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회포럼 투쟁현장]②'반전' 열기 속 기대·우려 교차

나는 이번 사회포럼에 참가하기 전 사전행사로 치러지는 국제소농대회에 전농과 함께 참가하는 것말고도 자세히 보고, 알고 싶은 것들을 대략 생각해봤다. 룰라 집권 뒤 브라질 사회의 변화가능성과 민중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가,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남미에 반미·반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센데 이 현상이 사회포럼과 전세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룰라 집권으로 사회포럼이 매우 커질텐데 그것은 어떤 결과를 부를 것인가, 청년캠프와 뿌끼대학으로 각각 상징되는 급진파와 개혁적 명망가 사이의 갈등이 어느 정도고 사회포럼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제안된 사회운동 국제네트워크가 얼마나 힘있게 추진될 것인가, 미국 ZNET 주도로 '자본주의 이후의 삶'이라는 '포럼 안의 포럼'이 준비되고 있었는데 어떤 얘기가 나올까, 이라크전 반대 기운이 어느 정도일까 등이 그것이다.


제대로 풀지 못한 의문들

그런데 나는 이런 의문들을 충분히 풀지 못했다. 사회포럼은 규모가 너무 방대한 데 비해 부실한 인터넷과 언어장벽은 '장난이 아니었고', 현지에 도착해서는 관심사가 바뀐 탓이기도 했다. 나는 1백여명과 함께 한 수도원에 묵었는데, 쓸 수 있는 인터넷은 단 하나였다. 2년 전 1회 사회포럼 때도 느꼈지만 '자주의 나라' 브라질에 모인 남미의 꼼빠네라스, 꼼빠네루스(형제자매 또는 동지)들은 브라질-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만 썼다. 회의장에서는 썩 매끄럽지 못한 통역, 신통치 못한 내 영어실력으로 애를 먹었다. 또한 나는 현지에 도착한 뒤 '땅없는 농업노동자운동'(MST)에 관심이 쏠려 다른 관심사들을 별로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포럼 안팎의 쟁점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일 게 뻔하고, 그나마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지면서 알아낸 것도 많다.

우선 미국 부시와 영국 블레어가 주도하는 전쟁과 군사주의에 대한 반대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농민대회에서는 소농운동이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인민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참가자들에게 작은 팔레스타인 국기가 돌려졌고, 큰 토론회·집회 등에서는 전쟁반대 내용을 다양하게 토론하거나 표현했다. 압권은 미국 언어학자이자 실천가인 촘스키가 '제국에 대항하기'라는 제목으로 행한 강연이었는데 이 강연에는 35도가 넘는 찌는 듯한 더위에냉방도 거의 안 되는 대형 체육관에 1만5천여명이 빼곡이 들어차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사회운동단체 총회의 최종호소문에 "우리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체첸, 쿠르드 인민에 대한 공격을 반대하며, 아프카니스탄, 콜롬비아 전쟁을 반대하며,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커가는 한반도 전쟁위협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반영됐고, 참가자들은 2월15일 세계적으로 반전시위를 조직할 것도 결의했다.


뜨거운 전쟁·군사주의 반대 열기

또한 예년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아르헨티나 등 개도국 외채문제, 다국적 곡물기업의 소농지배 문제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정적 결과들이 집중 논의됐다. 또한 2005년 체결될 예정인 미주자유무역협정(ALCA 또는 FTAA)에 대한 반대가 드높았고, 올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WTO 각료회의에 대한 반대투쟁을 대규모로 조직할 것이 결의됐다.

이제 룰라와 브라질에 대해 살펴보자. 룰라에 대한 기대는 예상과 달리 상당한 것 같았다.

그러나 룰라와 브라질의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그리 많이 얘기하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잘해주기를 기대하며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마음 한구석 불안심리가 표현된 것이 아닌가 느껴졌다. MST의 한 지도자는 룰라가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제약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으니 국제금융자본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토지점거운동을 활발히 펼쳐 룰라의 개혁정책을 도와주자고 했다는데, 제발 그의 선의가 관철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끝으로 비정부비정당 사회운동으로서 사회포럼운동의 전망이다. 사회포럼은 출발부터 비정부비정당운동임을 명확히 했으나 브라질노동자당(PT)의 암묵적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개최지가 세 번 모두 PT당 집권도시에서 열렸으니. 2회 때는 사회포럼 '장사'가 좀 된다싶자 프랑스 대선후보들이 줄줄이 방문한 것도 문제가 됐는, 올해는 룰라가 포르투알레그레에서 곧장 다보스로 날아가 연설한 것도 문제가 됐다. 누가 그에게 사회포럼의 대표권을 주었냐고. 사회포럼의 운명이 PT당과 룰라의 운명과 결부되는 것은 커다란 위험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밖에도 커진 규모에 맞는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조심스럽게 시작된 국제사회운동 네트워크 건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박하순(투자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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