의 현실적인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보(컨텐츠)의 생산에 훨씬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약간 다른 측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각국정부들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운용되는 새로운 정보통신미디어와 네트워크의 구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에 반하여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회의 현실적 요구를 지적하면서 재래식 매체와 새로운 정보통신네트워크와의 병행발전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사회 현실의 삶의 자리에서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유용한 정보와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매체이지 주민들의 현실적인 삶의 요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이고 하향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보통신인프라의 구축이 반드시 주민들의 현실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기 보다는 실제로 정보에 대한 수요를 가지고 있는 지역주민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지역사회의 필요성에 따라 이를 공유하고, 그러한 공공적 가치와 기준에 따라 미디어가 운영됨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지역사회의 통제권을 확보하기를 원한다고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주민들의 요구에 이어져 있는 것이다.
4) 지적재산권에 대한 시각의 차이
정보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가 바로 지적재산권문제이다. 지적재산권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기존의 세계지적재산권기구라고 하는 틀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무역규제와 연계하여 지적재산권문제를 규제하고자 하는 또 다른 선진국중심의 틀이 병존한다.
사실상 이제까지 지적재산권 문제는 주로 선진국들이 주도하여 제기되었으며 그나마 개발도상국들이 상당한 정도까지 발언권을 행사해 온 세계무역기구가 그런대로 이해관계의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으나 세계무역기구가 지적재산권관련 규제협약을 기본적인 협약으로 채택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선진국 중심으로 추구해온 지적재산권 보호의 내용을 무역규제라는 강제메카니즘을 통해 실현시킬 수 있게 됨으로써 사실상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의 틀이 상당한 문제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각국 정부들은 이미 이러한 협약들이 국제적으로 합의가 된 규제메카니즘인 만큼 이를 실제로 각국 상황에서 구현하고 준수하게 함으로써 이를 정보사회 형성 및 발전의 환경적인 요건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강한 반면 이에 대해서도 개발도상국들이나 시민사회쪽에서는 지적재산권이 본래 저작권자의 권한과 이용자의 문화향수권, 혹은 정보접근권과의 균형속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정신속에서 허용되는 권리인 만큼 공정이용(fair use)을 위한 권리의 폭을 확대하고, 사적인 자산으로서가 아닌 공적인 자산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영역(public domain)을 확대하고, 특별히 정보통신관련 기술에 있어서도 소스를 공개하거나 무료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을 촉진하고 장려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작권의 지나친 독점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5) 정보보안과 네트워크보안
정보사회를 위한 세계정상회의에서 초기부터 의제로 제기된 것은 네트워크의 보안 혹은 정보통신 인프라의 보안에 관련된 문제로서 이것은 주로 미국에서, 특히 대태러전쟁의 필요성에서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작년 1차 준비회의와 이후 작년 9월의 비공식회의에서까지 네트워크의 보안문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한 소위 정보보안 - 프라이버시보호문제, 감시 및 검열 등과 관련된 문제들과 네트워크 보안문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부딪쳐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주제이기도 했다.
흥미있는 것은 작년 11월 유럽지역 준비회의에서와 금년 1월에 일본에서 열렸던 아시아지역 준비회의에서는 이 네트워크 보안문제가 네트워크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과 함께 주로 교육, 훈련 등을 통한 "범세계적인 사이버보안의 문화"(global culture of cybersecurity)의 문제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카레스트 선언문과 토오쿄오 선언문에서는 단순히 이러한 문화적인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교류와 국제적인 협력구조, 정책이나 법 등 규제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있었으나 네트워크 보안문제를 문화의 문제로 인식한 것은 자율적 규제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식의 진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 보안문제는 2차 준비회의를 위한 준비위 의장의 초안문서에서는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국제적인 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으로까지 나아가야 함을 암시하는 문구로 구체적인 논의의 의제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유럽지역회의 문서에서는 사이버범죄와 테러행위에 대한 정보자원기술의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언급이 나왔고 아시아지역회의 문서에서는 여기에서 테러를 제외하고 사이버범죄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였는데 이번 2차 준비회의의 의장 초안문서에서는 사이버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체제의 필요성만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6) 여타 문제들
이상에서 지적한 문제들 외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과정에 여성, 청년을 비롯한 사회적으로 취약적인 집단의 참여보장 문제 같은 것은 의외로 쉽게 수용되었으며, 구체적인 논의단계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나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시민사회쪽의 요구도 대부분 큰 이의 없이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적 다양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현재까지는 각국 정부들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있으며 사실상 오히려 각국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들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까지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사회 형성을 위한 환경조성과 관련된 방향에서는 여전히 시장중심의 세계화 논리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여전하며 정보통신 기술이 작업장 감시 등으로 악용되는 문제, 노동자들이 사내 네트워크 등을 노동조합 활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문제, 국가에 의한 감시 및 검열문제 등 상당히 민감할 것으로 여겨지는 문제들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거론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아마 2차 회의에서는 이에 관한 보다 본격적인 논의들이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정보사회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이들은 단순히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문제들에 대한 기본방향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세계공동체의 협력내용, 혹은 사업내용에 대한 기대가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아마 이번 2차 준비회의에서도 단순히 아이디어 제시 차원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2차 준비회의를 위한 준비위 의장의 초안문서에서도 몇가지 실험적인 제안들을 하고 있지만 현실화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좀 더 상당한 준비와 관련 국가들의 참여의지가 확인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방콕에서 열렸던 아시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WSIS 준비회의에 참석했을때 필자는 제1차 준비회의에 참석했던 한 유럽의 참가자로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은 아직도 "회의적인 참여"(skeptical engagement)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 지난번 일본 토오쿄오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준비회의에 참석해 본 사람이라면 실제로 각국 정부들이 주축이 되어 열린다고 하는 행사가 얼마만큼 비효율적이며, 참가 국가들도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절감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아직도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에 대해 회의적인 참여의 입장을 여전히 견지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단순히 각국 정부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조차 현재 정보사회의 현안문제들에 대하여 현재까지 충분하게 숙고하고 대응하거나 이같은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세계적인 차원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보다도 정보사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논의를 성숙시켜 간다고 하는 차원에서 이번 회의를 준비하려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 Outcome of the informal meeting of sub-committee 2 of PrepCom I of the WSIS, 18 September 2002
2. The Bucharest Pan-European Conference - In Preparation of the 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Towards an Information Society: Principles, Strategy and Priorities for Action, 9, November 2002
3. The Tokyo Declaration - the Asia-Pacific perspective to the WSIS - Draft Declaration
4. Proposal of an Orientation Document for PrepCom-2 (A non-paper intended to facilitate and assist PrepCom-2 in its initial discussions of a draft Declaration and Action Plan submitted by the President of the Preparatory Committee)
5. ITU input to the declaration of principles and plan of action of the 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and the information document on ITU activities related to the Summit (Marrakesh, 2002)
6. Cees J. Hamelink : Keynote at the Opening Session of the Civil Society Sector Meeting at the PrepCom 1 for the 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July 1, 2002, Geneva
7. The 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 an Asian Response, Bangkok, Thailand, November 22nd to 24th 2002
8. Joint statement from Asia Civil Society Forum participants on World Summit on Information Society (WSIS)
9. Asia Pacific Regional Conference on the 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Civil Society Observation and Response to the Tokyo Declaration
10. Civil Society Coordination Group - Civil Society Statement to PrepCom 2 on Vision, Principles, Themes and Process for WSIS
*이 발제문은 정보사회 세계 정상회의 2차 준비회의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토론회에서 발제된 내용입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