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부터 광고작업을 시작하면 어느덧 8시가 된다. 그때부터 광고지 속지를 껴넣는 작업을 하면 세 시간이 금방 간다. 광고지 작업을 끝내고 이때 잠시 눈을 붙여야 새벽 2시부터 배달을 할 수 있다. 새벽 2시에 시작한 배달은 다른 사람들이 단꿈에서 깨어나기 시작할 아침 7시경에나 끝나 이때 겨우 한, 두시간 눈을 붙일 수 있다. 서너 시간의 수면을 취한 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신문판촉, 수금 등의 낮 근무를 해야 한다.
24시간 내내 단 한시간의 개인 시간은커녕 편하게 잠 한번 잘 수 없는 것이 신문 지국장, 소위 사장님들의 하루 일과다. 신문사와 '사장 대 사장'의 대등한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전거, 김치냉장고' 등 경품을 끼워 판촉하라는 신문사의 요구에 한마디 항의도 할 수 없다. 물론 신문을 구독하는 조건으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자전거 등은 모두 지국장이 부담해야 한다. 신문지국장과 신문본사의 계약서에는 "신문본사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 지대 인상 등을 할 수 있다"라는 신문본사의 일방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과 "지국장은 ~을 해야한다"는 지국장의 의무조항만으로 가득하다.
처음 지국장을 시작할 때는 '금방이라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낮게 책정되었던 신문지대는 매월마다, 매년마다 기준도, 단한번의 협의도 없이 인상되지만 역시 '짤리는 것이 두려워' 항의도 할 수 없다. 지국장들은 본사로부터 신문을 받고 할당된 부수에 따른 '지대'를 납부하고 남은 수익으로 지국 운영을 하지만, 13년간 신문지국을 운영하면서 내야 하는 지대는 무려 6억 5천여만원으로 남는 것은 7천여만원의 빚더미 뿐이다. 구독료가 4배로 인상되는 동안 지국장들이 본사에 내야 하는 납입금액은 13.2배가 인상했고, 처음 구독료 대비 30%하던 지대 청구액은 2001년 5월 구독료 대비 62.7%로 치솟았다. 치솟는 지대로 빚까지 쌓이게 된 지국장들에게 날아오는 것은 "지대를 납부하지 않으면 지국을 접수하겠다, 불이득을 주겠다"는 협박뿐이다.
지난 2월 6일에는 신문사지국을 운영했던 고광일 조선일보 전 병점지국장이 "본사에서 자전거, 비데, 휴대폰, 김치냉장고 등 고가의 경품을 신규가입자 확장을 위해 제공하라고 강요했다"며 "심지어 본사에서 파견나와 있는 지사가 있는데, 5년동안 지사장에게 경품비로 매월 70만원씩 송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낮에는 판촉하고, 밤에는 광고작업하고, 새벽에는 배달까지 하며 하루 16시간 넘게 일을 하지만 배달 직원들에게 4대 보험을 해줄 돈은 커녕 사장님인 지국장조차 7천여만원씩 빚을 지고 허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사장님'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사에서 강요하는 가혹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각종 경품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하는 지국장의 열악한 상황은 신문을 배달하는 직원들에게까지 악순환되고 있다.
인수위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신문판매노조 김동조 위원장 역시 1975년부터 중앙일보 돈암지국 총무일을 시작해 1983년부터 신문지국장으로 일해왔으나 결국 빚더미에 허덕이며 본사에 납입금을 내지 못해 2001년 5월 일방적으로 지국을 빼앗겼다.
김동조 위원장은 "신문사에서 직고용을 해서 운영해야 할 신문배달 일을 '사장님'이라는 이름 하나 던져주고 노비처럼 지국장들을 부려먹고 있다"며 "대등한 관계라고 하지만 지국장들은 신문사에서 짤릴까봐 부당하게 지대가 인상되도 말한마디 할 수 없다, 결국 지국장들 역시 특수고용직 노동자이지만 신문사는 이런 치부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 5월 신문판매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다.
현재 신문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국장, 배달직원, 판촉요원 등은 총 35만명 가량으로 이중 20%가 지국장이지만 이들 중 80% 이상이 높은 지대를 이기지 못해 빚더미만 남긴채 망하거나 지국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빚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조 위원장은 "그간 부당하게 청구했던 지대를 반환하고 지국장을 비롯한 지국직원, 배달원들 전부를 본사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사장님'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겼던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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