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노사정위 참여 문제로 논란

현장 활동가들 비판의 목소리 높아 ― “노무현 당선자에게 손배·가압류 해결부터 하라고 하라!”


고 배달호 열사의 분신에 따른 전국 노동자의 투쟁이 두산중공업 사측이 작성한 노조파괴 공작 문건의 대대적인 폭로로 인해 커다란 힘을 얻어가는 가운데 11·12일 양일간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열린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 노동자들의 비상한 관심이 모인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4백여 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이번 정기대의원대회는 열사의 분신이라는 뼈아픈 희생으로 만들어진 투쟁 국면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주5일 근무를 빙자한 근기법 개악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어떠한 투쟁을 배치할 것인가가 주되게 논의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대회 첫날 오후부터 5개 대대 35개 분반으로 나뉘어져 진행된 분반토론에서는 △민주노총의 조직현실에 대한 대안마련 △비정규직 조직화의 구체적 방안 △노사정위 참여 문제 등이 논의되었는데, 이중 노사정위 참여 문제가 가장 열띠게 토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반토론에서 노사정위원회 참가 여부 쟁점화

노사정위 참여 문제에 있어서 민주노총은 현재의 노-사-정 3자 합의체제 뿐만이 아닌 노-사, 노-정 교섭 등 교섭 체제의 다양화와 노사정위 문제점을 해결할 만한 전향적인 개편안 마련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 ‘조건 없는 노사정위 참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대체로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들어가서 산별교섭 등의 요구를 관철시키자”는 의견과 “요구를 관철시킬 만한 힘을 갖춘 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누어져 토론이 전개됐다.

“전제조건 달지 말고 들어가서 요구 관철시키자”

노사정위 참여 문제가 포함된 대정부 교섭방침은 본회의 안건에서도 다뤄졌다.
김태일 한국생산성본부노조 위원장은 “노-사, 노-정 교섭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게 되면 정부가 이를 선뜻 수용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전향적인 노사정위 개편안이 나오더라도 참여를 결정하기 어려워져 우리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노사정위에 참여해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웅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안건설명에서 “우리의 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산별교섭 보장도 없는 노사정위 참여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정부의 노사정위 개편안이 나온 이후 다시 현장토론과 대의원대회 논의를 거쳐 대정부 교섭방침을 정하기로 하고 차기 대의원대회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정기대의원대회에서의 논의를 두고 보수언론들은 즉각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류의 기사를 쏟아내며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기사들은 민주노총이 내부에서도 노사정위 불참이 각종 노동정책 결정에서 소외당하는 주된 원인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분석’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배달호 열사 분신 정국에서 노사정위 참여 논의가 그렇게 다급한 문제인가

그러나 다수의 현장 활동가들은 “노사정위 불참은 98년 정리해고제 합의라는 역사적 배신행위까지 겪고 당시 지도부를 전원 사퇴시키는 등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내린 결정”이라며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을 뿐더러 오히려 민주노총의 위기가 거론된 지 오래된 마당에 무슨 똥배짱으로 노사정위에 들어가자는 거냐”고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이 어떻게 방향을 잡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떠오른 고 배달호 열사 투쟁과 손배·가압류 문제에 대한 노 당선자의 적극적인 해결 요구를 가장 앞장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편 이날 노사정위 참여 문제를 둘러싸고 장시간 논란이 벌어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2월 투쟁계획 등 여타 안건은 별다른 논란 없이 통과됐다.
이날 확정된 투쟁계획에는 △2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개악안이 통과될 경우 즉시 총파업 돌입 △새정부 출범 전까지 손배·가압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4일부터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오는 7월 정책연구원을 설립해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실을 신설해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한편, 분반토론에서는 비정규직 조직화의 구체적인 방안에 관한 논의도 있었는데, “비정규직 관련 사업이 정규직 입장에서만 수립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특화된 사업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괄적인 조직대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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