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복궁 문턱이 닳아 없어진다?!
강임산 (사람과 문화 동인)
지난 설 연휴 3일 동안 경복궁을 찾은 인파는 줄잡아 5만 명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설 당일 날 경복궁을 찾았다고 한다. 문화재청 공식통계에 의하면 경복궁을 찾는 년간 내외국인 방문객 숫자는 대략 310만 명 가량(2002통계).
경복궁 정기휴일을 제외하면 하루평균 대략 1만 명 정도가 경복궁을 찾는 셈이다. 그러나 신정, 설, 추석 등과 같은 ‘명절 혹은 특정 공휴일’의 경우 평균 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경복궁을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이는 현재 서울의 주요 궁궐 및 종묘를 찾는 전체 방문객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이 경복궁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복궁 문턱이 닳아 없어진다”는 말이 그저 과장된 허풍만은 아닌 것이다. 참고로 년간 경주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가 대략 8백 만 명 선이라고 하니 경복궁을 찾는 관람객의 규모를 충분히 비교할 수 있으리라.
역사상 경복궁이 가장 큰 규모로 중건되었던 19세기 중엽 무렵 경복궁의 규모는 지금 남아있는 건물군에 비해 10배 가량 많은 7천여칸 규모였다고 한다. 물론 궁역 역시 지금 보다 훨씬 넓었음은 물론이다. 말하자면 현재의 규모는 대단히 축소된 규모라는 것이다.
왕조시대 궁궐은 곧 국권을 상징하는 바, 일제가 이를 조직적으로 훼철(毁撤)했던 까닭이다. 그럼 경복궁이 일제에 의해 조직적으로 축소되고 훼철되기 이전에 경복궁에 상주하던 인원은 얼마였을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에 의하면 출퇴근 인원을 포함해서 대략 1,500~2,0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 보다 훨씬 큰 궁역을 자랑하던 조선말 경복궁 상주인원의 숫자는 현재 하루 평균 경복궁 관람객의 1/5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통계숫자를 통해 볼 때, “경복궁이 애초 설계되고 쓰였던 규모에 비해 훨씬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과장된 지적일까? 혹은 “문화향수권을 적극 확대하고 국민 골고루 그 혜택을 누려야 하는 이 ‘문화의 시대’에 너무 보수적인 입장만 고수한다”고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
문화유산은 소비재가 아니다. 후손들에게 원형 그대로 물려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역사적 자산인 것이다. 환경 보존과 문화유산 보존의 문제가 종종 비슷한 이유에서 비교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립공원의 경우 ‘환경용량’의 개념에서 일일 입장객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제한하는 제도를 경복궁과 같은 사적지에도 도입하면 어떨까?
무작정 많은 관람객이 사적지를 찾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문화유산도 피곤하다. 단연코 양보다는 질인 까닭은 그 때문이다. 우리가 늘 교과서처럼 예를 드는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 사적지 관람인원을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유산 보존의 입장에서 관람인원을 제한하되 최적의 관람환경을 조성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과 관리방식. ‘경복궁 문턱이 닳아 없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그저 먼 꿈★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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